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불빛 사이로

by 허니모카



뻔한 희로애락 속에 잠깐 반기를 드는 건

타인의 모습과 소리와 표정.

타인의 겸손으로 포장된 자랑을 듣다가

억지스럽게 끼워 맞춘 내 자랑을 얹고

적당히 감칠맛 나는 대화가 나물 무치듯 버무려지면

관계 사이에 있는 건 어떤 식의 유지 통로일까

회의감이 든다.

추상적 사실을 제 몸에 달라붙어 보이게 해주는 말과 서로의 마음을 지키는 적당한 거리.

수많은 대화 속에 이 또한 필요함을 습득했다.

우리의 대화로 너와 내가 존재하는 걸 명확히 드러냈구나.


행사주간, 가로수에 켜진 보라색 불빛을 바라보며 걷는다.

누군가의 노고는 잊고 그저 자연적인 힘이 작용했으리라 믿고 싶어 진다.

지나가던 바람이 저 어둠이 그저 이 길 지나가는 모든 이의 허한 마음을 달래주러 마력을 부리는구나.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네 인생도 찬란하다고.









그림 Gustav Kli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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