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밤이다.
잔잔한 소음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어가는 바람의 감촉
모두 잠든 시간 잠 못 드는 사람들
그들의 고민과 감정들이
밤 기분에 흩어지다가 모아지다가
밤새 반복하며 밤이 되었다가 아침이 되고
노력도 고민도 설렘도
모두 뭉뚱그려
초췌한 모습도 옹졸한 모습도
그마저도 시처럼 보이는 밤이다.
아직 여름인데
이른 가을을 느끼게 하는 것은
이 밤의 선선한 바람 때문이다.
시라고 착각하는 것은 모두 다.
인생이 시 같지 않은 순간은 없다.
시시하거나 지루하거나 재미없거나
다른 시와 다를 바 없거나
그럴 뿐.
어느 순간인가는 정말 시적인 그런 날도 있지 않은가.
나로 인해서건 남으로 인해서건
하다못해 지나가는 바람으로 인해서건.
그림 Raoul Du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