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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ug 15. 2023

좋은 엔딩이란 참 어렵다

픽션에서 좋은 엔딩이란 참 어렵다.

영화 중에서는 일본 영화 <내일의 기억>, 그리고 우리 영화 <한공주>의 엔딩이 참 좋았다.

영화 자체는 별로였지만 엔딩이 좋았던 영화로 <화려한 휴가>가 있다.

반면, 영화 자체는 훌륭했지만 엔딩이 별로였던 영화의 목록을 만든다면 끝도 없을 것 같다.


소설도 그렇다.

시작 부분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소설은 아주 많다.

그 분위기를 중간 이후까지 끌고 가는, 소위 <페이지 터너>도 많다.

그러나 그걸 끝까지 이어가는 소설은 거의 없다.


소설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 만화에서는 우라사와 나오키가 대표적이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오프닝, 그리고 뒤가 자꾸 궁금한 중간, 그러다가 뱀은 고사하고 지렁이 꼬리만도 못한 마무리.

히가시노 게이고의 <브루투스의 심장>은 뒤가 궁금해서 잠 자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엔딩은 정말 손에 잡히는 뭔가를 집어던지고 싶은 수준의 처참한 퀄리티.


우라사와 나오키의 모든 만화가 용두사미라는 사실은 굳이 다시 확인할 필요도 없다.

반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엔딩까지도) 훌륭한 소설이 여러 권 있어, 책이 새로 나오면 망설이게 된다.

<나미야 잡화점>, <백야행>, <녹나무 파수꾼>, <용의자 X> 등 걸작들 말이다.


***


문득, 최근에 읽은 소설들의 엔딩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스포일러는 없다.)


<불펜의 시간> - 나쁘지는 않지만 아쉬운 엔딩. 서사 측면에서는 중타 이상이나, 주제 측면에서는 반역 엔딩.


< 17일> - 소설이라기보다는 거의 다큐멘터리라서 엔딩이랄 게 없다. 현실 사건 엔딩은 물론 실망스럽다.


<코리안 티처> - 전형적인 현대 소설 오픈 엔딩이나, 책임감이 없지는 않고, 나쁘지 않다.


<다른 사람> - 연중한 듯한 엔딩. 갑자기 수습된 엔딩.


<물의 아이들> - 환상적이다. 동화지만, 고전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책만 보는 바보> - 역시 팩션이지만, 정말 좋은 엔딩이다. 이덕무 좋아한다면 이 책은 반드시 보시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웹소설에 뭘 바라나.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 끝맺음은 했으나 억지스럽다. 이 작가 책이 두 번째라서 예상 가능했던 엔딩.



<월요일의 말차 카페> - 이 작가 첫 책이라서 그런지 매우 좋았다. 수미쌍관 엔딩.


<홍당무> - 시트콤 같은 느낌이라 엔딩이랄 게 없다. 소설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어느 날, 정글> - 어린이용 소설 수준의 엔딩. 명작 만화 본 느낌. 뻔한 엔딩.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 혐오스럽다.


<어떤 은수를> - 중편 3개 모음. 80%까지 흥미진진했던 <히나와 히나>의 엔딩은 실망스럽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말이 필요 없다.


<원청> - 연중 엔딩. 위화는 이제 안 읽을 듯.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 요나스 요나손한테 뭘 바라나. 이 사람 책 자체가 무책임 덩어리인데.


<외사랑> - 전형적인 히가시노 게이고. 아니, 처음부터 재미없었으니 오히려 새롭다.


<로미오와 줄리엣> - 워낙 익숙한 스토리라 그렇지, 이 희곡의 엔딩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생각해보라.


역시, 엔딩은 어렵다.

오늘 하루라도 잘 마무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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