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 3

by 허니모카

내 친구 주영인 유부녀다. 결혼 2년 차, 정확히 말하면 1년 3개월째다. 아직 아이도 없다. 그러니 신혼인 셈이고, 남편과도 사이가 좋다. 남편은 가구 디자이너인데, 집에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가구가 여럿 있다. 테이블, 의자, 작은 서랍 그리고 흔들의자.


흔들의자는 남편이 결혼 선물로 만들어준 것이다. 메이플 색에 적당히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아늑하고 안락한 느낌이 든다. 앉으면 앞뒤로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이 아주 기분이 좋다. 처음 의자를 선물 받고 엄청 좋아하던 주영이의 모습이 생각난다.

“이 의자 멋지지 않아? 최고야. 너도 한 번 앉아봐. 어때? 좋지?”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없다보니, 결혼을 하면 누구나 그런 의자 하나쯤은 받는 줄 알았다. 그것도 남편이 직접 만들어준. 물론 살다보니 주영이의 남편이 특별하다는 걸 곧 알게 됐지만. 흔들의자는커녕 손수 뭔가 만들어 선물하는 남자는 흔치 않다. 대개 뭘 사서 주긴 하지만, 그것도 연애 초반에나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시큰둥해진다.


이건 주는 사람 뿐 아니라, 받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남편 주머니에서 나가는 건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야, 라고 주영이 그랬다. 아직 결혼을 안 해 본 난 모르겠지만, 유부녀가 그렇다니 뭐 그런 거다. 어쨌든 주영이의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선물을 건넸다. 그것도 흔하지 않은 특별한 걸로. 그런 남자를 배신하다니. 아, 친구지만 너 정말 너무 했다.


대체 그 남자는 누굴까. 언제 남자를 만난 걸까. 혹시 지난여름 그리스? 설마 거기서? 그래, 그럴 가능성이 크다. 주영인 에세이스트다. 주로 여행이야기를 써서 인터넷에 올린다. 사진도 나름 예쁘게 찍어서 정말 그럴싸하게. 하지만 정식으로 책을 낸 적은 없으니 에세이스트라고 해도 되나.


뭐 어쨌든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 찍고 글 쓰는 걸 좋아한다. 혼자 쓰고 혼자 읽기 보단 남에게 보여주고 남에게 평가받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끊임없이 인터넷에 올리는 걸 보면. 나도 같이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주영인 기차를 타기 전에도 찍고, 타서도 찍고, 내려서도 찍는다. 식당에서 밥을 먹기 전에도, 먹는 도중에도 찍는다.


가끔 주영이가 내게도 포즈를 취하라고 하는데, 난 반갑지 않다. 맛있는 밥을 앞에 두고 그게 뭐하는 짓이야. 식기 전에 먹어야지. 인상을 찌푸려보지만, 소용없다. 그 표정도 마음에 든다며 찍는다. 그래, 찍어라. 제발 올리지나마. 사진작가가 꿈인지, 아니면 SNS에 쉴 새 없이 업데이트를 하려고 저러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물어봤자 “여행 작가는 원래 사진도 많이 찍어.” 라고 말할 테지만. 사실 주영이가 사진만 찍는 건 아니다. 글 쓰는 사람답게 중간 중간 메모를 하기도 한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감정 같은 것도 적고, 어디를 다녀왔는지도 적는다.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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