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째(9월 1일): 키르기스스탄, 세메노프 협곡, 카라콜, 알탄아라산
(해발 1645m, 08시 50분 출발)
저 멀리 펼쳐져 보이는 이식 호수의 아침은 평화로워 보였다. 숙소를 나섰다. 분주해야 할 이곳이 학생들 방학이 갓 끝난지라 한산하다. 차로 이동하는데 차창밖 주변 풍경이 매우 이국적이다. 서구 국가의 휴양지 풍경이다. 이식호수 선착장에 도착하자 선착장을 뒤로 받쳐주는 만년설과 앞에 놓인 붉은색의 코카콜라 파라솔의 대비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유람선을 타야 하는데 관광객이 없어 유람선 운항도 불확실하다. 선주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사람이 없어 페리가 언제 뜰지 모른다는 답변 돌아왔다. 고민 좀 하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보트는 타지 않기로 하였다.
보트를 대신하여 주변 30킬로 지점에 있는 세메노프 산악 협곡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호숫가 도로를 타고 다시 달린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에 초점 흐려진다. 이식호는 차라리 바다다. 내륙국가인 키르기스스탄에서는 거대한 이호수를 바다로 여기고 살아가는 듯하다. 차는 어느덧 호숫가를 벗어나 협곡으로 향하는데 도로변의 가로수가 특이하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수종으로 버드나무처럼 생겼는데 나무 가지가 일자로 하늘로 향한다. 힘 과시하듯 우렁차게 하늘로 치솟았다. 마치 어렸을 때 마당 쓸던 싸리나무 빗자루를 거꾸로 세워 놓은 듯하다.
협곡 깊숙이 더 들어갔다. 가파른 협곡에서 계곡수 세차게 흘러 내려온다. 물이 어쩜 저리도 푸르고 고을까?
한국에서는 물색이 투명한데 반해 이곳에서는 푸르디푸른것이 마치 푸른 바닷물과도 같다. 가파른 계곡인만큼 시냇물 소리도 우렁차다.
협곡 정상에 다다르자 아래로 캠프촌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 아래 펼쳐진 새하얀 유르트는 첩첩이 둘러싸인 산세로부터 하얀 어린양이 보호라도 받는 듯하다. 그리고 맨뒤에 펼쳐진 설산은 영험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해발 2241미터까지(1105분) 차로 오른 뒤 바로 건너편으로 내려간다. 계곡을 넘기 전까지는 강물이 드세고 가파른 협곡이었다면 계곡을 넘으니 푸른 대초원 펼쳐지고 동물들 유유자적 풍요를 즐긴다. 극과 극으로 변하는 대자연의 변화무쌍함에 내 마음은 춤을 춘다.
다음 행선지는 알탄아라산의 주도인 카라콜이다. 이곳에서부터 200km로 정도 이동해야 한다. 다양한 풍경 즐기면서 카라콜에 도착하였는데 마땅히 점심 할 곳이 없다. 슈퍼마켓에도 들렀으나 먹거리가 마땅치 않다. 한국인들이 이곳에 오면 멋진 풍경 감상까지는 좋은데 먹거리가 문제이다. 하는 수 없이 만만한 양꼬치 구이와 콜라로 점심을 하고 알탄아라산을 향하여 줄발하였다(14시 40분).
30분여를 가니 알탄 아라산 입구에 도착이다. 알탄아라산은 등산로 초입에서부터 4륜차를 불러 가던가 아니면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차로 올라간다. 산세가 매우 가파르기 때문이다. 타고 온 기사의 차는 입구에 주차시키고 오프로드용 차량 호출하여 가기로 하였다. 앞에 버티는 위압적인 산세를 타고 산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정상까지 하이킹족은 편도 4시간, 차는 왕복 3시간 정도면 된다. 이동 가능한 라시아제 4륜 지프차가 도착하자 우리는 바로 타고 출발하였다. 곳곳에 흩트러진 바위 파편을 밟고 올라간다. 심하게 덜컹거릴 땐 차 벽면에 머리가 강하게 부딪히기도 한다. 차도 오르고 말도 오르고 사람도 오르고 모두가 정상을 향하여 오른다.
길 옆의 강은 거칠기 그지없다. 굉음처럼 요란한 소리내며 바위에 부딪히고 또 부딪히며 아래로 흘러간다. 보는 자체만으로도 두려워질 정도로 유속이 매우 빠르다. 오전에 보고 감동했던 그 강과는 비교 불가의 거친 강이다. 이처럼 강한 물살에서 느낄 수 있듯이 산세는 거의 절벽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가파르다. 이 가파른 곳에 지프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아마도 소방도로 혹은 산속 깊은 곳 원주민을 위한 배려로 인간이 뚫지 않았을까 싶다.
하필이면 내가 앉은 좌석이 절벽 아래를 향하는 곳이라 오르는 내내 아찔했다. 그래도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굴곡진 푸른 강과 주변의 수목 그리고 절벽과의 어우러짐을 만끽할 수 있음은 나만의 특권이었다.
드디어 캠프가 보이는 언덕에 도착하였다(17시 53분 도착, 해발 2400m). 눈 아래로는 숙소로 보이는 건물과 새하얀 유르트가 촘촘히 펼쳐져있다. 뒤로는 신선의 땅 백발 설산이 받치고 있다. 여기서 더 올라가면 베이스캠프가 있고 알라콜 산정 호수가 있다. 알라콜 호수는 해발 3800m의 고산에 위치하여 오르기에 만만치 않다.
호수는 여러 가지로 여건이 맞지 않아 다음에 공략하기로 하였다. 이곳 산장 캠프에서 약간의 비용 지불하면 자연 온천에서 여독을 풀 수도 있다. 시설은 열악 하지만 말 그대로 천연 온천이다. 참고로 알탄아라샨의 뜻은 황금 온천수란 뜻이다.
산아래 주차장의 차에 여권 등 다양한 짐을 놓고 왔기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즐기고 하산하기로 하였다.
하산하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7시다. 서둘러 타운으로 향하였다. 조그마한 마을에 도착하고 마을을 이리저리 돌자 한적한 곳에 새로 오픈한듯한 호텔을 발견하였다. 오늘은 쾌적하고 아담한 이곳에서 묵어가자.
오늘도 맥주 한잔에 여독이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