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을 샀다.
돼지고기를 샀다.
화장지를 샀다.
물감을 샀다.
연관 없어 보이는 것들의 구매가 오늘을 구성하는 요소이기에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평소와 달라도
지극히 평범한 하루다.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의 순간순간이 어제와는 수없이 다른 하루를 만들어낸다.
핀셋으로 콕 집어내지 않으면 모를 그 순간을
굳이 끄집어내는 이유.
오늘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싶기에.
괜히 지나가는 하루가 특별하다고 상기시키기 위해.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이 감사하다고 느끼고 싶기에.
내일은 물티슈, 스틱 사포, 슬리퍼, 냉각수를 구매할지도 모른다.
오늘과 별다를 바 없는 내일이다.
그래도
오늘과는 조금 다른 내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그림 Rene Wi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