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는 순간 나를 툭 치는 그것은.
멍하니 지내던 허물을 와사삭 부숴버리고 빈 속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나간 시간으로 느끼는 과업은 한여름 바람으로 날아가버리고.
누가 나를 쳤을까.
지친 나를 쿡 찌르는 그것은.
여러 위로의 말들은 가슴 깊숙이 박히는 말 하나없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누가 나를 찔렀을까.
같은 자리를 맴도는 나를 그래도 움직이게 하는 그것은.
등 떠밀려서라도 가게 되는 힘은.
남의 이목에 꼿꼿이 버티든
사물의 잣대에 낮아지든
자존심에 아닌 척하든
그래도 움직이게 하는 그것은.
실패가 무수히 많은 과거의 나이거나
알 수 없어 표현할 수 없는 미래의 나이거나.
그림 Gerhard Rich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