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마크 하이먼, <영 포에버> (1)
건강 정보 챙기기는 어려운 일
며칠 전, 11월 23일에 사이언스에 올라온 논문에 따르면, 석탄 발전으로 인한 초미세먼지는 여타 미세먼지에 비해 사망률을 두 배나 높인다고 한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f4915
세계 최대 석탄 발전 국가인 중국과 이웃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도 상당한 석탄 발전 강국인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매우 우울한 소식이다. 이 새로운 발견에 대해서, 이민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대처 방법은 없다. 그러나 BPA라든가 생수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은 피할 수 있는 위험이다. 알아야 대처할 수 있다.
우리는 무척 바쁘다. 이런 유용한 정보보다는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가 재미있고, 이런 정보를 반기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모아서 전해주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마크 하이먼의 <영 포에버>가 바로 그런 책이다.
나는 잠자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잠에 관한 이런저런 책을 많이 읽었는데,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고 궁금증의 대부분을 해결했다. <영 포에버>라는 책은 건강한 삶이라는 주제에 대해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험생들은 "단권화"라는 것을 한다. 한 과목이라도 여러 권의 책을 보는 게 당연하지만, 최종 정리를 위해서는 한 권에 정보를 모으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영 포에버>는 건강 정보 단권화에 딱 맞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건강 수명이 핵심이다
"장수"라는 말은 그다지 좋게 들리지 않는다. 티토노스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에게 사랑받아 불사의 능력을 얻었으나, 불로의 힘은 얻지 못했기에 영원히 늙어가며 고통받았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지 긴 수명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건강한 수명이라면 다다익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지은 책 제목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밥 딜런의 노래 제목이 생각난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나는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를 지금의 43세로 유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간을 더 되돌려서 25세가 되고 싶다! (435쪽)
저자는 현재 63세이지만, 마이오 마커에 따르면 생물학적 나이가 43세에 불과하다. 체질량계를 써본 사람이라면, 검사 결과지에 나오는 "신체 연령"이라는 항목이 떠오를 것이다. 신체 연령 항목은 통계로 구해지는 수치다. 즉, 검사 수치가 어느 연령대의 평균과 비슷한지를 따져 결정한다.
저자가 말하는 생물학적 나이는 조금 더 복잡하지만, 원리는 같다. DNA 메틸화 수준이나 텔로미어 길이는 체세포량이나 체지방량에 비해 측정하기 어렵지만, 얻어진 데이터를 토대로 생물학적 나이를 결정할 때는 마찬가지로 통계와 대조하는 방법을 쓴다.
잃어야 소중함을 아는 건강
저자는 30년 넘게 온갖 건강 문제에 시달렸다고 한다. 32세에 허리 수술을 받고, 36세에는 만성피로증후군을 겪었고, 수은 중독, 라임병을 거쳐 50대 중반에는 항생제를 대량으로 써야 하는 염증으로 체중이 13kg 빠졌다. 그렇게 병과 함께 사는 바람에 그는 건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고, 오랜 노력 끝에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다고 한다.
나도 비슷하다. 나는 아토피성 피부염이라는 평생 친구 덕분에 운동을 해야 했고, 음식을 가려야 했으며, 항히스타민제를 매일 먹어도 괜찮은지 고민했다. 운동할 시간을 내기 위해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맞추어야 했으며, 잘 자기 위해 암막 커튼을 치고 자기 전에 와이파이를 끈다. 하나하나로는 사소한, 이런 노력의 결과, 나는 지금 건강하다.
그렇게 공부해 온 내용을 그냥 썩혀두기에 아까워서, 사람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그래서 브런치에 <루틴으로 갓생 살기>라는 조금 병맛스러운 제목으로 글을 연재 중이다.
https://brunch.co.kr/magazine/routineqol
살다 보면 신기한 우연이라는 걸 가끔 만나고는 하는데, 이번에도 그런 행운이 나타났다. 세종서적 임종호 과장님이 이 책 서평을 의뢰해 주신 것이다. 좋은 책을 읽게 해주시는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책 소개를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지금 브런치에 연재하는 글과 같은 주제로, 기능의학 전문가가 쓴 책이 아닌가. 이런 걸 세렌디피티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 브런치 연재글에서 추천하는 건강 습관은 운동, 식이, 영양제, 그리고 여타 사소한 생활 습관이다. <영 포에버>도 같은 요소들을 강조한다. 건강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먹지 말고,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챙겨 먹고, 조금 부담이 되는 정도로만 운동을 하면 된다. 영양제와 생활 습관은 우리가 현대인이기 때문에 필요하다. 식품으로 모든 미량영양소를 챙길 수 없는 현대 식품 산업의 문제, 그리고 우리를 위협하는 각종 공해 물질과 공생하기 위한 지혜다.
노화는 질병이다
기능 의학이라고 하면 눈 모양이 가늘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기능 의학은 별 다른 것이 아니다. 한의학이 예전부터 강조해 왔던 것, 즉 예방 의학이다. 항생제와 외과수술의 발달에 따라 현대 의학은 점점 더 대증 의학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증상만 고치고 원인을 방치하는 것은 땜질에 불과하다.
싱크대에서 물이 계속 흘러넘치는데도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걸레로 바닥의 물만 훔치는 꼴이다. 우리는 노화의 근본 원인이나 기저에 있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대신, 비정상적인 노화 과정을 차단하고 증상을 억제하는 약을 찾기 바쁘다. (15쪽)
저자는 노화를 질병이라 규명하고, 그걸 근본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질병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이런 과감한 주장을 통해 저자가 강조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하다.
현대인의 노화는 정상적이지 않다. 예전에는 희귀병이었던 치매가 모든 노인을 위협하는 이유는 단지 기대 수명이 늘어서가 아니다. 제이슨 펑이 <당뇨 코드>와 여러 다른 책에서 말하듯, 많은 의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을 제3형 당뇨라고 말한다. 예전 사람들이 치매에 걸릴 만큼 오래 살지 않아서 치매가 적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처럼 설탕과 밀가루를 폭풍 흡입할 여건이 되지 못했을 뿐이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