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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미 Nov 05. 2023

반계리 은행나무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에 가면 8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초등학교 앞의 국도가 지나가는  옆의 작은 마을에 있는 은행나무 한 그루다. 나무의 나이는 8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옛날 옛적이 이 마을에 살던 성주 이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심었다 고도하고,  지나가던 노승이 물을 마시고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랐다고도 하는 전설이 있다. 사람들은 나무속에 흰 뱀이 살고 있어 신성시했다는 나무이고, 나무가 한꺼번에 단풍이 들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든다는 전설도 있다.


한 10여 년 전에 이 나무를 알게 되었다. 지금처럼 여행이 일상화되지 않았던 시절의 오래된 여행 사진을 보면 대게는 사찰의 탑 앞에서 찍은 사진이 많다. 우리 젊은 날에는 그랬다. 그러나 시절이 변하고 나니 이제는 여행할 곳도 다양해지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개는 소문난 관광지를 다녔지 내 고장의 오래된 나무에는 무관심했다. 이미 사라져 빈 만 있는 옛날의 사찰 터도 최근에야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는 입장이고 보면 오래된 나무에 대한 관심은 더욱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누군가가 원주에 오래  큰 나무가 있다는  한마디 말을 듣고 찾아가 만난 나무가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다.   


시골 마을에 있는 나무 한 그루. 달랑 한 그루라고 말할 수 없는 게 그 나무가 엄청 크다는 거다.  높이는 아파트 11층 높이인 34.5m이고 둘레는 16.9m  넓이가 31m라고 하는데 숫자만 가지고 그 위용을 상상하지 못한다. 초록의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면 은행나무가 노랗게 변해 간다. 가로수  은행나무보다는 며칠 늦게 단풍이 든다. 몇 년 동안 가을 단풍 든 나무를 찾아가다 보니 11월 초가 되면 나무가 완전히 노란 나무가 된다. 그 나뭇잎이 어느 해는 서서히 어지고 어느 해는 하룻밤 사이에  나뭇잎이 100% 몽땅 떨어지고 만다. 그 절정의 모습을 보기 위해 단풍철이 오면  우리들은 나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며 단풍이 가장 아름다울 날을 기다려 은행나무를 보러 다.  


처음 나무를 찾아갈 즈음에 우리는 아주 편안하게 방문했다. 나들이객 없는 시골의 의 작은 마을 행나무 앞에서 사진 찍고 떨어진 나무잎을 주워 허공에 뿌리며  아이처럼 놀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해마다 사람들이 조금씩 더 늘어나더니 3,4년 전부터는 좁은 마을길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오고 가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좁은 도로가 엉키는 날이 많아졌다. 2,3년 전에는 나무 옆으로 화장실도 생기고 10 여대 주차 공간도 생겼지만 그 주차공간으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들은 사람 없는 평일의 아침 시간을 이용해 한가함을 즐길 수 있었다.  


지난해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올해는 옆으로 넓은 임시 주차장까지 생겼지만 그 주차장으로는 주차이용이 어렵다. 좁은 국도변에 주차된 차량들로 주변이 온통 주차장이다. 올해는 관광객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을 피해 평일에 방문했는데도  이미  국도 주변까지 주차장이 되어 은행나무 주변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반계리 은행나무가 인기가 대단한 나무가 되었다.  


뭐 나무 한그루 가지고 그래?라는 말을 누군가는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무를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나무가 정말 웅장하고 아름답다. 그 위용에 바라보는 마음이 겸손해진다. 나무는 800년을 살면서  인간세상의 회노애락을 다 바라보고 있지 않았겠나? 고려시대였을까? 조선시대를 지나고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를 지나고 한국전쟁을 지나고 ......  사람이 아무리 오래 살아도 100년을 넘기기 힘든데 800년을 살아온 나무 아래 서서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800년이 넘는 나무도 그리 흔하지 않다. 전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들이 많고 가끔 관광을 하면서 1000년 나무도 보긴 하지만  그 세월을 견디며 나무로 살아내고 있음은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다.  


일주일 전에 방문했을 때는 연두가 섞인 노랑이었는데 어제의 은행나무는 노란 잎을 막 떨구고 있었다. 바람 부는 대로 우수수 단풍을 떨어뜨리는 나무를 보는데 "아, 예쁘다" 하는  소리가 옆에서 들리지만 눈물이 날 만큼 안쓰럽고 슬펐다. 거대한 은행나무도 계절의 흐름 앞에 은행잎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우리도 세월 앞에 어쩌지 못하고 굴복하는 삶을 살지 않는가


반계리 은행나무는 이제 전국적으로 인기 나무인 것 같다. 몇 해전 블로그에 나무 소개를 했었다. 그 글을 보고 서울에서 직장 다니는 여성 한분이 며칠 후 일요일에 구경가도 되냐고 길래 " 나는 오늘 상황만 안다. 며칠 더 노란 나무일 수도 있지만 하룻밤 사이에 은행나무잎이  모두 어질 수도 있다"라고 남긴 답글을 보고 그녀가 다음날 연차를 내고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와 택시를 타고 은행나무 아래로 왔다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을 보고 놀랐다. 세상에 나뭇잎이 단 한 도 남아있지 않은 나무로 변했다.  전날은  무성하게 노랑 나뭇잎을 달고 있던 나무인데.  


올해의 반계리 은행나무  단풍은 끝났다. 예년보다 빠르게 나뭇잎이 졌다. 어제 친구에게 노란 나무의 사진을 보냈는데, 오늘 친구가 보내온 사진은 나뭇가지뿐이었다. 어제의 바람과 저녁비가 나뭇잎을 모두 정리한 것 같다.  


강원도 원주 반계리은행나무.  내년 11월 초 다시 다시 아름다워질 나무를 생각하며  브런치에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167호인 주 반계리 은행나무를  소개해 본다.


2023.10.27

보는 방향에 따라 나무의 모양이 달라 보인다. 


2023.11.3
2023.11.4 지인이 보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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