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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03. 2023

꼬르륵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음식 (4) 간헐적 단식

농경의 시작으로 먹을거리가 더 풍족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오랫동안 인류의 극히 일부분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다. 인구 대부분이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하는 습관은 산업혁명이 한참 진전된 다음에야 나타났다. 다시 말해,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간 동안, 인간은 먹는 양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먹는 활동 사이의 간격 또한 길었다. 공복이란 개념이 존재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왕에게나 가능한 사치였다.


인간은 하루에 두 끼를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오랜 역사가 증명한다. 인슐린 저항성 개선을 위해 공복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인류가 오랫동안 하루 두 끼 이하의 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결합하면, 간헐적 단식이라는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단식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진다면, 그냥 한 끼 건너뛴다는 말로 바꿔보자. 간단한 일이다. 아침 식사를 건너 뛰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이것이 간헐적 단식의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16/8 공식이다. 하루 중 16시간은 몸속으로 음식을 투하하는 일을 멈추고, 남은 8시간 동안 필요한 식사를 챙기는 방식이다. 주식은 물론 간식도 이 8시간의 창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 하루 세 끼를 먹는다 해도 8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으니 대단한 일도 아니다.


사진: Unsplash의Kirill Tonkikh


아침, 점심, 저녁 중 어느 끼니를 생략해도 좋지만, 난이도를 생각하면 역시 아침을 건너뛰는 것이 수월하다. 출근 러시 등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침을 거르는 사람도 많고, 아침에 입맛이 없는 사람도 많으므로, 많은 사람들에게 쉬운 방법이다.


점심 식사를 다른 사람들의 시간대에 맞춘다고 한다면, 정오 쯤에 단식을 깨게 된다. 이 시각까지 공복을 유지해서 16시간을 맞추려면, 저녁 식사는 8시 이전에 끝내야 한다. 8시 이전에 식사를 마치면 잠자리에 일찍 드는 환경도 저절로 형성된다. 건강에 있어서는 식사만큼이나 중요한 잠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전략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 방식으로 간헐적 단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정오까지 공복을 유지하는 데 다소의 의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다. 나는 원래 아침을 먹지 않으므로 식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다. 문제는 커피다.


아메리카노 등 순수한 커피는 공복을 깨지 않는다. 그러나 라테는 다르다. 스타벅스 톨 사이즈 라테 한 잔에는 탄수화물이 14그램이나 포함되어 있다. 우유에는 식이섬유가 거의 없으므로, 이 14그램은 순수한 당질이다. 일단 몸 안으로 들어오면, 분해되어 포도당이 되어 혈관 안을 떠돌아다닐 운명을 지닌 탄수화물이다. 따라서 라테는 단 한 잔을 마셔도 공복을 깬다.


사진: Unsplash의tabitha turner


당연한 얘기지만, 공복 상태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물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차, 그리고 순수한 커피는 극소량의 탄수화물만을 포함하고 있어 공복을 깨지 않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외의 것이 포함되면 공복 상태는 중단된다. 칼로리가 0이라고 알려진 에리스리톨도 공복을 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에리스리톨 역시 미각 중추를 자극하여 인슐린 회로를 가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리스리톨도 0칼로리는 아니다. 1그램당 0.24칼로리라서, 반올림한 결과가 0일 뿐이다.


탄수화물이 전혀 없는 순수한 단백질은 어떨까. 제이슨 펑에 따르면, 단백질 역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한다. 어떤 노화 이론은 '적대적 다면발현'으로 노화를 설명하는데, 하나의 유전자가 서로 상충되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성장과 번식을 촉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성장과 번식은 유전자의 자가 복제 및 번성에 유리하므로, 유전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번식기를 지난 생존 기계에게, 성장 촉진은 암세포 성장 촉진 또한 의미한다. 그러나 이미 번식이 끝났으므로, 유전자 차원에서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문제다. 이는 생존 기계인 생물체에게는 적대적 내지 상충되는 상황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즉 유전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단백질 섭취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IGF-1)을 활성화한다. 이름 그대로 성장 촉진 인자다. 암세포는 물론 일반 세포도 성장 자극을 받는다.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동원하기 위해, 혈액 내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세포 안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다름 아닌 인슐린 등판이다. 짧게 요약하면, 단백질 섭취는 인슐린 회로를 자극한다. 사실 단백질 섭취는 IGF-1은 물론 mTOR라는 성장 인자 또한 자극한다. 


원래의 질문에 대답하자면, 순수 단백질 섭취도 간헐적 단식의 취지에 역행한다. 즉, 단식을 깬다.


방탄 커피는 괜찮다는 주장이 있다. 방탄 커피는 저탄고지 식이요법의 핵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독되어 있는 카페인이라는 물질을 보충해 주고, 버터와 MCT 오일로 배고픔도 달래준다.


3대 영양소 중 지방은 인슐린 회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정도가 가장 작다. 그러나 방탄 커피가 라테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미 언급했지만, 에리스리톨은 티스푼 하나(3그램)를 가득 넣어도 1칼로리가 되지 않지만 인슐린 회로에 자극을 준다. 제이슨 펑은 <비만 코드>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여러 가지 경로에 대해 말하는데, 이는 인크레틴이라는 호르몬에 의한 경로와 뇌상(위액의 반사성 분비)에 의한 경로 등이 있다. 이들 경로는 포도당뿐 아니라 단백질, 지방은 물론 열량이 없는 대체감미료조차 인슐린 분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방탄 커피 역시 이런 경로에서 안전하지 않다. 구체적인 실험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좋은 것은 역시 물만 마시는 것이다. 커피를 아메리카노로 마실 정도로 어른스러운 입맛을 가진 분들은 행운아들이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은 공복 상태를 깨지 않는다. 나처럼 입맛이 유아틱해서 라테밖에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의외로 해결책은 간단하다. 라테로 공복을 깨면 된다. 어차피 공복을 깨는 식사는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보통 채소나 죽을 먹으라고 한다. 라테라면, 정말 부드럽게 공복 상태를 깨는 방법이라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간헐적 단식의 또 다른 방법은 소위 5/2 방식이다. 주 7일 중 5일은 평소와 다름없이 식사하고, 이틀은 24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다. 전날 7시에 저녁 식사를 끝마친 경우라면, 단식 당일에 오후 7시까지 기다렸다가 저녁을 먹으면 된다. 16/8 방식에 비해 효과는 더 좋다고 생각한다. 공복 상태가 오래될수록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 방식은 더 어렵다. 공복 상태로 잠드는 것은 쉽지 않다.


물이 최고다 (c) Unsplash의Carolien van Oij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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