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툭 버린 말에 슬퍼지는 날이 있고
쪼잔했던 어느 날이 생각나 지우고 싶은 날이 있고
초라한 모습이 불쑥 찾아와 보이지 않는 동굴에 틀어박히는 날이 있어,
슬픔이 쪼잔함을 위로하고
쪼잔함이 초라함을 위로하고
초라함이 슬픔을 위로한다.
그 안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단단해지고 무뎌지면
또다시 슬픔과 쪼잔함과 초라함이 찾아온다.
그래도 많은 날들이
슬픔이 덜 슬프고
쪼잔함이 그저 웃기고
초라한 날조차 별 거 아닌 날이 있어
산다.
그림 C.Michael Dud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