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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Sep 29. 2023

단백질, 얼마나 먹어야 하나

[책을 읽고] 제이슨 펑 등, <어떤 몸으로 나이 들 것인가> (2)

제이슨 펑은 당뇨병 전문가이고, 탄수화물 섭취 제한과 간헐적 단식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가 공저자로 참여한 이 책은, 단백질 섭취에 관한 책이다. 이 책에는 탄수화물 섭취 제한은 물론 간헐적 단식, 운동, 그리고 몸에 좋다는 각종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지만, 다른 책들과 차별되는 점이라고는 단백질 섭취에 관한 내용뿐이다.


그래서, 단백질은 얼마나 먹어야 할까?



노화는 성장의 부산물


앞의 글에서, 이 책의 노화 파트에 대해 나름 혹평을 했지만, 이 책이 노화에 대해 내리는 결론은 명확하고, 설득력이 있다.


노화는 성장의 결과라는 것이다. 생명체 입장에서는, 에너지가 남아돌아야 성장이든 번식이든 할 수 있다. 에너지가 모자라는 상황이라면, 생존에 집중하며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유전자의 지존 명령은 번식이지만, 상황이 좋지 못하니 일단 웅크린 자세로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따라서, 노화의 속도를 늦추려면 에너지를 줄이면 된다. 이것을 저자는 성장과 생존의 대결 구도로 설명한다. 우리 몸이 성장 모드로 들어가면, 노화가 가속된다. 반대로 우리 몸이 생존 모드에 있을 때, 노화는 느려진다. 이렇게 간단하다.



성장 요인은 모두 노화를 가속한다


동물 실험에서, 칼로리 제한은 모두 수명을 연장했다.


칼로리를 40% 제한한 쥐들은 수명이 약 20% 연장된 데 비해서, 10% 제한한 쥐들의 수명은 약 15% 늘어났다. (61쪽)


인슐린은 대표적인 성장 호르몬이다. 오죽하면, 인슐린유사성장인자(IGF; insulin-like growth factor)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다.


IGF-1은 성장을 촉진하여 생물체가 더 커지고 더 빨리 번식하며 상처가 더 잘 아물게 한다. 이는 아이를 갖기 위한 생존 경쟁에서 큰 이점이다. 그러나 노년기에는 높은 IGF-1이 암과 심장병, 조기 사망에 이바지한다. (32쪽)


실제로, 인슐린 수용체를 제거한 쥐는 비만이 되지 않으며 오래 산다. 체지방이 적은 여성들이 배란을 멈추는 현상도 같은 차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생존 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엠토어(mTOR)


라파마이신 표적 단백질인 mTOR는 식이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감지하는 센서다. mTOR는 인슐린과 마찬가지로 성장 신호를 발신한다. 따라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성장을 촉진하는 탄수화물과 마찬가지로, mTOR를 자극해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 섭취 역시 조절할 필요가 있다.


격일 단식하는 동물은 배식받는 날에 음식을 더 많이 먹어 단식을 보충한다. 이 결과는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꼭 칼로리를 적게 섭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든다. (87쪽)


이 책에서 가장 반가운 대목이었다. 단식 후에 더 많이 먹어, 결과적으로 같은 양을 먹는다면, 간헐적 단식이 무슨 소용인가? 저자의 대답은 소용이 있다는 것이다.


단식하는 동안에는 모든 영양소 센서 경로가 관여한다. 인슐린과 mTOR가 감소하고 AMPK는 증가한다. 역조절 호르몬으로 알려진 다른 호르몬들은 증가한다. 이들 호르몬에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성장호르몬이 포함된다. 역조절 호르몬이 증가하면 에너지가 늘어나고 기초대사율이 유지된다. (88쪽)


따라서 간헐적 단식은 물론 간헐적 폭식도 유효한 전략이다. 간헐적 단식 전보다, 전체적으로 먹는 양이 증가하지만 않으면 된다.


mTOR는 원래 포유류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해서 '포유류 라파마이신 표적 단백질(mammalian target of rapamycin)'이라 명명되었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생명체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계적(mechanistic) TOR이라 이름이 바뀌었다. mTOR라는 말 자체를 바꾸면 헷갈릴 테니까.


사진: Unsplash의Laura Lauch


단백질 섭취


필수 아미노산이란 말이 있듯이, 단백질은 필수 영양소다. 다만, 필요한 양보다 많은 아미노산을 섭취하면, 포도당신생합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아미노산이 포도당으로 바뀐다. 매우 반갑지 않은 얘기다.


미국 정부 권장 1일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최소 0.8g이다. 그런데 이 숫자를 정하는 과정이 정말 대충대충이다. 실험 결과, 하루에 손실되는 아미노산 보충을 위해 최소 0.6g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는데, 그걸로는 왠지 불안하니 안전 마진 0.2g을 더해 0.8g로 정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최소' 필요량이므로 이보다 다소 많은 섭취는 괜찮아 보인다. 문제는 미국 남성의 절반 이상이 1.34g을 먹는다는 점이다. 


단백질 섭취 제한은 분명히 전반적인 칼로리 제한보다 쉽다. 그런데도 칼로리 제한으로 인한 좋은 효과들을 대개 기대할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그저 단백질 섭취를 줄이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단백질, 즉 아미노산의 부족이 근손실 등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근 성장이 더딘 노인에게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노인의 경우 근성장 저항으로 인해 일일 단백질 권장량 0.8g만으로는 근육이 손실된다는 자료가 있다. (193쪽)


저자는 식물 단백질의 장점을 강조한다. 식물 단백질로는 필수 아미노산 섭취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식물 단백질은 IGF-1을 덜 자극하므로 노화 방어에 유리하고, 철분의 생체이용률을 낮춰 철분 과다 문제를 예방한다. 따라서 동물과 식물 단백질을 50:50으로 섭취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균형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책이 그 균형점을 제대로 짚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 손상은 매우 위험하며, 노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노인의 경우에는 체중 1kg당 하루 0.8g 이상을 먹어야 한다. 노인이 아니라면 적게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노인들은 소화가 안 된다는 이유로 단백질 섭취를 게을리하고, 노인이 아닌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


단백질 섭취 역시 다른 영양소와 마찬가지로, 하루 내내 균등히 나눠서 섭취하기보다 몰아서 섭취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기억하자.



소결


저자는 운동과 노화 수준에 따라 8가지 다른 경우에 대해 단백질 섭취량을 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표는 실제로 활용하기에는 해석 여지가 너무 많다.


현재 상식 수준에서 가장 널리 펴져 있는 기준은, 0.8이 최소, 운동을 한다면 1.2에서 최대 2까지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정도가 기억하기도 실천하기도 쉬운 기준으로 보인다.


나의 경우, 거의 매일 체중 1kg당 2g을 먹고,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그 이상을 먹는다. 트래킹해봐야 실상을 알 수 있으니, 식단을 기록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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