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마크 하이먼, <영포에버> (2)
건강하게 사는 법
저자는 우리 몸의 체계를 크게 7개로 구분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이크로바이옴 및 소화 시스템이다.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체다. 건강한 삶을 위해 제일 먼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바로 먹을거리다.
한 가지만 처방할 수 있다면, 나는 환자들의 식단에서 설탕과 정제 녹말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릴 것이다. (97쪽)
저자는 석기시대 식단(팔레오)과 채식(비건)을 합한, <페건(Pegan)> 식단이라는 말을 고안해 냈다. 옛날 사람들이 먹었던 진짜 음식을 먹되, 식물을 위주로 하고 꼭 필요한 만큼만 동물성 단백질을 챙기라는 말이다.
정확하게 겹치지는 않지만, 저탄고지 식단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저탄고지든 팔레오든 지중해식 식단이든, "진짜 음식"을 먹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은 결국 같다. 당류와 녹말, 그리고 유해 물질이 함유된 음식을 피하라는 말은, 결국 산업화되기 이전의 식품을 먹으라는 말이다.
먹는 것으로 부족한 부분은 영양제로 채워야 한다. 저자는 비타민 D, 오메가-3 지방산, 종합비타민, 마그네슘, 프로바이오틱스를 필수적인 보충제로 나열한다. 비타민 D와 오메가-3 지방산을 필수 중에 필수로 꼽는 것은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음으로는 운동, 명상, 잠 잘 자기, 그리고 삶의 의미 찾기 등의 조언이 이어진다. 운동의 이득은 너무 많아서,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심각한 손해다. 다만, 운동으로 살을 뺄 수는 없다. 나의 경우, 기분이 좋아진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운동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 좋은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자는 동안, 우리 뇌는 타우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베타를 청소한다. 다시 말해, 잠을 아끼는 것은 치매를 부르는 일이다. 이것만으로 경각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매슈 워커를 읽어라.
수면의 중요성에 관해서 알고 싶다면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어보기 바란다. (226쪽)
뭘 먹어야 하나
식품 첨가물이 유해하다는 것은 다들 안다. 그러나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다음에야 식품 첨가물을 피할 방법은 없다. 결국, 가장 위험한 것들이라도 피해야 할 텐데, 저자는 증점제와 유화제가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증점제와 유화제는 웬만한 가공식품이라면 다 가지고 있지만, 왕중왕은 역시 아이스크림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방법보다는 몸에 나쁜 음식을 피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아니, 뭘 먹어서 건강이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그걸 먹음으로 인해 그것보다 더 나쁜 것을 안 먹게 되어 건강이 나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정말 먹어줘야 하는 보약 같은 식품도 있다.
간의 해독 경로를 활성화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식품군은 십자화과 채소다. 브로콜리, 쌈케일, 케일, 양배추, 방울양배추가 이에 속한다. 이런 채소에는 체내의 가장 강력한 항산화물인 글루타티온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황 화합물이 들어 있다. 마늘과 양파에도 해독 장용에 필요한 황이 들어 있다. (191쪽)
저자는 따로 말하고 있지 않지만, 음식으로 섭취하는 황이 모자란다고 생각될 때는 보충제를 사용하면 된다. 식이유황으로 유명한 MSM이 흡수율 좋은 황 보충제다.
인체의 7대 체계 중 마이크로바이옴과 소화계를 제일로 꼽은 저자인 만큼, 저자는 마이크로바이옴 관리도 강조한다. 저자는 프로바이오틱스를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영양 보충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저자의 홈페이지에 가 보면, 500억 CFU 프로바이오틱스 구매 링크가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거대하다. 그래서 많은 생산자들이 각자의 특장점을 내세우며 경쟁한다. 그런데 살펴보면 유산균 1억 CFU짜리가 수두룩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최소한" 100억 CFU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사람의 장내세균총에는 대략 100조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고 추정된다. 100억이라고 해도 새 발의 피 수준인데, 1억 마리 유산균이라는 문구는 아마 농담이 아닐까 싶다.
또한 장내세균총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틱스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가 하는 논쟁도 존재한다. 이 책에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공부한 내용을 아랫글에 정리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100억 이상 챙겼다면, 300억, 500억으로 가는 것보다 프리바이오틱스를 적당히 챙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https://brunch.co.kr/@junatul/1134
단백질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결론이 요원하다. 신장 부담 등 다양한 이유로 단백질 섭취를 경계하던 트렌드가 요즘은 바뀌고 있다. 단백질 섭취에 관해 광범위한 조사를 망라한 책, <어떤 몸으로 나이 들 것인가>가 이 문제에 대해 딱 부러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만 봐도 이 문제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다소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단백질은 필요한 양보다 많이 먹어도 괜찮다. 남는 단백질은 칼로리로 쓰이거나, 포도당 신생 합성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서 당으로 변환된다. (212쪽)
괜찮다고는 말하지만, 포도당 신생 합성은 반길 만한 현상이 아니다. 신장에 부담을 주는 것도 여전히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시작이 반이다
건강 정보 단권화에 적절한 책인 만큼, 이 책은 그야말로 백과사전이다. 저녁 시간에 블루라이트를 차단하고, 프롤로존(prolozone, 산소 97%, 오존 3% 혼합물) 주사를 맞고, 개인용 사우나를 장만해 냉온 찜질을 자주 하면 참 좋겠지만, 어떻게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시작한단 말인가.
몇 가지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핏빗(Fitbit)을 차고 자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혈중 콜레스테롤 수준은 물론 DNA 메틸화와 텔로미어 상태를 체크하기 위한 광범위한 검사를 받고 CAC 스캔에 MRI까지 주기적으로 찍는 것이 과연 엄두가 나는 일인지 모르겠다.
우공이 산을 어떻게 옮겼을까? 힌두교의 화신 크리슈나는 한 손으로 산을 들어올렸지만, 평범한 노인이었던 우공은 그저 한 망태기씩 흙을 옮겼을 뿐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장수 전략들을 일상생활에 도입하려면 노력이 많이 필요하므로, 천천히 한두 가지씩 투입하면 된다. 새로운 일상이 익숙해지면 일주일을 다음과 같이 보내면 좋다. 밤새 공복 상태로 12~16시간을 보내고, 식단에 파이토케미컬을 넣어보자. 딸기, 강황, 브로콜리, 녹차, 석류, 히말라야 타타리 메밀, 버섯을 먹으면 좋다. 아침마다 찬물로 샤워하거나 찬물에 몸을 담그자. 일주일에 세 번은 빠른 속도로 짧게 달리고 근력 운동도 일주일에 세 번씩 20~30분 동안 해보자. (250쪽)
새로운 배움의 짜릿함
건강 가이드의 단권화 후보라고 말했지만, 이 책에 나오는 내용 대부분은 이미 다른 책들을 통해 접한 것들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것은, 2 내지 5%의 새로운 배움을 접할 때의 짜릿함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에서 LMHR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접했다. 저자가 친절하게 알려준 사이트로 달려가 이 새로운 개념을 공부했다. cholesterolcode.com 사이트를 운영하는 데이브 펠드먼(Dave Feldman)은 LMHR 관련 4편의 논문을 이미 게재했으며, 크라우드 펀딩으로 심층 연구를 진행 중이다.
LMHR은 날씬한 과도반응자(Lean Mass Hyper-responder)의 약자로, 날씬하고 열심히 운동하며 식이요법에도 신경 쓰는데 LDL 수치가 높은 이상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영포에버>에서 이 개념을 꺼낸 이유는, 이들에게 포화 지방이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개념을 만나고 짜릿했던 이유는 단지 새로운 배움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내가 LMHR이기 때문이다. LMHR이 좋은 것인가? 데이브 펠드먼은 말한다. 아직 모른다. 그러나 LMHR은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으로 느끼는 건강 수준이 매우 높다.
LMHR이 좋은 건지 아닌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LMHR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 분석 결과, LMHR인 사람들에게 유전자 차원의 공통점은 없었다. LMHR은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사느냐가 당신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