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김장을 하기 위해 동생 집에 모였다. 육남매 중에 네 가족이 만났다. 예전에 엄마가 농사지으시던 밭에 동생이 심고 가꾼 배추와 무가 우리를 기다린다. 봄부터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는 시간 동안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가꾸며 지낸 시간 동안 동생이 많이 힘들었겠지만, 그 수고를 알기에 우리는 고맙게 생각하며 동생집 마당에 모였다.
안부를 주고받으며 조카의 취업 이야길 들었다. 간호학과를 다니는 조카는 아직 졸업 전인 마지막 학기 중이지만 이미 취업이 결정되었단다. 기특하다. 집 부근인 ㅇㅇ병원에 취업이 결정되었는데 동생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왜? 가까워서 좋잖아.”
“안 돼. 멀리 가야지. 멀어야 독립하잖아.”
12년의 세대차이일까?
“빨리 독립해 나가길 바라는 거니? 그냥 밥 좀 더해줘라.”
결혼해서 나가 살고 있는 아들 생각이 났다. 아들과 저녁을 같이 먹은 게 언제였던가? 중학교 시절에는 아들은 학원 다니고 나는 일하러 다니느라 각자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급식을 먹고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12시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다. 대학 시절에도 집 떠나 있었고 군대 다녀오고, 원룸에 살면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발령받아 집으로 들어오니 나는 딸네 집으로 손녀 키우러 왔다. 그러다 결혼했으니 내가 아들과 함께 집밥을 먹어본 게 언제인지 아득한 옛날이야기 같다.
동생에게 말했다.
“집에서 직장 근무한다고는 하지만 아들과 친하게 지낼 날도 많지 않을 거야. 직장 생활하고 여자친구 만나고 함께 밥 먹는 날도 많지 않을 텐데 나이 더 들기 전에 같이 잘 지내라.”
그런 말을 주고받았다. 동생과 조카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아들을 품어주고 싶었던 날에 해주지 못한 것들이 많아 아쉬움으로 해본 말이다.
동생의 수고에 우리들 손맛을 넣어 김장 속을 버무리고 모두 점심상에 둘러앉았다. 마당의 한편에 쳐 놓은 비닐하우스에 둘러앉아 삶은 수육과 김장겉절이를 놓고 점심을 먹었다. 세상은 세월이 흘러 많이 변했어도 김장하는 날 형제와 자매 가족이 모여 웃고 농담하는 시간이 참 좋다. 김장김치와 편육 쌈 사이로 우리 가족의 지난 이야기를 비벼 넣으며 왁자지껄한 이야기 속으로 우리들 웃음소리가 높아진다. 동생의 음식 솜씨를 칭찬하며 먹다 보면 어렵고 힘들었던 지난 시간도 그리운 추억이 되어 이렇게 웃음을 준다. 즐거웠던 지난 시간 속의 일은 더욱더 큰소리로 그날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하하 호호 웃음소리 사이로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자가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