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째(0830) : 카자흐스탄, 카인드 호수, 키르기스스탄 국경
이불이 얇았던 탓일까? 아침이 꽤 쌀쌀하다. 이불밖으로의 탈출이 쉽지 않다. 화장실 가기도 귀찮아 참는다.
옆침대의 기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숙면을 취하고 있는 듯하다. 밖에서는 아이들 노는 소리 왁자지껄하게 들려온다. 이곳 협곡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이 차가운 기운에 적응이 된 듯하다. 다양한 산새소리 지저귐은 끝이 없다. 닭울음소리도 소울음소리도 합중주다. 콜사이의 자연 합창단이 따로 없다. 하지만 나는 춥다. 이불속에 움츠린 몸 똬리 더욱 말린다. 그래도 앗싸! 기압 한번 주고 불뚝 일어났다. 세면을 하고 얍! 이얍! 하면서 스스로 원기도 회복하였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호수인 카인드 호수에 들렸다가 알마티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키르기스스탄 국경을 넘는 험난한 여정이다. 오늘의 일정은, 카인드 호수 다녀오는데 1시간 반정도, 알마티까지 4시간여, 그리고 알마티에서 키르기스스탄 국경까지 3시간여를 예상한다. 일단 조식을 하고 보자. 식당으로 향하였다. 30여분을 기다리자 식당 준비가 완료되었다(08시 30분). 조식은 갓 구운 빵과 러시아 특유의 모닝 스푸 까샤에 차이(茶)다.
차 한잔과 빵 몇 점 뜯어먹으며 오늘 일정표를 점검하고 그리고 입가심용 캔디 하나 챙기고 식당을 나섰다.
가자! 카인드 호수로 향하여!! 카인드 호수를 향하는 길목에 도착하였다.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하기에 많은 러시아제 4륜차 우야직(푸르공) 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 차량 중에서 한대를 선택해서 요금 지불하고 다시 호수 초입까지 가야 한다. 요금은 그리 저렴하지 않다. 그래도 걸어서 가는 것보다는 편할 것이다. 여러 명이 같이 타고 인당 비용으로 나누면 비용 분산이 되기에 절약을 할 수 있다. 선택한 우야직이 드디어 출발한다(08시 50분).
- 카인드 호수 -
우렁차게 계곡물 흘러내리고,
차량은 계곡길을 가파르게 올라간다.
고인 구정물 첨벙첨벙 갈라치며 올라간다.
웅덩이도 바윗돌도 잘도 피해 올라간다.
설산 봉우리 향해서 거침없이 올라간다.
삐그덕 삐그덕 차량 뒤틀리는 소리 감미롭다.
덜컹덜컹 화음에 몸은 춤을 춘다.
대자연의 설렘에 콧노래가 저절로다.
쪽빛 물결은 마음에서 일렁이고,
호수 가는 길은 즐겁기만 하다.
어느덧 호수 초입이다.
신령님의 옹달샘이 펼쳐지고,
선녀님은 날갯짓을 한다.
함께하는 나도 신선이다.
(09시 58분. 고도 1710m).
호수 초입 주차장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호수 까지는 말을 타고 올라간다. 말 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걸어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오르막이 매우 가파르다. 선택한 말위에 올라타고 절벽 산길 오르는데 말이 자꾸 절벽 끝을 타고 가려한다. 말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계곡은 공포심 백배였다. 친절하게 말까지 나에게 스릴감 선사한다. 호수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45도 각도의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한다. 몸을 말등에 닿을 정도로 실컷 뒤로 젖히고 뾰족한 바위파편을 지나고 지나 호숫가에 도착하였다. 몽골에서 승마 경력 다분한 나에게도 고산지대 승마는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이제부터는 호수를 즐기면 된다.
해발 1813미터에 자리 잡은 산정호 카인드 호수이다. 호수 주변은 침엽수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계곡의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서 호수가 되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진으로 물길이 막혀 이쪽으로 물이 모이면서 소나무가 수몰되어 지금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호수 군데군데에 박혀서 고목 된 나무들 풍경이 이채롭다. 앙상한 수림(樹林)들 각기 물에 갇힌 사연 하소연 하는 듯하다. 가파른 계곡인 만큼 수심 또한 깊겠지? 그래서인지 호수 저쪽은 진한 녹색을 띠고 있다. 아니지.. 나무가 뿌리내릴 수 있음은 수심이 깊지 않다는 건데..? 생각할수록 미스터리 하다. 이처럼 기묘하게 아름다운 나무들의 무덤을 나는 이전에 보지 못하였다. 가파른 산자락에 쪼그리고 앉아 호수 내려다보고 있는 나는 행복하다.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비로운 이호수에 내 마음도 녹아든다.
이제는 하산해야 한다. 타고 내려갈 말을 찾아야 하는데 어느 게 내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마부도 뒤섞여 누가 내 마부인지 알 길이 없다. 말 타는 것 포기하고 걸어가 볼까 하는 도전 의식이 꿈틀거렸다. 저 가파른 언덕만 넘으면 내리막 길인데... 그래! 나에게는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튼튼한 양다리가 있다. 걸어가자! 모두가 말 타고 오르는 이곳을 걸어서 하산할 수 있으면 이 또한 혜택이 아니겠는가!! 함께하는 길벗은 없지만 홀로 하산으로 결정하였다(10시 40분). 저 멀리 아득한 절벽 아래에서 하얀 뭉게 거품이 보인다. 새하얀 것이 강줄기이다. 강물 흐르는 소리도 들린다. 나만의 자유 만끽이다. 사진촬영 열심히 하면서 내려가자. 하산하는 오솔길에는 말똥이 천지다. 그래도 좋다. 나는 자연인이다. 가파른 길 불평 없이 사람실고 오르내리는 말들의 순종에 새삼 감동이다. 저 아래로 타고 온 차량들이 조그맣게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됐다 저곳을 향하여 내려가면 된다. 목적지 가까워서 좋다. 내려올수록 시냇물 소리 우렁차다. 그런데.. 뭐야? 이 사람들은?? 세상에... 이 가파른 길을 걸어서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난 그래도 말을 타고 올라갔는데.. 여행하다 보면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올라갈 때는 낭떠러지 타고 올라가는 말에 신경 쓰느라 주변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하지만 걸어서 하산길은 대자연을 실컷 보듬고 즐길 수 있는 혜택을 받았다.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이다(11시 15분). 도착하자 기사가 먼저 찾아와 말은 어쩌고 혼자 오냐면서 반겨준다. 휴식 취한 후에 덜컹거리는 러시아제 차를 타고 주차장을 출발하였다(1140분).
사티마을 도착하니 12시 13분이다. 이제 알마티를 향하고 키르기스스탄까지 가야 하는 최장의 시간들이 이어진다. 기나긴 길이 무료하다면 무료하고 즐겁다면 즐겁다. 모든 건 마음가짐의 차이다. 한참을 달리던 기사 갑자기 차 세우더니 이번에는 콜라 한 병 사다 준다. 말없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동 중 색다른 풍경에 사색의 시간 길어진다. 강렬한 태양열에 초원은 타들어간다. 대지는 푸른색에서 노란색으로 컬러 체인지중이다. 지평선 끝자락에는 시커먼 산이 버티고 있다. 햇볕과의 조화로 더욱 검게 보이는 듯하다. 간간히 뻥 뚫린 일자형 아스팔트 길 눈에 들어온다. 마치 몽골의 고비(사막)를 향하여 가는 듯하다.
고도차 심한 높고 낮은 굴곡진 도로를 지날 때는 이곳이 천산 산맥의 험준한 산세임을 알려주는 듯하다.
몽골 사막과 이곳이 메마르고 황량한 땅 임에는 두 곳이 일치한다.
알마티에 도착하였다. 도착이라기보다는 경유지라 함이 옳겠다. 알마티 외곽 도로를 타고 키르기스스탄 국경 코르타이로 향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약 세 시간여면 도착한다. 넓은 영토에 인구밀도가 낮아서 그런지 고속도로는 막힘이 없다. 고속도로 주변에는 말과 염소들이 풀 뜯기에 열심이다. 가축들 풍경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은 지루함을 달래준다. 초원의 대기가 뿌연 현상이 뒤덮여 있다. 대기 오염은 아닌 것 같은데 알 길은 없다.
향후 성공된 일정 소화를 위하여 휴대폰을 켰다. 키리키즈와 우즈베크 지인들에게 텔레그램 연결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와이파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해외 로밍을 하여와도 대부분의 오지에서는 연결이 안 된다. 참고로 이곳 스탄 국가는 한국의 카톡보다 텔레그램이 보편화되어 있다. 3개국 투어 중 첫 번째 카자흐스탄은 무사히 투어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제 한 시간여 후면 키리키즈로 바통 터치다. 국경에 도착했다. 카자흐스탄에서 무탈한 투어를 위하여 도움 준 기사에게 고마움 전하고 안녕을 고했다. 7시 되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저쪽 키르기스스탄에는 또 다른 현지인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정해진 육로를 따라 출입국 관리국 통과대에 도착하였다. 생각보다 간단한 키르기스스탄 입국 절차에 약간은 어리둥절했다. 이번처럼 입국 절차가 간단한 건 처음 경험한다. 짐 감시용 엑스레이도 보이지만 작동은 하지 않는다. 여권만 검사하고 바로 통과하였다.
이제부터는 키르기스스탄이다. 키리키즈 측에 차가 기다려야 하는데 못 찾겠다. 전화 걸어서 통화하고 경찰서 앞에 대기하자 기사가 왔다. 비쉬케키 시내 호텔로 향한다. 어두컴컴한 도로변이 동남아시아 어느 한국가를 지나는 듯하는 느낌이다. 드디어 목적지인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파트너 친구가 바로 로비로 따라 들어왔다. 반갑게 악수 나누고 체크인하고 주변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향후 일정에 대하여 간단한 얘기 나누고 호텔로 돌아왔다. 키리키즈에서의 첫날 호텔은 5성급이다. 아직 여행 초반인데 5성 호텔은 좀 과하다 싶었다. 그래도 파트너가 나를 생각해서 잡아준 호텔인데 내색하지 않고 편하게 묵자. 음.. 꿀 같은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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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키리기즈스탄쪽 국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