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최건우. 3년 전에 헤어진 전 남편이자, 한 때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되던 스타이자 가수다. 지금은 살짝 순위가 내려간 듯 보이지만. 이거였다. 전 남편의 열애설. 이 말을 듣고자, 아침부터 아니 어젯밤부터 일이 순조롭지 않았던 거다. 아침부터 남의 열애설에 기분 팍 상하지 말라고, 미리미리 조금씩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크게 놀라지도 기분이 상하지도 않았다.
“이게 뭐?”
황당한 표정을 기대했던 민영에게 뚱한 표정으로 보답하며, 핸드폰을 건넸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놀란 건 민영이다.
“최건우 연애한다고. 13살 어린 애랑.”
“능력 있네.”
“그래, 쿨하니 좋다. 배 아파하는 것보다 훨씬 깔끔하네.”
그러곤 살짝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아침에 이걸로 한 바퀴 돌았어. 다들 너, 최건우, 재희랑 도마에 올려서.”
아침부터 난도질을 당했던 거다, 빨간불에 걸릴 때마다. 응징하고자 한 건 아니고, 다소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몇 몇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있다가 재빨리 얼굴을 돌리고 딴청을 부렸다.
사람들의 입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다. 그들은 가벼운 사건을 무겁게 말하기도 하고, 무거운 사건을 가볍게 말하기도 한다. 사건의 경중에 상관없이 그저 그들의 기분에 따라서. 하필 오늘은 내가 그들의 입안에 들어가 버렸다. 잘근잘근 씹혀서 툭 뱉어버린 껌이 된 기분이었다. 최건우, 이혼을 해도 나는 널 벗어날 수가 없구나. 니가 연애를 하는 게 나랑 뭔 상관이라고, 내가 사람들의 아침 수다에 걸려야 하는지, 나원참.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전 괜찮습니다, 여러분!”하고 말하는 것도 웃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 무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어도 “기분도 안 좋을 텐데, 말 시키지 말자.”등의 오해나 살 테고. 난 아무렇지 않은데, 정작 할 수 있는 건 없다. 등 뒤로 느껴지는 시선이 따가웠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자리를 피해 주기로 했다. 마침 일도 해야 하고.
“방송국 갔다 올게.”
민영에게만 말하고 회사를 나왔다.
6년 전, 방송국에서 처음 최건우를 만났다. 로맨틱 영화가 다 그렇듯 설렘을 안고 시작해 우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연애를 시작했고, 1년쯤 지나 결혼을 했다. 한 평생 두루미처럼 살겠노라 다짐했다. 두루미는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 지낸다. 짝짓기 때가 되어 솔로 두루미들이 춤을 추며 짝을 찾을 때, 이미 부부가 된 두루미들도 춤을 추며 애정을 다진다. 외모에서 풍기는 고고함 그대로 행동마저도 아름답다. 나 역시 그렇게 춤추듯 행복하게 살고자 결심했었다. 분명 그렇게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킬 줄 알았다, 그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