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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Sep 13. 2023

칼 든 강도가 뒤에서 쫓아온다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운동 (4) 인터벌 훈련

고강도 인터벌 훈련(High-Intensity Interval Training)을 줄여 인터벌 훈련, 또는 HIIT이라 부른다. (HIIT이라고 하니 발음도 날렵한 것이 뭔가 있어 보인다.) 


인터벌 훈련의 핵심은 고강도 구간과 저강도(또는 중강도) 구간을 번갈아 수행하는 것이다. 저강도 구간은 쉬는 구간이라 생각하면 된다. 다만, 근육 운동에서 쉬는 구간과는 달리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실내 자전거라면 페달을 천천히 돌리면서, 버피라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호흡을 고른다. 숨은 "조금" 차지만 띄엄띄엄 대화가 가능한 정도로 쉬는 구간의 운동 강도를 조절하면 된다.


인터벌 훈련 관련한 책으로는 그레첸 레이놀즈의 <1일 20분 똑똑한 운동>을 추천한다. 인터벌 훈련을 포함해서 웬만한 운동에 관한 궁금증이라면 뭐든 해결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내가 그동안 읽은 운동 관련 서적 수십 권 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가장 간단한 인터벌 훈련은 달리기다. 30초를 전력으로 달리고, 1~2분을 천천히 뛰는 것을 번갈아 3~5회 반복하면 된다. 처음에는 30초가 쉽지 않을 테니 10초 정도에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트레드밀을 사용하면 정확하게 시간을 배분할 수 있어 좋다. 미리 알려두지만, 절대 쉽지 않다. "전력" 질주라는 단어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말이다.



버피


HIIT의 최고 히트 상품은 역시 버피다. 30초에 걸쳐 10개의 버피를 하고 30초를 쉬면서 10세트 하는 것을 추천한다. 쉬는 동안에는 앉거나 서 있지 말고 양발을 제자리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저강도 움직임을 유지하며 숨을 고른다. 제자리걸음으로 무릎을 높이 들거나, 사이드 잭 내지 점핑 잭을 하거나, 몸을 괴롭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버피 "테스트"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버피는 원래 체력 측정용으로 개발되었다. 누구라도 처음에 시도하면 쉼 없이 수십 개는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체력이 "측정"된다. 그러나 운동 루틴으로 꾸준히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가장 표준적인 버피는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


- 어깨너비로 양발을 벌리고 바른 자세로 선다. 양팔은 가지런히 늘어뜨린다.

- 스쿼트 자세로 내려간다.

- 양손을 바닥에 짚고, 양발을 뒤로 차서 다리를 쭉 뻗는다. 순간적으로 플랭크 자세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 푸시업을 1회 한다.

- 다시 발을 앞으로 차올려 양손 옆에 위치시킨다.

- 일어나면서 팔을 높게 올리고 점프한다.


표준형을 변형하여 다양한 강도의 버피를 만들 수 있다. 가장 흔한 형태는 푸시업을 생략하는 6동작 버피다. 더 강한 운동 효과를 원한다면, 점프를 높게 하거나 점프 대신 점핑 런지를 하거나, 점프와 동시에 앞뒤 또는 옆쪽으로 이동하거나, 한쪽 발을 들고 전체 자세를 수행하는 등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 몸을 더 괴롭혀 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어느 경우든, 자세가 정확하게 유지되도록 주의하자. 버피는 힘든 운동이므로 멍한 기분으로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흐느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상 촬영이 바른 자세 잡기에 도움이 된다.


10회를 1세트로 하여 중간에 저강도 움직임 구간을 적당히 섞어 10세트를 반복한다. 느리게 해도 12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중간에 길게 쉬면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HIIT가 아니다. 쉬는 것은 아무리 길어도 1분을 넘기지 말자. 중간에 1분을 쉰다면 10세트에 14~15분 정도가 걸린다.


https://www.inmotionoc.com/burpees-calories/


버피의 장점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다. 다른 HIIT 계열 운동과 마찬가지로, 버피는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동시에 하는 효과를 낸다. 동작들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스쿼트, 푸시업, 점프를 섞어 놓은 것 아닌가. 온몸의 근육을 거의 다 사용한다고 봐도 될 것이다.


또한 버피는 현재 몸 상태를 '테스트'한다. 지금 어떤 부분이 가장 취약한지 알려준다. 나의 경우, 처음에는 숨 차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심폐 기능이 제일 취약했던 것이다. 지금은 상완부가 제일 아프다. 팔이 허약한 것이다. 스쿼트를 꾸준히 해서 그런지 다리가 아프다고 느낀 적은 없다. 물론 이것은 운동 중에 그렇다는 말이다. 운동이 끝나면 그야말로 삭신이 쑤신다. 피곤해서 잠도 잘 온다.


체중과 운동 강도 등 많은 요소에 따라 다르지만, 버피는 일반적으로 분당 10칼로리 정도를 태운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버피 1회에는 3초가 소모되므로, 버피 20개 당 10칼로리다. 10분 동안 100개를 한다면 50칼로리를 소모하는 셈이다. 이 수치는 체중 70kg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체중 56kg인 경우라면 버피 20개당 8칼로리, 84kg인 경우라면 12칼로리를 태운다. 다만, 이 수치들은 6동작 버피, 즉 푸시업을 생략한 버전을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므로, 위에서 설명한 8동작 버피(풀 버피)인 경우 태우는 칼로리는 조금 더 올라간다.


https://www.healthline.com/health/exercise-fitness/how-many-calories-do-burpees-burn


자신의 VO2 max 값을 알고, 운동 중에 심박 측정이 가능하다면 다음 계산기를 이용해서 계산해 볼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운동 후반부 저강도 구간에서 심박을 측정해 보면 대략 170 정도가 나온다. 이 값으로 계산하면 10분 운동에 무려 161칼로리를 태우는 것으로 나온다. 운동 중 평균은 그보다 낮을 테니 140을 넣어도 118칼로리는 나온다.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버피는 그 어떤 운동보다도 시간당 칼로리 소모에 탁월하다.


https://www.omnicalculator.com/sports/calories-burned-by-heart-rate



실내 자전거 HIIT


집에서 할 수 있는 HIIT로는 실내 자전거가 있다. 마이클 모슬리와 페타 바가 함께 쓴 책, <미친 듯이 20초>에 나오는 방식을 소개하면 이렇다.


- 1분간 워밍업, 즉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 30초 동안 전력으로 페달을 밟은 후 3~4분 동안 페달을 천천히 밟으며 쉬는 것을 4~5차례 반복한다.

- 2분간 마무리 운동으로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30초 전력 구간 후 3분 30초 동안 천천히 페달을 밟는 것을 1세트라 하면, 4세트에 16분, 5세트에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조금 모자란다. 7번 반복하면 28분이니, 워밍업과 마무리 1분씩을 더해 30분으로 하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30초 전력 구간에 2분 30초 느린 구간을 한 세트로 해서 9번 반복하고, 워밍업과 마무리를 더해 30분으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 전력 질주는 30초 대신 1분으로 스퍼트를 해본다. 전력 페달 구간에서는 버피할 때와 비슷한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런 고생을 나는 왜 돈도 받지 않고 하고 있는 걸까. 


30초는 한없이 느리게 지나가고, 2분 30초는 빠르게 지나간다. 그러나 운동을 마치고 나서 용솟음치는 도파민이 이 모든 것을 보상해 준다.


자전거든 달리기든, 전력이라는 말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인터넷을 뒤져보면 전력 구간이 너무 느긋한 영상이 많다. 칼 든 사람이 뒤에서 쫓아 오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전력 질주 아닐까. 따라서 전력 구간에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외마디 비명이라면 모를까.


사실 이런 설명이 굳이 필요할까? 전력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안다.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자기기만이 필요하다면 굳이 인터벌로 자기 몸을 괴롭힐 이유가 없다. 그냥 설렁설렁 진행해도 운동은 운동이니까.


(c) unsplash - Nicolas Hoiz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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