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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미 Mar 20. 2024

비행기

배고팠던 그날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읽고 있다. 작가가 교수로 재직할 당시 방학을 이용해 소설을 쓰기 위해 국으로 갔다. 그리고 비행장에서 바로 추방당한다. 이유는 비자가 없어서였단다. 해외여행이 처음도 아니었는데, 활발한 활동을 하고 해외여행도 다녀오신 작가님이 중국 비자를 준비하지 못한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사건과 관련해 책을 읽으며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대학시절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  공산주의 중국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정신적 멀미가 있었다고 한다. 그 경험이 무의식을 지배하며 은연중에 중국여행에 대한 거부감으로 생긴 결과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아리 회원들과 책 아야기를 나누며 내 여행 경험을 이야기를 했다.  이번엔 친구들이 날 보고 황당해한다.


우리 부부는 2013년에 홍콩 여행을 했었다. 흔한 게 자유여행이지만, 그건 젊은 세대나 중년세대의 이야기다. 10여 년 전 우리도 중년이었지만 해외여행이 익숙한 세대는 아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영어를 배웠지만 낯선 사람  앞에서는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울렁증이 있고,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이전에 젊은 시절이 지나갔고, tv 프로그램에 해외여행이야기가 드물던 시절을 지나왔기에, 사는데 바빠 해외여행은 먼 나라 꿈의 세상으로 생각하며 살았던 세대다. 중년이 지나가며 문화가 변하고 해외여행의 기회가 큰일을 치르듯이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건 정말 몇 번 되지 않은 패키지가 해외여행의 전부였다.


패키지가 전부였던 우리도 자유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홍콩이었다. 홍콩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와  멀지 않다는 심리적 이유와 비교적 치안이 좋고, 서울 같은 대도시라고 생각하며 여행을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직전에 딸이 여행을 한 곳이니 우리도 가능할 거란 생각으로 비행기티켓과 호텔을 예약했다. 인솔자 없는 공항 입성이 어리바리하기는 했지만, 크고 작은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누구의 구속도 없이 공항을 헤매며 염색을 하지 않아 흰머리 아저씨가 된 남편과 비행기에 올랐다.


고정관념 속에 비행기는 어느 교통수단보다 서비스가 좋다고 알고 있다. 비행기의 기내식을 기대하며 점심도 거르고 1시 넘어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기내식은 언제 나오나?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저 앞에 앉은 손님이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점심을 거룬 후라 기막히게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기내식 언제 나와요?"

질문이 어이 없었는지 나보다 더 어리둥절한 표정의  승무원이 기내식이 없다고 한다

"저 라면은 뭐예요?"

그건 사 먹는 거라고 하니 이게 무슨 말인가 말이다. 인솔 가이드 없이 처음 타는 비행기였고, 처음 타보는 저가항공이었다. 식사는커녕 서비스 음료조차 없는 비행기가 세상에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말에 친구들이 웃는다.

"아니 미리 예약을 했어야지?"

그건 지금 생각이고, 그때는 무작정 자유여행에 도전한 나이 든 사람이 저가항공도 처음 탔으니 변하는 세상의 문화에 적응이 늦었던 거다. 누구의 조언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해 주면 안 되겠니? 오래전 이야기잖아."


여행은 고정관념을 바꾸어가는 일일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건 내 경험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었으니, 지난 경험을  떠나 새 환경에 부딪치며 내가 알고 있던 고정된 작은 지식과 생각에 다른 점이 있다는 걸 알아가는 일이다. 친구들이 내 이야길 듣고 웃었지만, 10여 년 전 알뜰여행의 배고팠던 첫 경험은 다음 여행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이후에 저가항공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에는 나름대로 부족함 없는 준비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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