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니모카 Feb 21. 2023

일방적인 친절



길을 헤매다 어느 고즈넉한 숙소에 들어갔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고 친절한 주인이 있다.

주인은 내게 맛있는 음식을 주고 지친 나를 재워주었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내게 깊은 잠을 선물하고 더없는 편안함을 주었다.

무대에서 넘어지고 도망쳐 나온 뒤로 매일밤 찾아오던 악몽이 사라졌다.

서로를 알 수 없는 긴 대화에서 주인은 내게 원하는 걸 주겠다고 했다.

그러니 자신에게도 그 값을 달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한 잠이 필요했다.

평소에 절대 먹지 않았을 달달한 음식을 먹고 조금씩 걸었다.

구름 같은 소파에서 잠이 들고 눈을 뜨면 정원엔 새로운 꽃이 피어있었다.

매일매일 이름 모를 꽃들이 피고 졌다.

가느다란 팔다리에 힘이 생기고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해져 있었다.

잠 때문이었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그 숙소를 나왔을 때

보폭이 작아지고 바지 끝단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뒤돌아 주인을 다.

이십 센티나 키가 커진 주인이 나를 향해 친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림  Karen Hollingsworth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을 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