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 6

by 허니모카

이쯤에서 누군가는 반박할지도 모른다. 네가 오해하는 거 아니야? 친구를 믿어야지, 너무 섣불리 앞서나가는 거 아니냐고. 결혼한 상태에서 다른 이성을 좋아한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냐, 그렇게 반할 사람을 만나는 게 쉽냐, 그것도 결혼 10년, 15년 차도 아니고 겨우 2년 차에.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쉽지 않지. 영화나 드라마도 아니고. 게다가 불륜을 미화한 영화를 보면 배우자가 자격미달이다. 불성실하고 애정이 없고 폭력적이기도 하다. 아니면 상대도 바람을 피거나. 그러면 불륜도 정당하단 얘긴가? 아, 딴 길로 샜다. 어쨌든 주영이의 남편은 내가 아는 한 완벽에 가깝다. 그러니 그런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에게 눈을 돌린다는 건 좀 이해가 안 된다.


그렇긴 한데 의심의 여지는 있다.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 사실 주영이가 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 결혼 전에 지금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친구가 있을 때, 그때도 잠시 한눈을 판 적이 있다. 연애를 한 지 2년이 좀 지난 때였나, 글쓰기 모임인지 테니스 모임인지에 나갔다가 거기서 한 남자를 만나 몇 번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때도 나를 붙들고 어쩌면 좋냐, 그 남자가 너무 멋지다, 이래도 되냐는 등의 말을 했었다. 양심에 찔린다고 해놓고, 그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남자와 주말 약속을 잡았다.


그 후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몇 번 했었다. 여럿이 같이 어울리거나 단순히 테니스를 치는 만남은 아니었단 얘기다. 둘이 어디까지 갔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손만 잡는 것에서 그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우린 사생활을 지켜주는 편이라, 더 깊게 물어보진 않았고, 주영이도 자세히 말하진 않았다. 그래도 감이란 게 있다. 그 남자 얘기를 할 때 빛나던 눈동자와 살짝 떨리던 속눈썹, 입가가 올라갈 때마다 생기는 한쪽 보조개. 어쨌든 그런 일이 있었기에 요즘 주영이의 이상한 행동들은 남자 때문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게다가 또 하나의 근거는 여행 사진을 자꾸 꺼내본다. 같이 있을 때도 자꾸 핸드폰 화면을 내게 내밀고는 “여기 멋지지 않아? 여기 노을이 진짜 예술이야. 여기 거리는..”이라고 조잘조잘 댄다. 그러다 말을 멈추고 화면 저 너머의 어딘가로 시선을 옮기며 생각에 젖어든다. 추억 속에 남아있는 그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아마도. 혹은 핸드폰 어딘가에 사진 한 장이 있을지도 모른다. 둘이 같이 찍었거나 혹은 몰래 풍경사진을 찍는 척하며 그 사람의 모습을 조금은 담았을지도.


톡톡 주영의 팔을 두드리면, 그 때서야 눈의 초점이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곤 머쓱해서인지 핸드폰 화면을 슥슥 넘기며 다른 사진들을 보여주곤 한다. 궁금하지 않은데. 내가 궁금한 건 니 머릿속에 떠오른 그 남자인데. 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거니, 뭐 때문에 빠지게 된 거니. 아, 내 일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하니, 그만 생각해야지.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난 그냥 내 할 일만 해야겠다. 생각을 접으니 주영이의 일도 잠시 잊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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