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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라 Sep 05. 2024

모순덩어리 일상의 숨 #2

내게 오는 것

조금 더 편하게 쓰고 싶은 욕심을 담아 건방지게 일상 매거진을 발행하다니.

독자들과 숨을 공유하고 싶다고 포장한 그 속엔 편하고 쓰고 싶은 내 욕심이 들어있었다.


나는 브런치 생태계를 잘 모른다.

갓 입문한 내가 이렇게 편하게 써도 되는 곳인지, 글 전문가의  마당에서 내 마음대로 망나니 춤을 춰도 되는지 몰라서 용감했다.


어떤 작가의 브런치 발행 글,

일상글을 쓰지 않는다는 제목을 보고 하루 만에 시무룩해졌고,

다시 길을 잃었다.


나만의 영역이 무엇일까.

나만의 영역이라고 자랑하기엔 부끄러운 게

너무나 많아서 섣불리 쓸 수가 없다.

나라는 사람은,


그냥 아이들을 힘껏 키운 엄마다.

잘 키우지 못했다는 건 말할 수 없다.


그냥 매일을 도전하는 나다.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는 건 말할 수 없다.


그냥 당당한 나다,

오만함을 후회한 일이 많았다는 건 말할 수 없다.


그냥 본능에 충실한 나다.

매일을 반성했다는 건 말할 수 없다.


그냥 사랑을 하고 싶은 나다.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 떠나보내게 했다는 건 말할 수 없다.


그냥 비상식 정치에 분노하는 나다.

소리 없이 참아서 비겁했다는 건 말할 수 없다.


나는 모순 덩어리라서 어느 것 하나 자신 있게 드러낼 수가 없다.

글쓰기가 그렇다.

적당히 전문가처럼 꾸며야 할 것 같고, 적당히 바르게 사는, 적당히 다정한 인간처럼 보여야 할 것 같아서 부끄러워지는 글이다.


그럼에도 매거진을 발행했고, 매일 일상  숨을 공유해야 하는 약속 같아서 쓰고 있다.


이딴 글을 쓰러 집 앞에 나왔다.

집에선 용기가 나지 않고 머리를 쥐어뜯었으므로.






비가 오다 멈추길 반복한다.

비가 오는 게 좋아서 나왔다.

온다는 말이 다정해서 비가 내린다고 하지 않고

비가 온다라고 말한다.

아침이 온다라고 말한다.

가을이 온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계절은 온다.

내가 애쓰지 않아도 와주는 시간과 자연은 고맙기 그지없다.

시간이 가는 게 아쉽다고만 푸념하지 않기로 했다.

오는 시간에 대한 설렘을 기다리는 걸로 바꿔보기로 했다.


어제는 일상주제의 첫 매거진 글에 응원글과 함께 응원금까지 받았다.


기뻤지만 기쁨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이 온다.

좋은 작가로부터 오는 부담감이 좋다.

내게 오는 걸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시간들이 생겨서 좋은 것이다.


모순 덩어리라도 내게 와주는 모든 것이 고맙다.

내게 오는 기쁜 부담감은, 실망시키지 않을 뿌듯함으로 되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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