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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넷 Jun 24. 2020

MBTI는 왜 재흥행 했을까

젠지(GenZ) 마음의 숙제, '나 다운 게 뭔데'


"대박, 나 좀 맞는 것 같아. 너희는 뭐 나왔어?"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단톡 창을 깨우는 메시지다. MBTI 링크를 공유하고 결과를 묻는 대화다. 무려 50문항에 육박하는 MBTI 질문에 답을 하고 나온 결과를 토대로 신나게 떠들어대고는 문득 데자뷔가 느껴졌다. 이 상황, 처음이 아니다.


MBTI는 1920년대에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칼 구스타프 융이라는 학자에 의해 고안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이미 널리 통용된 심리 검사의 한 종류로 필자도 고등학교, 대학교 때 이미 진로검사의 일환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다.


헌데, 그 MBTI가 요즘 들어 다시 유행이다. 단톡 창은 물론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신의 성격유형을 인증하고 궁합을 맞춰보는 등 부가적인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뿐만인가, 얼마 전 인기리 방영되고 있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과 이효리, 비가 각자 MBTI를 진행하며 마치 새로운 심리 검사 인 마냥 핫한 이슈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재흥행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MBTI는 왜 이 시점에 재흥행하게 된 걸까? 2020년을 피알러(PRer)로 살아가는 사람인만큼 그 이유를 추론하고 싶은 욕심이 일었다. MBTI의 재흥행은 지금 우리 시대의 어떤 욕망을 대변하고 있는 것인지 나름의 고민을 정리하자면 크게 두 가지다.




1. 젠지(GenZ) 마음의 숙제, '나 다운 게 뭔데'


네이버 키워드 조회수 데이터를 살펴보면 MBTI의 재흥행을 이끈 세대는 1324 세대다. MBTI가 링크 및 결과 이미지를 중심으로 SNS에 공유되며 재흥행한 형태를 설명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1324세대를 규정하는 다른 카테고리가 등장했다. 바로, 젠지(Generation Z)다. 


젠지(Generation Z)는 이제 콘텐츠 산업에서 주요 세력이다. 젠지(Genaration Z)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로 어렸을 때부터 IT 기술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주목할 점은 IT 기술이 '변화'가 아닌 '일상'속에 존재했고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진 IT 기술이 그들에게 미쳤을지 모르는 영향이다.

IT, Information Technology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를 퍼부었고 젠지를 비롯한 우리는 정보를 감당할 기준이 필요했다. '우리는 어떤 정보를 원하고 어떤 정보가 필요 없는가.' 이런 고민을 시작하기도 전에 빠르게 성장한 IT 업계가 해결책을 내놓았다.


바로, '큐레이션.'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와 콘텐츠만을 선별적으로 제시해주는 큐레이션은 이제 비단 콘텐츠 시장을 넘어 우리의 '소비' 영역에도 진출하며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필요해야 하는 것, 좋아할 만한 것, 알아야 할 것을 SNS 광고, 추천 콘텐츠, 뉴스레터, DM 등으로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우리도 모르게 주입된 욕망과 욕 구속에 끊임없이 재화와 콘텐츠를 소비하며 보내는 요즘, 비로소 우리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건가?' '이게 정말 나다운 건가'


젠지의 이런 궁금증은 출판시장의 베스트셀러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보는 에세이는 한결같이 '나의 심리'와 '나의 관계'에 대한 고찰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넷플릭스 한 달 이용료에 달하는 금액을 책에 투자할 만큼 젠지(GenZ)에게 자신 다움을 규정하는 건 마음의 숙제인 셈이다. 



MBTI는 자신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관계 지향적인지 등 자신의 성향을 통용되는 객관적 단어로 규정한다. 본인이 인정하던 하지 않던 스스로를 공통의 언어로 규정할 수 있다는 건 '나 다움'을 찾고 정의 내리고 싶어 하는 젠지(GenZ)들에게 매력적인 심리 콘텐츠였을 거라 풀이된다. 젠지(GenZ)를 비롯해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죽을 때까지 모른 채 살아가니, 비단 젠지(GenZ)로 시작된 MBTI 돌풍에 다른 세대도 혹하지 않을 수 있으랴. 


2.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야. - '소속'되었던 비포 코로나(Before Codiv19)에 대한 염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렸다. 하지만 약 반년여 동안 우린 메신저 창에 갇혀 끝을 알 수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다. 장기간 수행된 반강제적 사회적 거리두기는 'MBTI 궁합' 콘텐츠 흥행의 단초가 되지 않았을까?



이번 MBTI의 흥행은 본인의 MBTI 테스트와 함께 MBTI '궁합', MBTI 연애 유행 등 파생 콘텐츠의 확산도 주된 특징이다. 파생 콘텐츠들의 특징은 테스터 '본인'과 '타인'의 관계를 규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채팅창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단절되어있고, 이모티콘으로 감정과 표정을 전달하지만 물리저 거리를 채울 수 없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제약으로 오는 답답함. 이런 감정들은 요즘 흔히들 일컫어지는 '코로나 블루'라는 심리상태로 발전해 미 규정된 관계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낼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래서 '개인'에 대한 정의를 기준으로 타인의 정의를 비교하고 맞춰가며 이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은 니즈가 반영됐을 수 있다. '아, 저 사람은 0000이라서 이런 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구나' 하는 식의 합리화의 근거를 마련하고 싶었을 수도. 


기승전 '코로나 때문이야'라는 식의 최근 언론 보도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은 1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심리를 건드리며 성장하는 것이 콘텐츠이고, 그 심리가 흔들리는 것이 사회적 상황이니 나 역시 '코로나'를 주된 원인으로 들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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