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를 맞추다 1

by 허니모카

1.


어제는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았다. 난 일할 때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아 어디서든 눈만 붙이면 잠이 든다. 딱히 수면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아도 되는 날조차 눈만 감으면 곯아떨어지곤 하는데, 어제는 예외였다.


너무 늦으면 피곤하고, 그렇다고 일찍 자기엔 모처럼의 밤 시간이 아까워, 요즘 여성들에게 인기라는 연하남이 나오는 드라마를 봤다. 중간부터 봐도 무슨 내용인지 대충 감이 잡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사랑에 빠졌을지 유추가 가능했다. 시청률이 잘 나올 것 같긴 한데, 재미는 없었다. 연애감을 잃었다는 인정보다는 처음부터 안 봐서 그래, 그러니 공감이 안 되지 하며 감정의 메마름을 애써 부인했다.


그러고 나서 이를 닦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왜 이러지? 하며 핸드폰으로 몇 시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다섯 번쯤 거치자 새벽 2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아, 내일 방송국도 가야 하는데. 좀 자자. 재촉할수록 더 말똥말똥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 다 되어서야 깊은 잠에 빠져 알람을 몇 차례 놓쳤다. 5분 간격으로 네 차례 맞춰놓은 알람의 마지막을 겨우 듣고 일어났다. 밤새 일해서 이젠 좀 쉬어야 할 사람의 눈처럼 퀭했다. 몰골이 휴식을 필요로 해도, 출근은 제시간에 해야 하는 법이다.


씻고 수납장을 열었는데, 새 수건이 없다. 빨래가 밀렸었나? 왜 없지? 달랑 하나, 그것도 수건걸이에 걸린 손 닦는 수건만이 남아있었다. 샤워하고 나선 새 수건이어야 뽀송뽀송 좋은데. 선뜻 수건에 손이 가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입던 옷으로 닦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다. 수건으로 톡톡 두드리듯 대충 닦고 나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냈다.


바쁜 아침에 토스트 같은 건 호사다. 그냥 아침엔 우유 한 잔이면 족하다. 우유갑을 잡자, 용량을 짐작할만한 가벼움에 지난밤 퇴근하며 우유 사는 걸 잊었다는 게 떠올랐다. 아, 진짜. 뭐 이렇게 잊은 게 많아. 컵에 따를 만큼도 되지 않아, 그대로 입안에 털어 넣었다. 정말 한 모금이었다. 사막의 낙타는 물을 안 먹어도 열흘은 견딘다던데, 난 우유 한 잔으로 점심시간 전까지만 견딜 수 있다. 그나마도 양을 채우지 못해 오전을 잘 견딜지 모르겠다.


투정 그만 하고 옷이나 입고 나가자. 빨래가 밀렸지만, 다행히 오늘 입을 옷은 하나 있었다. 화장까지 마치고, 그냥 나갈까 하다가 그래도 5분의 여유는 있으니 간만에 고데기를 좀 써볼까 싶어, 콘센트에 꽂았다. 고데기에 적당한 양의 머리카락을 넣고 살짝 돌렸다. 반지르르하게 웨이브 진 머리가 보기 좋았다.


다른 쪽도 같은 방법으로 싸악 돌리는데, 힘이 과했는지 고데기에서 머리카락이 스윽 빠지는 순간 묘한 냄새와 함께 끝이 타버린 게 보였다. 아, 뭐야. 차라리 하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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