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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14. 2023

활성형, 비활성형?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영양제 (2) 생체이용률

생체이용률과 활성형


코엔자임 Q10, 속칭 코큐텐은 유비퀴논(ubiquinone-10)과 유비퀴놀(ubiquinol-10)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유비퀴논은 산화 상태, 유비퀴놀은 환원된 상태다. 산화 상태가 안정적이다. 그러나 코큐텐이 체내에서 하는 역할은 산화한 비타민 E를 환원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코큐텐이 체내에서 항산화 작용을 하려면 일단 환원되어 유비퀴놀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유비퀴놀을 코큐텐의 활성형이라 말한다.


우리 몸은 유비퀴논을 유비퀴놀로 환원하여 사용할 수 있지만,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 기능은 점차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40대 이상인 경우라면 그냥 코큐텐(유비퀴논)이 아니라 유비퀴놀 형태의 코큐텐이 좋다고 마케팅 파티를 펼치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QMyVs3JMTY


이는 단지 코큐텐에만 해당되는 일이 당연히 아니다. 비타민 D도, 비타민 B군도, 대부분의 미네랄에 대해서도 활성형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미 이루어져 있다. 다만, 저렴해서 돈이 안 되는 비타민 D에 대해서는 뜬금없는 "식물성" 원료 운운하는 마케팅이 진행 중이고, 돈이 되는 비타민 B 복합제 시장에 활성형 마케팅의 포화가 집중되고 있다.


원칙은 간단하다. 같은 가격이라면 당연히 활성형이 좋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활성형이 더 비싸다. (비타민 D의 경우만 그렇지 않다. 워낙 저렴해서 활성형 마케팅으로 기대할 수 있는 추가 수익이 워낙 적다. 그래서 대신 식물성 운운 마케팅이 판치는 것이다.) 결국, 가성비의 문제다. 200mg을 먹어 50%가 활성화한다면, 활성형으로 100mg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경우 활성형이 2배 이상 비싸다면, 활성형을 선택하자는 논리가 빈약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나이가 많거나 병약하지 않은 다음에야 굳이 활성형을 찾을 필요가 없다. 내 몸이 알아서 변환해 사용할 것이니, 가성비 좋은 쪽으로 선택하면 된다. 대개의 경우는 말이다.


사진: Unsplash의Nicolas Solerieu


활성 과정의 문제


문제가 가성비에서 끝나지 않는 경우 중 하나가 비타민 B12다. 비타민 B12는 메틸코발라민 형태가 활성형인데, 비활성형인 시아노코발라민에 비해 생산 단가가 훨씬 비싸다. 일부 비양심적인 업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비타민 B12인지 표기하지 않고 그냥 비타민 B12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시아노코발라민이 거의 확실하다. 마케팅 포인트를 표기하지 않는 건 LG전자뿐이다.


문제는 시아노코발라민이 메틸코발라민으로 변환되는 과정에 있다. 이름에서 상상할 수 있듯이, 시안기가 빠지고 메틸기가 그 자리에 들어서는 과정이다. 그런데 시안기가 뭘까? 청산칼륨은 흔히 청산가리로 불린다. 탐정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니 들어봤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에 나오듯, 청산 가스 한 줌으로 사람을 골로 보낼 수 있다. 


청산 칼륨(포타슘)은 물에 녹아야 진가가 발휘된다. 그 과정에서 청산 이온(CN-)과 칼륨 이온(K+)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칼륨 이온은 우리가 매일 각종 음식을 통해 먹는 것이니 (포타슘-나트륨 펌프라는 핵심 세포 작용에 사용된다), 맹독일 리가 없다. 그렇다. 청산 이온이 사람을 죽인다. 시안기의 다른 이름은 청산 이온이다.


치사량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흔히 치사량이라 말하는 것은 반수치사량(LD50)이다. 실험 집단의 50%가 죽는 섭취량(또는 노출량)이다. 물도 치사량이 존재하는데, 체중 60kg 성인의 경우 대략 5.4리터 정도 된다. (충분히 마실 수 있어 보인다!) MSG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흔히 MSG의 치사량이 소금보다 훨씬 높다, 즉 MSG 먹고 죽기가 소금 먹고 죽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우길 좋아한다. (죽지 않고 장애인이 되는 게 더 무서운데?) 어쨌든, 시안화물(=청산화물=시안기)의 치사량은 체중 1kg 당 1mg다. 체중 60kg의 성인이라면 60mg이다. 


사진: Unsplash의Diana Polekhina


여기에서 흔해 빠진 유머가 등장한다. 시판되는 시아노코발라민을 먹고 청산 중독으로 죽으려면 알약을 몇 개를 먹어야 한다느니, 청산 중독으로 죽기 전에 배가 터져 죽는다느니 하는 썰렁한 유머 말이다. 심지어 챗GPT마저도 설마 시아노코발라민 먹고 청산 중독으로 죽겠어? 하는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직접 계산해 봤다. 체중 60kg 기준으로, 시안화물로는 56mg, 시아노코발라민으로는 3,130mg이다. 겨우 3그램밖에 안 된다!


그러나 안심하자. 비타민 B12를 복용한 마을 주민 100여 명이 몰살당했다는 뉴스는 아직 듣지 못했다. 일단, 시판되는 시아노코발라민 제제는 함량이 한 알당 1000mcg, 즉 1mg 정도밖에 안 된다. 따라서 치사량에 도달하려면 3,000개 이상의 알약을 먹어야 한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다. 시아노코발라민은 비활성형인 덕분에 체내 이용률이 대단히 낮다. 통계는 없지만, 체내 이용률이 1%라고 가정하면, 앞에서 계산한 양의 100배를 먹어야 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알약 30만 개를 먹어야 한다. 청산 중독으로 죽기 전에 배가 터져 죽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시아노코발라민을 먹고 청산 중독으로 죽지 않으니 안심인가? 우리가 무협지에 나오는 사파 고수도 아니고, 도대체 왜 독을 조금씩 먹어 내성을 키우는 훈련을 해야 한단 말인가? 간은 술과 커피를 해독하는 데만도 매일 지친다. 거기에 청산화물 해독의 부담을 굳이 더할 필요가 있을까? 활성형을 꼭 찾아 먹어야 하는 경우의 대표적인 사례로 비타민 B12 이야기를 좀 길게 했다.


https://dodychiro.com/why-do-vitamin-b12-supplements-contain-cyan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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