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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차니피디 Nov 01. 2020

영덕 블루로드와 목은 이색

가족 둘레길 걷기 프로젝트 No.10

동해의 푸른 물결을 따라 걷는 길, 영덕 블루로드를 아시나요?


열 번째 둘레길은 축산항 전망대에서 출발해 경정 해변까지 왕복 9km 코스를 정했습니다.

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흐리고 비도 간혹 내렸어요.

우선 출발지인 축산항으로 향했습니다. 

반환점인 경정 해변을 알려주려고 했더니 도로가 막혔네요.

9호 태풍 마이삭의 피해로 통행금지가 되었습니다.


산길을 따라 축산항에 도착했더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요.

랜드마크인 블루로드 다리가 파도에 파손되어서 출입금지였고 마을 주민들이 피해 복구를 하고 있었네요.

난간은 파도와 바위에 부서졌고요.

자연의 힘 앞에 나약한 인간임을 보았습니다.

반대쪽 전망대 진입로에 가니 주차장에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떨어져 태풍의 위력을 간접 체험했습니다.

이 정도면 자동차도 날아갔겠어요.

전망대로 이어진 나무데크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걸었습니다.

숲도 바람에 휩쓸려 나무가 부러지고 산책로인지 전쟁터인지 구분이 안됩니다.

이렇게 높은 곳까지 파도가 쳤다는 증거가 바로 해양 쓰레기입니다.

최소한 해수면에서 15미터 이상에 있는 산책로까지 파도가 올라왔네요. 

유신이가 쓰레기를 보고 한마디 합니다.


"아,,, 사람이 버린 쓰레기가 다시 사람에게 돌아왔어요. 함부로 버리면 안 돼요."

   

죽도산 둘레를 걸으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바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못하겠구나.

인근에 가볼 곳을 찾아보았다. 

가까운데 목은 이색 선생의 유적지 괴시리 마을이 있었다. 

정도전과 정몽주의 스승인 목은 선생은 고려 말의 학자입니다.

자연탐험에서 역사탐방으로 둘레길을 바꾸었네요.

괴시리 마을은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산 아래 형성된 조선시대 전통마을입니다.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예천 금당실마을 같은 곳이죠.

천천히 걷기에 좋았습니다.

어느 고택은 카페로 만들어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쉼터가 되었네요.

빗방울이 떨어지는 마당에서 한참 동안 고택을 바라보았습니다.

목은 선생의 생가터로 향했습니다. 

산의 중턱에 기념관이 있고 녹색의 잔디에 비석이 있네요.

집은 사라지고 집터만 남았습니다.

옆으로 이색의 산책로가 소나무 향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이색의 길을 따라 아이들과 걸어서 산을 넘었습니다.

바닷길과 다른 산길입니다.

움직이는 바다는 멀리서 보면 수평선입니다. 정적이죠.

움직이지 않는 산은 멀리서 보면 산맥이 역동적으로 펼쳐집니다. 동적입니다.

가까이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것이 반대입니다.

관점의 차이겠죠. 

저는 바다보다 산이 좋습니다. 

시니차니가 자라면 높은 산에서 웅장한 백두대간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차니 생각>

오늘은 걷지 않고 그냥 집에 가고 싶었어요. 도로는 파도에 부서져 길이 끊겨있었거든요. 근데 깨달았어요. 가족이 함께 길은 찾아보면 또 다른 길이 보인다는 것을요. 100km를 걷기 위해 조금씩이라도 걸어야 하니까요. 오늘은 신발을 벗고 마루에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방울을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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