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 10

by 허니모카


도준이 먼저 잠에서 깼다. 어젯밤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하다 보니 새벽을 훌쩍 넘겨 잠이 들었다. 주영은 아직 도준의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머릿결을 한 번 쓰다듬은 다음, 볼에 살짝 입을 맞춘 후 침대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오니, 식탁엔 어젯밤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찌그러진 맥주캔 8개와 소주 한 병. 맥주를 다 마시고, 뭔가 모자라 냉장고에 있던 소주 한 병을 꺼냈었다. 그 옆으로 뭐가 담겼었는지 모르게 흔적없이 사라진 빈 접시 3개, 기다란 포크 2개, 수분이 날아가 볼품없이 말라버린 짙은 풀색의 간장, 바삭한 김이 담겨있던 얇고 투명한 플라스틱 2개, 육포와 골뱅이가 각각 담겼던 접시 2개. 나중엔 안주가 모자라 김과 육포도 꺼냈었다. 그 후엔 소주에 어울리는 골뱅이 통조림도 하나 땄다.


환기 안 된 주방에서 폴폴 냄새를 풍기고 있는 걸 보니, 접시라도 싱크대에 넣어둘걸 그랬나 싶다. 설거지는 안 해도 물이라도 한 번 뿌려서 넣어둘걸. 도준은 익숙한 솜씨로 후다닥 정리를 시작했다. 접시를 설거지통에 넣고, 물을 가득 담았다. 맥주캔과 소주병은 한 번씩 물에 헹궈서 물기를 탁탁 털어 재활용품 봉투에 담았다. 일회용 행주로 식탁도 깨끗이 닦았다. 그리고 설거지를 시작했는데, 몇 개 되지 않아 금방 끝났다. 아침으로 뭘 준비할까 싶어 냉장고 문을 열고 이것저것 살펴보는데, 잠에서 깬 주영이 한쪽 눈을 비비며 안방에서 나왔다.


“언제 일어났어?”

“좀 전에.”

도준이 주영이를 한 번 보고는 다시 냉장고로 시선을 돌렸다. 아래쪽 서랍을 열자 콩나물은 없지만, 황태는 보였다. 황태를 꺼내고 문을 닫았다.

“황탯국 끓일까?”

“좋아. 이건 또 언제 치웠어?”

말끔해진 식탁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 주영이 도준의 뒤로 와서는 허리를 안았다.

“고마워.”

“속은 괜찮아?”

도준의 등에 기댄 주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키키는?”

“자나봐.”

“아직?”

“어, 안 보여.”

“웬일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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