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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31. 2023

우울은 사회적 불균형의 결과다

[책을 읽고] 요한 하리,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아주 선정적인 한글 제목과 달리, 원제는 <상실된 연결(Lost Connections)>다. 우울증의 원인이 연결의 상실에 있으며, 따라서 그 해결책은 그 연결을 다시 잇는 것이다.


이 책의 강점은 무엇보다 일직선으로 달리는 결론까지의 우직한 전개다. 우울은 불안, 불행과 연결되어 있으며, 해결책은 사회적 맥락에서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한 농부가 지뢰를 밟아 왼쪽 다리를 잃었다.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우울증에 걸렸다. 의족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농사 일을 하기는 힘들었다. 의사와 이웃들은 그 사실을 파악하자마자 한 가지 일을 했다.


이들은 농부에게 젖소를 사줬다. 몇 달 후,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 심각했던 그의 우울증은 사라져버렸다. (324쪽)


당연한 얘기다. 외인성 우울증에 알약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저자가 지속해서 강조하듯, 우울증은 뇌내 화학물질의 불균형이 아니라 사회적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다.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우울증에 기여한다.


우울증은 단순히 나쁜 사건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이 있을 때 발병하는 것이었다. (119쪽)


이를 저자는 '절망의 일반화'라 부른다. 결국 불행을 만드는 것들이 우울증도 만든다. 통제감의 상실, 연대감의 상실, 자연과의 접촉 상실 등등. 우울증은 결국 소외의 결과다.



사회적 맥락에서 원인을 찾고 고쳐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강력한 실험 결과가 있다. 4~5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 못된 친구와 놀거나, 장난감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착한 친구와 노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장난감 광고를 보고 난 다음에 선택을 할 경우, 아이들은 대개 장난감을 가진 못된 친구를 택했다. 광고를 보지 않은 아이들의 선택은 그 반대였다.


18개월 된 아기들도 자신의 이름을 채 알기 전, 맥도널드 햄버거의 M을 알아본다. (208쪽)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8명이 전 세계 인구 하위 50%보다 더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월 스트리트에서 일어났던 <점령> 운동에 대해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행복해지려는 노력이 오직 미국에서만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든다고 말하면서, 그것이 결국 미국 사회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불행한 이들이 우울하다는 걸 사람들이 이제까지 몰랐을까? 그럴 리가 없다. 가난으로 불행해지고, 그래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알약을 처방하는 이유는, 그를 가난에서 구해주는 것보다 알약이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 또한 그쪽이 이득이 된다. 


그러나 제약회사도 사회 전체도, 그 이득은 단기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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