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 4

by 허니모카

지난여름 주영인 혼자 그리스를 다녀왔다. 처음엔 주영이가 먼저 가서 일주일을 보내고 있으면, 남편이 휴가를 내고 와서 같이 일주일을 지내기로 했었다. 근데 남편의 회사가 갑자기 바빠져서 일정이 틀어져버렸다. 아예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겨울에나 휴가다운 휴가를 쓸 수 있게 됐다.


주영이가 곧 시무룩해져서는 혼자 일주일을 있을까 아예 가지 말까 고민하길래, 겨울에 남편이랑 가든지, 라고 했는데, 갑자기 혼자 간다고 결론 내리곤 여행기간까지 연장해버렸다. 무려 한 달로. 그럴 거면 왜 물어본 거야. 고민은 또 왜 해. 혼자는 좀 심심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다. 요즘은 혼자 여행가는 게 대세라며, 에세이 쓰기에도 좋다고.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공항씬을 연출하나 했더니, 이 부부는 의외로 쿨했다. 남편은 회의가 있다며 공항까지 가지도 않았다. 그 얘길 듣고 나라도 가려고 했지만, 주영이가 괜찮다고 했다. 그냥 조용히 혼자 갔다 오겠다고. 그리고 비행기는 예정된 시간에 떠났다. 친구가 혼자 멀리 여행을 가다니, 뭔가 쓸쓸해지는 기분이었다.


주영인 중간중간 전화로 안부를 전하거나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다. 푸른 바다와 하얀 집이 있는 사진을 보니, 같이 갈 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스쳤다. 물론 주영이가 같이 가자고 하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그 여행에서 남자를 만난 것 같다. 돌아와서 들었는데, 같은 리조트에서 묵었던 사람 중에 한 남자를 여행지에서 자꾸 마주쳤었다고 했다. 아주 신기했다고. 마치 영화 같았다나.


지금 그게 솔로한테 할 말인가. 전부터 느꼈지만, 주영이가 눈치는 참 없다. 내 기분에 상관없이 그저 자기 좋다고 떠들어댄다. 아이고, 남편에겐 말 안했겠지? 이 철없는 친구야.


아무튼 내 생각에 그 남자인 것 같다. 제주도에서 만났던 사람을 우연히 서울에서 다시 봐도 신기할 텐데, 그리스와 서울이라니. 놀라움과 감동은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측정거리,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쑥스러워서 말 한마디 못 건네는 사람도 이런 상황에서라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어! 저기! 그 때 그... 맞죠? 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주영인 낯을 가리는 성격도 아니니, 더 쉽게 반가움을 표현했을 거다. 물론 주영이 혼자 그랬는지, 둘이 동시에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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