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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차니피디 Jun 05. 2022

아빠의 일터, 자녀의 배움터

일을 하다가 잠시 머리를 식힐겸,

사무실 7층 루프탑에 올라 경치를 살펴보았다.

남쪽 숲을 경계로 제철소의 회색 굴뚝이 보인다. 거대한 산업도시가 선명하다. 그 위치는 50년 전에는 어촌이었고 모래사장이었다. 고요한 어촌은 뿌연 연기와 불기둥을 밤낮으로 내뿜는 공장으로 변했다. 농업과 어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의 수십 배 월급을 받으며 지역의 젊은이들은 제철소에서 땀을 흘렸다. 도시에는 일자리를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볐고 50만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자연스레 가족이 만들어졌고, 자녀가 태어나 학교가 필요했다. 박태준 회장님은 공장의 소음과 오염물질이 걱정되었을까? 직원들의 거주 지역은 제철소에서 몇 km 떨어진 숲속에 자리 잡았다.​


지곡동은 숲속에 있다.

이곳에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만들어졌고 대학교까지 자리 잡았다. 왼쪽 사진은 동쪽으로 향한 포항제철소와 포항제철 초등학교다. 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공을차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뒤로 보이는 공장 굴뚝과 대조적이다.


오른쪽 사진은 서쪽에 위치한 POSTECH(포항공대) 캠퍼스다. 메타세쿼이아와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건물과 조화롭다. 35년 동안 2만 명의 학생이 배우고 졸업했고, 경쟁력있는 대학으로 성장했다. 


잿빛 하늘 vs 청명한 하늘​


같은 시간에 찍었지만 한쪽은 회색 연기가 뿌려진 듯 뿌옇다.

우리 아빠들은 세상의 소음과 먼지 속에서 땀 흘려 일하고,

그 자녀들은 깨끗하고 파릇파릇한 자연 속에서 꿈을 키우며 성장한다.

아빠의 일터와 자녀의 놀이터가 공존하는 도시가 포항이다.


저녁에 집에서 다시 만난 아빠와 아이들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궁금하다.

땀 범벅된 석탄 먼지와 운동장 모래 먼지를 같이 씻어 준다면,

서로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래서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다면,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아닐까?


오후에는 사무실 주변에서 산책을 했다.

중앙 분수대에 솟구치는 시원한 물소리가 듣기 좋다.

오늘밤 우리 가족이 보낸 하루 이야기가 궁금하다.


#아빠의하루

#자녀의하루

#아빠의일터

#자녀의놀이터

#포항의두얼굴

#잿빛하늘

#청명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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