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옌 『개구리』타인의 고통을 똑바로 바라본다는 것

책 속에서 마주한 나 _ 9화

by 뉴우바

한 시대의 침묵을 마주하며

모옌의 소설 『개구리』는 한 시대의 그림자를 껴안은 작품이다.
국가 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들의 몸과 삶이 얼마나 깊이 침묵당했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나는 묻게 된다.


“나는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을까.”
“나는 이 세상을 얼마나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가.”

작가는 단지 역사의 기록을 남기려는 것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고통을 끝까지 직시하고, 그 침묵을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고모라는 인물, 그리고 죄책감


이야기의 중심에 선 고모는 산부인과 의사로, 계획생육 정책을 충실히 집행했다. 수많은 생명을 국가의 명령에 따라 지웠지만, 말년에 이르러 누구보다 깊은 죄책감 속에 산다. 그녀의 삶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멈칫하게 된다. 그녀는 단순히 가해자일까, 아니면 피해자일까. 국가의 도구였지만, 동시에 가장 무거운 짐을 껴안고 살아야 했던 사람.


어머니, 왕런메이, 샤오스쯔 같은 인물들은 고모의 그림자를 더 선명하게 비춘다. 출산을 당연시하던 전통, 이름 없이 사라진 여성들의 죽음, 체제 밖에서 남아 있던 인간성의 가능성. 이들의 존재는 하나의 서사가 아니라, 시대 전체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천천히 들리는 이야기들


소설을 읽는 동안, 큰 파도 같은 반전은 없다. 오히려 잔잔히 흘러가기에, 때로는 지루하다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그 잔잔함 속에서 오래 남는 울림이 있다. 무대 위에서 개구리 울음을 흉내 내며 속죄하는 고모의 모습은 말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 장면은 곧, 침묵이야말로 때로는 가장 큰 목소리일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마음에 남은 문장


“역사는 결과를 중시할 뿐, 수단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잖아요.”

이 한 문장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계속 따라왔다. 고모는 바로 그 ‘수단’을 감당한 사람이었다. 피 묻은 손,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 그러나 역사는 그녀를 기록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도 그렇지 않은가. 결과만 남기고, 그 안에서 누가 울었는지, 누가 사라졌는지는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여운


『개구리』는 빠르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천천히, 오래 머물다 보면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한 시대가 남긴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사라진 여성들의 목소리, 그리고 끝내 껴안고 살아야 했던 죄책감.

모옌의 서사를 통해 나는, 그 보이지 않는 삶의 무게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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