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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미 Oct 28. 2023

코스모스 길에서

10월이 참 빨리 지나간다.  


지난 여름이 너무 피곤했었는지 한 달을 거의 병원 나들이로 보냈다. 아프지 않던 남편이 갑자기 병원에서 검사가 이어지니 걱정이 앞섰던지 씩씩하게 보호자 역활을 하고 다녔지만, 남편의 검사가 마무리 되고나니 내 몸이 아팠다. 원래 정기검진이 있는 10월이었기에 병원의 검진과 진료가 예약되어 있었지만  그와는 별도로 병원을 드나들며 약을 먹어야 했다. 마음의 여유도 없이 어느사이 10월이 지나간다.  


문득 창밖을 보니 가로수의 색깔이 변했다. 언제 나뭇잎이 붉게 또는 노랗게 변해버렸나?  이러다 계절의 변화도 느끼지 못하고 가을이 지나가겠네?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나니 가는 예쁜 가을이 아쉽다.   


딸 집에서 가까운 중랑천에 나갔다. 지난 해 가을 예뻤던 코스모스 밭을 기억하면서 어쩌면 올 가을에도 코스모스가 피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걷기를 시작한다는 게 내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했지만  쉬기만 하는 것도 건강에 좋은 일은 아니기에 이제 슬슬 외출을 시작할 시점인 것 같다.  


중랑천 일부가 공사중인 곳이 있기는 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있다. 최근에 흔히 볼 수 있는  노란코스모스가 아니라 어린시절부터 보아왔던 빨강 분홍 하양의 코스코스다. 가는 줄기의 코스모스가 바람이 흔들린다. 남들이 믿거나 말거나 나도 한 때는 가냘픈 몸매의 코스모스처녀 였는데 (ㅋㅋ~~),  이제는 두툼하고 넙적한(?) 어른으로 변해 코스모스 길을 걷고 있다.  


나이드신 부부가 코스모스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다정한 그 모습이 보기 좋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할아버지가  묻는다.

"나도 사진 좀 찍어 줄 수 있나?"

"네. 주세요."

내 말에, 나이가 드니 어떻게해야 사진을 찍는지 모른다며 매우 미안해 하신다.  깜깜한 스마트 폰을 열어 꽃과 함께 할아버지의 사진을 여러 장 찍어 보여드리니 "고맙다"고 하신다.  

"꽃이 이쁘네."

웃으시는 할아버지에게 그 사진에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으로 남길 바란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드린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코스모스 꽃밭의 나들이를 시작으로 이 가을 몸이 좀 더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중랑천 둔치를 걷는다. 가냘프면서 작은 바람에도 한없이 흔들리지만 차가운 계절임에도 예쁜 꽃을 피우는 코스모스처럼,  꺽이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건강을 기원한다. 그런 마음으로 만보걷기를 다시 시작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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