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9월 2일), 1부 : 키르기스스탄, 제티오구스, 폭포
우리의 읍내의 분위기가 풍기는 한적한 도시 카라콜에서 1박을 하였다(해발 1684m). 오늘도 날씨는 화창하다. 조식을 하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구소련권 국가들의 호텔제공 식사는 언제나 그러하듯이 러시아 특유의 건조한 메마른 밥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 국물 문화에 젖은 찬류라면 이곳은 식빵에 소시지... 이렇듯 건조하다. 간단한 식사와 함께 다음 코스가 적힌 메모지를 정리하며 관광 포인트를 체크하였다. 먼저 오소독스 교회부터 시작한다(출발 09:00). 그간 여러 차례 봐왔던 익숙한 러시아 정교회다.
"오소독스(동방정교회)는 동로마 제국의 국교로서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발전한 기독교의 한 교파이다. 1054년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서방 교회와 분리되었는데, 교의 및 의식을 중시하고 상징적ㆍ신비적 경향이 강하다. 동유럽과 러시아에서 성하다(네이버사전)"
저쪽으로 정교회 관광을 온 서양인들 단체가 보인다. 유창한 영어 가이드 설명이 있기에 살짝 귀 기울여 정보를 공유했다. 이곳은 독특하게 목조 구조가 강조된 듯하며 하늘 높이 솟은 첨탑과 십자가는 하늘을 뚫으려는 기세다. 위압적인 모습에 내 마음의 평온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의 특성상 신성함을 강조하기 위하여 높이 지은 듯하다. 이 삼위일체 교회는 옛날에 러시아 군인들이 주둔할 당시 그들의 기도 장소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둥간 모스크에 들렀다. 이 이슬람사원은 층고가 높지 않아서 우리의 사찰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물론 다른 나라의 이슬람 사원은 거대한 기둥과 벽면으로 웅장함 과시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이곳은 단층 건물로 포근한 이미지다. 이 모스크가 돔형이 아닌 단층에 삼각 지붕인 이유는 전쟁을 피하여 이곳에 정착한 둥간족들의 모스크라 그렇다 한다. 둥간족은 중국계인데 동양인 정서에 맞게 그들의 전통 양식으로 지은 독특한 건축양식인 것이다.
슈퍼마켓을 찾았다. 차기 행선지는 이동 중에 식당이나 마트가 없기에 이곳에서 음식을 준비하여 가야 한다. 기사와 나는 간단한 빵과 콜라로 준비하였다. 깨끗하고 사람 붐비지 않은 아늑한 도시 카라콜에는 여기서 안녕을 고한다(09시 50분).
다음 행선지는 카라콜보다 고도가 200여 미터 더 높은 하늘아래 붉은 기둥 제티오구스다. 30여 킬로를 달리자 깜짝 놀랄 지경의 거대한 바위군이 보인다(10시 20분. 고도 1850m). 이건 또 뭐야...!! 진한 황토색 바위가 산세를 타고 마치 하늘을 향해 올라갈 기세다. 아래로는 요란한 강물 소리와 함께 강이 기다란 띠를 이룬다. 강 건너편으로는 또 다른 위압적인 황토 바위가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다. 양쪽으로 이어졌던 능선을 요술봉 휘둘러 중간을 내리쳐 잘라버린 듯하다. 산이 두 동강이 난 형세다. 무엇 때문에 산을 이리 노하게 만들었을까? 바위 봉우리들이 각기 하늘을 향하여 하소연이라도 하는 걸까? 저 붉은색이 모두 흙일까 바위일까?
철이 함유되어 붉은색이라는데 녹이라도 슬었나? 머리카락처럼 휙휙 그어진 겉 표면의 섬세한 선들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바다가 융기해서 생긴 거라지만 그래도 지구상의 것인데 어쩜 저리 특이할까?
자연의 오묘함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다. 황소바위 제티오구스 맞은편 언덕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의 휴식도 끝나고 이제 또 다른 비경 지를 향하여 출발이다(출발:10시 50분).
바닷가인지 호숫가인지 애매한 이식호변을 달리면서 빵과 콜라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였다. 끝없이 펼쳐진 이식호와 간간히 시야에 들어오는 호숫가 백사장 그리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나도 저들과 함께 물놀이 즐기고 싶다. 하지만 나는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하여 달려야 한다. 차는 이식호를 벗어나 이제는 협곡 속으로 달린다. 만년설을 배경삼은 협곡의 웅장함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협곡으로 향하는 길은 비포장이다. 하지만 이처럼 고운 비포장 길은 처음 접한다. 아스팔트보다 더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흙이 곱다. 마치 매끄럽게 단단히 굳은 진흙길 위를 달리는 듯하다. 덕분에 여행길은 편안하다.
2시간여를 달려 발스콘(Barskoon) 폭포 아래 도착했다(해발 2217m). 또 다른 비경 펼쳐진다. 천혜의 자연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웅장해 보이는 산세와 오른편 뒤쪽으로는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설산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설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왼편으로 제법 커다란 강도 있다. 보는 자체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서둘러 폭포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이산에는 특이하게 폭포가 지근거리 양쪽으로 두 개가 위치하고 있다. 일단은 오른편의 폭포부터 보기로 하였다. 폭포까지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10분여를 올랐을까? 고개 넘어 고개 내미니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폭포수 쏟아진다(12시 54분. 2302m). 기다란 폭포수 중간에는 쉬어가는 길목처럼 보이는 선녀탕도 있다. 주변에는 나무꾼이 옷 감추기 좋을만한 숲이 둘러싸고 있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폭포다. 쏴아아.. 아름다운 폭포 소리에 가슴속 감동 일렁 거린다. 손 한 번 담그고 얼굴에 물도 묻혀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이번에는 샛길을 이용하여 두 번째 폭포로 향하였다. 사람의 흔적인 듯 한 오솔길을 따라갔다. 한참을 가니 길이 희미하고 이상하다. 자꾸 위로 향하는 것이 방향 이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국땅 산속에서 나 홀로 헤매자니 적막함에 두려움과 공포심도 엄습해 왔다. 일단 사람들이 있을만한 산 아래로 방향을 틀었다.
이제는 오로지 방향 감각으로 가야 한다. 없는 길도 만들어 가야 한다. 나무 사이사이로 길의 흔적을 찾으며 내려갔다. 다시 흔적 선명한 길이 나타났다. 길을 따라 우측으로 향하였다. 가파른 언덕아래 강가가 보이고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사람들도 몇몇이 보이기 시작했다. 폭포다!. 와와… 웅장하다(13시 15분). 좀 전의 봤던 폭포가 어머니와 같은 포근한 폭포였다면 이것은 마치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근엄하고 장엄하고 그리고 화려하기까지 하다. 시원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에 내 마음도 덩달아 춤을 춘다. 이런 폭포가 지근거리에 2개씩이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폭포수 바로 아래까지 내려갔다. 뿌연 빛깔 물보라에 그간 흘린 땀방울 깨끗이 흘려보낸다. 위로 향하여 쳐다보았다. 쏟아지는 폭포수 한층 기세 요란하다. 장엄한 폭포 소리에 내 던진다. 마음도 몸도 다 던진다. 이대로 자연에 귀의한다. 아.. 또 다른 여행자들도 바위돌에 걸쳐 앉아 각기 즐기고 있다. 마음이 진정되고 몸 되돌리는데 가랑비가 내린다. 폭포에 취한 열정에 빗줄기는 중요치 않다. 조금 내려오자 어느덧 빗줄기는 멈추었다. 고산 지대에서 빗줄기는 변덕스럽기 그지없다. 두 개의 폭포는 각기 다른 개성의 감동의 코스였다. 주차장에 도착하고 글랭핑 캠핑장 한 곳 인스펙션하고 또 다른 여정지로 이동이다(14시).
2부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