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링고에서 스페인어를 깔짝대는 중이다.
El es simpatico.
그는 친절하다.
He is nice.
영어에서는 nice라는 참 범용적인 단어를 쓰는구나.
gentle이라 해도 되겠지만, 왠지 젠체하는 느낌이다.
하긴, 그냥 kind라고 하면 되지.
왜 듀오링고에서는 nice라고 번역했을까?
라틴어 파생 계열에서는 비슷한 단어를 쓰는 듯하다.
불어로 하면 il est sympa다.
단어 모양만 봐도 simpatico와 같은 어원이다.
영어로 sympathetic이지만, 이쪽은 너무 간 느낌이다.
일어로는 신세츠, 그러니까 "친절"이니 우리말과 같다.
현대화가 일본제국에 의해 이루어졌으니, 단어가 같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친할 친.
끊을 절.
뒷글자 때문인지, 격식을 차린다는 느낌이 강하다.
일본인들의 국민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중국어로는 他很好, 영어와 완전히 같다. 좋을 호. 어떻게 좋은지는 분명하지 않다.
il est bon이나 es bueno라고 하지 않는 것은, 불어권, 스페인어권 사람들이 좀더 확실하게 표현하기 때문일까.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친절이란 "어떤 대가가 아니라, 도움이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도움 받는 사람의 유익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 한다. (<수사학> 2권.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은 별 걸 다 정의하셨군. 그것도 윤리학이 아니라 수사학에서.)
다른 사람의 이익이 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금전 관계처럼 분명한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돈 받고 친절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타인이 nice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가 내게 동조하고 있다는, 그러니까 안테나를 내게 기울여 준다는 느낌을 "내가" 받는 것이다.
생존이 문제였던 원시 시대에는 친절함이라는 개념이 낯설었을 것이다.
마이클 싱어의 말대로, 생존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사소한 일들에 스트레스 받고 마음 다치는 것이다.
유아론을 극복하고, 다른 존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유추에 근거해서, 우리는 친절함을 덕으로 칭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