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 8

by 허니모카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터걱. 문이 열리고 주영이 들어왔다. 표정이 좋지 않다. 그새 아쉬운 건가? 방금 보고 헤어졌는데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턱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어! 지금 우는 거야? 순간 당황스러워 말이 안 나왔다. 얼른 고개를 돌려, 커피숍 안 창가 자리를 쳐다봤는데, 남자는 없었다.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끅끅 소리를 내며 주영이 울고 있었다.


괜찮아? 왜 그래? 대체 무슨 일이야? 물어봤지만, 주영은 대답대신 울기만 했다. 테이블 앞에서, 그 남자 앞에서 아마 울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차마 울지 못하고 눈물을 꾹 참았다가 차로 돌아와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흘린 것이다. 그런 주영을 보자니 마음이 아파왔다. 네 감정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깊구나. 널 어쩌면 좋을까. 난 말없이 주영을 안아줬다. 그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오빠가 저녁에 술 한 잔 하자는데, 뭐가 좋을까? 안주를 뭘로 하지?” 주영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안주거리를 찾고 있었다. 펑펑 울 땐 언제고 안주라니. 회복력은 역시 빠르다. 간단히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걸로 찾나보다. 그것도 좀 새롭고 맛있어 보이는 걸로. 물론 쉬운 걸로.


내가 알기로 주영인 요리를 잘하진 못한다. 할 때마다 맛이 다르고, 같은 음식도 다섯 번에 한 번쯤은 맛있고, 두 번 정도는 먹을 만하며, 나머지 두 번은 싱겁거나 짜다. 그래서 배달음식도 종종 이용하는데, 오늘은 직접 할 생각인가보다. 그냥 나가서 먹어. 식당에서 파는 게 최고지. 얼마나 맛있는데. 주영인 들은 척도 안하더니 내 눈 앞에 핸드폰을 내민다. “이거 어때? 맛있어 보이지?” 와, 등갈비다. 오, 완전 맛있어 보인다. 근데 이거 할 수 있어? “근데 좀 어렵겠다. 양념만 사다가 넣을까?” 자기도 두 시간을 투자해봤자 저 비주얼 그대로 재연할 수 없다는 걸 아는지 다른 메뉴로 넘어간다.


“그냥 시켜 먹을까?” 그래, 그냥 시켜. 편하게 살아, 편하게. “아니야, 그래도 해야지. 오늘 할 말도 좀 있고.” 할 말? 무슨 할 말? 설마 그 남자 얘기를 하게? 잠깐만. 너희 헤어졌잖아. 그래서 그렇게 펑펑 운 거고. 아니야? 설마 둘이 손 꼭 잡고 다른 얘기라도 한 거야? 남편과 헤어져, 그리고 나한테 와. 알았어, 그럴게. 뭐 이러면서 드라마 주인공 흉내라도 낸 거야? 그리곤 남편한테 미안해서 그나마 양심이라도 있는 냥 운 거야? 그런 거야, 너? 아, 친구 관계를 끊을까. 너 정말.


“이건 어때?” 어이없어 하는 내 표정도 못 본 채 눈치없이 또 슥 핸드폰을 갖다댔다. 꼬치구이였다. 닭다리살과 대파가 야무지게 긴 꼬챙이에 꽂혀있었다. 아서라, 그거 빼먹다 감정 격해지면 찌를라. 물론 맨살을 파고드는 꼬챙이보다 믿었던 부인에게 당한 배신감이 더 아프겠지만. “이거 해야겠다. 이거 의외로 쉬울 것 같은데. 그냥 꽂아서 굽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양념도 필요한가? 양념은 사면 되지 뭐.” 아서라. 관둬. 접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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