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동구와 중구의 등록문화재 탐방기-
<이 글은 부산시가 지원하는 부산 원도심에서 한 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인 '한 달 살아보니, 살기 좋은 부산'에 1기 참가자로 선정되어 2023년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부산시의 숙박비 지원을 받아 여행한 기록 중 '부산에서 한 달을 산다면 꼭 하고 싶은 일 한 가지’(개인 자유 미션) 과제를 원도심의 등록문화재 탐방기로 쓴 글이다>
부산시가 지원하는 부산 원도심에서 한 달 살아보기를 체험하는 '한 달 살아보니, 살기 좋은 부산' 프로그램 신청 관련 정보를 마감일에 알게 되어 서둘러 서류를 준비하여 5월 21일 밤에 신청서를 접수하였다.
기간은 창원 한 달 살기 '창원에서 원 없이 머물다' 프로그램을 마치는 날 부산으로 이동하여 1주일을 지내는 것으로 신청하였다. 갑작스러운 신청으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며칠 뒤 선정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Web발신]
안녕하세요.
'한 달 살아보니, 살기 좋은 부산' 운영 사무국입니다.
2023 '한 달 살아보니, 살기 좋은 부산' 1기 참가자로 최종 선정되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생략).......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부산 출신인 우리가 부산을 여행 목적지로 삼은 1주일 간의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운영 사무국의 관계자들의 말을 들으니 1차 참가자들은 10: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되었다고 한다. 주로 젊은 유튜버나 블로거들이 선정되는데 나이도 많은 우리를 뽑아 주니 고마울 뿐이었다.
창원 2주, 부산 1주 여행을 지자체 지원을 받아 해보니 숙박비와 체험비(창원)를 지원받는 만큼 생각처럼 쉽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매일매일 다니면서 사진 찍고 저녁에는 그 글을 정리하여 사진과 함께 SNS에 올리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는지 3주간의 여행 후에는 며칠간 몸살을 앓는 후유증이 있기도 했다.
특히 부산 한 달 살기 운영 사무국은 타 지역에 비해 과제를 좀 더 체계적으로 부과해 주는 편이라 나름 계획도 미리 세우고 여행지들을 연결하여 스토리를 만드는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과제를 만들고 나니 의미 있는 자료가 되었다.
부산 한 달 살기 운영 사무국의 지원 조건은 프로그램 운영 기간 중 다음에 부여된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❶‘나만 아는 부산’관광지 1개소 발굴 및 SNS 콘텐츠 제작(체류 기간 중 1회) ❷ 지역 관광 및 체험 프로그램 참여 후 개인 SNS 업로드(체류 기간 중 매일 1회) ❸‘부산에서 한 달을 산다면 꼭 하고 싶은 일 한 가지’(개인 자유 미션) SNS 업로드(체류 기간 중 1회)
나는 1번과 2번 과제는 6월 24~30일의 여행 기간 중에 수행하였다. 1번의 '나만 아는 부산 관광지' 1개소 발굴은 여행 중인 6월 27일 내 블로그에 올린 '부산에서 꼭 가봐야 할 곳, 부산의 독립운동가 안희제를 기억하는 백산기념관' 글에서 백산기념관을 소개하였다.
이 글을 브런치스토리에는 7월 11일에 '부산의 독립운동가 안희제를 기억하는 곳, 백산기념관'이란 제목으로 게재하였다.
개인 자유 미션은 한 달 살기 신청을 할 때 신청서에 간략하게 계획을 써서 제출해야 하는데 나는 부산 원도심지(동구, 중구, 서구, 영도구)의 근대문화유산 탐방을 계획하여 국가등록문화재를 중심으로 탐방하였다. 부산의 원도심지는 조선시대부터 일본과의 교역이 이루어지던 곳이라 왜관을 비롯한 일본인 거주 시설들이 많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인들의 거주지와 관청, 상업 시설들을 세우면서 근대 도시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부산의 근대 문화재 역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일본 근대 건축물의 범주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
동구의 국가 등록문화재로는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 부산 초량동 일본식 가옥, 부산 구 백제병원, 구 부산나병원기념비가 있다. 그중에 여행 기간 중 비 오는 어느 날 수정동 일본식 가옥을 방문하였다. 우리 나이쯤 되면 옛날 어릴 때 주변에 일식 가옥들이 많이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이색적이고 특별한 감흥은 없지만 이제는 흔치 않은 가옥들이라 옛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이 있는 곳은 부산시 동구 홍곡로 75 (수정동)이다. 목조로 지은 2층의 주건물과 1층의 창고 건물 2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건물은 건축면적 204.79㎡에 지어진 2층 건물의 연면적은 332.76㎡이고 창고는 12.4㎡이다.
일제 강점기 때인 1943년에 건축된 일본식 건축물이다. 3칸 맞배지붕의 대문과 남향하는 몸채의 2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몸채 대부분은 일식 목조주택으로 건축되었는데 현관 우측 부는 콘크리트블록을 쌓은 방식인 조적조로 마감되어 있다. 현재 1층의 세 방중 한 곳만 다다미가 남아 있고 일부는 온돌방으로 개조되어 있다.
2층은 전형적인 일식 주택의 엔가와(일본식 집에서 거실 끝부분을 마루식으로 확장해 만든 통로)와 장마루를 설치한 복도 및 다다미방이 원형대로 남아 있다. 의미상 방 3개로 구분되어 있고 내부의 장지문이 없다. 3개의 방을 통합해 한 개의 넓은 방으로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아 사회 교류의 장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한다. 바닥에 다다미를 시설한 실내에는 도코노마(일본식 방의 상좌에 바닥을 한층 높게 만든 곳으로 벽에는 족자를 걸고 바닥에는 꽃이나 장식물을 꾸며놓는다), 쯔케쇼인(툇마루에 내달아 설치한 돌출창 같은 부분), 명장지(빛이 잘 들도록 얇은 종이를 바르거나 유리를 끼운 장지. 장지-방과 방 사이, 또는 방가 마루 사이에 칸을 막아 끼우는 문), 다다미, 일식 창호문양 등 세부적인 디테일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고급 일본식 건물의 의장 요소와 변화 있는 실내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데 2층의 실내 공간 구성과 치장은 일본식 전통주택의 형식을 철저히 따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인문학 강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하고 전시 패널이 있어 '문화공감 수정'과 개항 이전 수정동 일대의 역사가 설명되어 있다.
부산 수정동 일본식 가옥은 대일 교류의 현장이자 수탈의 중심지였던 부산 동구의 근현대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로, 일본식 목조 주택의 양상과 고급 장식을 고스란히 간직해 근대기 주택 건축 사료로 가지가 높은 점을 인정받아 2007년에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2011년부터 관리를 맡아 2016년 재개관한 근대 건축물로 일제 강점기 근대 주택 건축사와 생활사 연구에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 곳으로 평가받는 공간이다. 현재는 지역민과 방문객을 위한 문화사랑방으로서 '문화공간 수정'이라는 이름으로 개방하고 있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 부산시 동구의 국가등록문화재 찾아보기
부산시 중구의 등록문화재로는 부산 복병산배수지와 대한성공회 부산주교좌성당이 있다. 중구의 등록문화재로 찾은 곳은 대한성공회 부산주교좌성당이다. 모자이크 제단화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지만 1926년에 헌당된 서울성당보다 2년 앞선 1924년에 지어졌다.
1903년 부산에 들어와 있던 일본인 성공회 신자들이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성공회 부산교회가 시작되었는데 캐나다 선교사인 스티븐 카트라이트(Stephen Hayter Cartwright, 1875–1909)가 한국에서 풍토병으로 숨지면서 나온 사망보험금으로 1914년에 당시 대청동 2가 385평을 매입하게 되어 성당 건축의 초석이 되었다고 한다.
1924년 10월 31일 40여 평 규모의 성당 건축을 완성하여, '성 구주 성당'으로 이름 짓고 마크 트롤로프 주교의 집전으로 축성하였다. 성당의 형태는 우측 회랑 부분(1964년 증축) 외에는 건립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는 100년 가까이 된 기독교 건축물로서는 이 성당이 유일하다. 이 지역 근대 종교 건축 연구의 중요 자료인데 설계자와 건축 과정 등의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 해방 후 1946년에 초대 한국인 관할사제로 임인제 요셉 신부가 부임하면서 일본인 중심 교회에서 한국인 교회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 성당은 268.4㎡ 크기의 건물 1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소지는 부산광역시 중구 대청으로 99번 길 5-1 (대청동 4가, 성공회주교좌성당)에 있는데 부산의 경제를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만들었던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현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건물의 건너편 골목에 위치해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벽돌조 건물이다.
처음 지을 때는 내부 평면을 1랑 식 장방형 평면으로 구성하였으나 1964년 증축할 때 측랑(교회 내부에서, 측면에 줄지어 늘어선 기둥의 밖에 있는 복도)을 건축하여 변형된 2랑 식 평면구성을 갖고 있다. 2013년에 문화재청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하였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 부산시 중구의 국가등록문화재 찾아보기
*부산 원도심지 중 서구의 등록문화재는 이어서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jun-story/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