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녀온 아들이 인사와 동시에 가방을 내려놓고는 “그런데 말이에요, 엄마.” 하고 말했다. 자신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워낙 많이 하는 아이라 오늘로 그런 류인가 보다 하며 들었다.
예를 들어 방과 후 바둑 시간에 누구와 몇 점을 깔고, 몇 점 차이로 이겼다느니 졌다느니, 피구 시간에 끝까지 살아남았다느니, 쉬는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다느니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말이다. 물론 듣는 나에겐 시시콜콜 이요, 말하는 아이에겐 매우 중요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에요.”로 시작하는 오늘의 말은 그저 흘려들을 말은 아니었다. 점심시간에 친구의 공을 가지고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아들이 던진 공을 친구가 받지 못했다. 폭신한 작은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땅에 한 번 떨어졌다가 다시 튀어올라, 수풀 혹은 작은 나무들 사이로 숨어버렸다. (아, 이리 기특할 수가. 크기와 재질에 비해 능력이 기대 이상이구나.) 운동장 끝에 쭉 심어진 영산홍 같은 꽃나무들 말이다. 지금은 짙은 풀색의 나뭇잎만 무성하지만 한 때 분홍, 자주, 빨강의 화려한 색으로 자태를 뽐내던 그 나무들.
유치원에서 하원한 작은 아들까지 데리고, 집 밖을 나가면 고생이라는 요즘 날씨에 그늘이라곤 없는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오후 4시에.
대충 휙 보아도 없어서, 들고 간 양산을 접어 긴 막대기 삼아 나뭇잎 사이를 휘적거려 봤지만, 도통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아들은 평소 가지고 다니지도 않는 미니폰을 가지고 나와서는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다 놓쳐, 운동장 끝에 물 빠지는 곳으로 툭 넣어버렸다. 미니폰 본체는 그 위에, 배터리와 뒷면은 보란 듯이 그 아래로. 그나마 그 안에 물이 없어 다행이지.
아... 정말. 킥보드 타고 나온 작은 아들의 볼이 발갛게 익어가는 동안 나의 화도 들끓었다. 아들과 둘이 들어도 무거워서 좀처럼 들리지 않아, 결국 꿈 지킴이 할아버지께 부탁드렸다. 손쉽게 번쩍 드셔서 얼른 배터리와 뒷면을 꺼내고 감사인사를 했다. 이 더위에 할아버지는 뭔 고생. 지킴이실에 에어컨도 나오던데.
미니폰을 찾고, 다시 본격적으로 공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결국 3-40분가량 땡볕 아래 있었지만, 소득은 없었다.
그만 찾자, 없어. 친구한테 새 공 하나 사줘. 하고는 집으로 들어왔다.
대체 그 공은 어디로 간 걸까.
가끔 이렇게 잃어버리는 물건들이 생긴다. 최근엔 여름이 시작되려는 찰나에 양산을 잃어버렸다. 주말에 가족과 나가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근처를 산책했다. 작은 휴양림 같은 곳. 그래서 햇빛에선 양산을 쓰고, 그늘이 지면 양산을 접어 가방에 넣기도 했는데.
다음날, 나가려고 봤더니 양산이 없었다. 가방에도 차에도 신발장 안에도 아무 데도. 대체 그 양산을 어디로 간 걸까.
여름 끝자락도 아니고, 장마가 오기도 한참 전, 이제 좀 더워질 것이오.. 알리는 6월의 어느 날이었다.
내내 궁금했다. 어디에 놓고 와버린 건지.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수는 없다 치자.
그래도 알고 싶다. 대체 어디서 뭘 하다가 챙기는 걸 잊어버린 건지. 오늘처럼 깜박하고 놓고 온 게 아닌 물건은 대체 어디에 숨은 건지.
알게 되면, 오히려 더 아쉬움과 후회가 생기려나.
12시가 넘어서야 선선해지는 이 밤..
내가 잃어버린 모든 물건들이 어디선가 새 주인을 만나 잘 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