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 11

by 허니모카

주영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거실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제자리에 옮길 때, 도준은 아침을 준비했다. 금세 식탁엔 갓 지은 새하얀 밥과 뽀얀 김이 오르는 황탯국이 놓였다. 김치와 연근조림을 꺼내자 그럴듯한 아침상이 차려졌다. 주영이 먼저 국물 한 숟가락을 떠서 먹고, 만족스러운 고갯짓을 하자 도준도 숟가락을 들었다.

“다른 데서는 아직 연락 안 왔어?”

“어, 아직.”


도준은 주영이 괜찮아보여서 살짝 안심했다. 속은 많이 상했겠지만 “쉽지 않을 거 아는데 뭐. 괜찮아.” 라면서 크게 실망한 기색을 하지 않아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주영이는 최근에 출판사에 출간 기획서를 보내고 있다. 그리스에 다녀와서는 거기서 써두었던 에세이를 조금씩 고치고, 사진을 정리하고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그리고 틈날 때마다 서점에 가서 여행 에세이를 내는 출판사들이 어딘지 살펴봤다. 서른 군데 넘는 출판사에 이메일을 넣었지만, 연락이 없었다.

“다른 출판사도 한 번 알아봐.”

“어. 될 때까지.”

도준이 피식 웃으며 밥 한 숟가락을 떠서 입안으로 가져갔다.

“기획서를 좀 바꿔볼까?”

“왜. 괜찮던데.”

“그냥. 잘 안되니까. 투고는 일단 기획서가 중요하단 말이야.”


며칠 전 열 군데의 출판사에 다시 넣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만나보자는 연락이 왔었다.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주영의 글은 실감나고 조리 있고 재밌다고 했다. 서점에 당장 내놓아도 될 정도지만, 그런 분위기의 여행 에세이는 워낙 많아 막상 출판을 하기가 살짝 망설여진다고 했다. 어젯밤 그 얘길 전하면서 주영이의 표정은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개성이 부족한 거겠지. 개성이. 아, 짜증나.”라면서 맥주를 왈칵 마시던 주영이 떠올랐다.

“그 사람 아마 오늘 일어나자마자 후회했을 걸. 아, 계약할 걸 이러면서.”

그럴리 만무하다는 걸 알면서도 주영이 피식 웃었다.


작은 방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짙은 갈색의 꼬리를 곧추세우고, 킬힐을 신고 걷듯이 사뿐히, 고양이 키키가 걸어나왔다.

“키키. 일어났어?”

주영이 먼저 키키를 반겼다.

“이리 와.”


하지만 키키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더 이상 주영이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가만히 서서 호기심에 살짝 긴장감이 감도는 눈빛으로 주영이와 도준을 번갈아봤다. 도준이 그런 키키를 보더니 어설프게 표정을 따라하며 말했다.

“키키 표정 봐. 되게 웃기다. 뭔가 좀 당황스러운 거 같은데?”

“얘 요즘 되게 예민해. 표정도 뚱하고. 어떨 땐 날 막 안타깝게 쳐다본다니까. 하여튼 이상해.”

“그래?”


주영이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자, 도준도 시선을 국그릇으로 옮겼다. 둘의 시선이 제자리를 찾았지만, 키키만은 처음 그대로 고정시킨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바다를 연상케 하는 푸른 눈동자엔 당혹스러움과 의아함이 스쳤다. 주영과 도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키키는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알려줘 제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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