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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 따라해 보기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아침 (2) 미라클 모닝

by 히말

미라클 모닝이라는 팬데믹


<미라클 모닝>의 저자 핼 앨로드는 1999년 12월 3일 교통사고를 당했다. 6분간 심정지 상태였고, 병원에서 사고 6일 뒤에 깨어났다. 의사들은 그가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런 말을 듣고 대오각성한 핼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단 3주 만에 다시 걷기에 성공했다. 라디오 진행자이기도 했고, 성공한 세일즈맨이기도 했던 그는 이 사건 이후, 동기부여 연설가(motivational speaker)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나, 그는 아직 책을 쓰지 않았다.


2007년 말, 서브프라임 발 금융 위기로 전 재산을 날리는 인생의 두 번째 위기를 겪고 나서, 그는 책을 썼다. <미라클 모닝>이다.


임마누엘 칸트에게도 벤저민 프랭클린에게도 아침 루틴이 있었겠지만, 아침 루틴 관련하여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던 책 중 하나로서 <미라클 모닝>은 여전히 유효한 조언을 담고 있다. 이 책이 가지는 호소력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시련을 극복해 낸 저자의 삶 때문일 것이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의 가장 강력한 셀링 포인트는 아침 8시 이전에 중요한 일을 전부 끝내라는 조언이다. 물론, 수많은 라이프 코치 책이 저지르는 잘못을 이 책도 저지르고 있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이들과는 다른 하루를 보낸다는 점을 간과한다.


종종 미라클 모닝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마주치고는 한다. 이들 포스팅의 주안점은 아침 루틴을 지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데 있는 듯하다. 대개 오전 5시 또는 그 이전 시간에 일어나서, 오늘은 또 책 몇 쪽(!)을 읽었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이런 방식의 실천은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약간 오해한 결과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 이상으로 훌륭한 성취다.)


<미라클 모닝>의 핵심은 루틴의 습관화에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저자가 조언하는 아침 루틴의 핵심이 아니다. "기적의 성공법은 바로 다음 장에 나옵니다"라는 말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개의 자기계발서와 달리, 이 책은 열자마자 책의 핵심이 나온다. 미라클 모닝 아침 루틴은 6개의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1분씩 딱 6분만 투자해도 된다고 한다. 이 책이 가지는 유별난 호소력은 바로 이 두 가지, 즉 시작하자마자 핵심을 이야기한다는 점, 그리고 스티븐 기즈와 마찬가지로 사소할 정도로 작은 노력을 요구한다는 점에 있다.


dawid-zawila--G3rw6Y02D0-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Dawid Zawiła


미라클 모닝의 6개 아이템


<미라클 모닝>이 제시하는 여섯 개의 루틴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침묵(Silence)이다. 사실은 명상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시작 단계에서는 그냥 침묵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다른 다섯 개의 활동과 달리, 명상은 정말 1분만 해도 충분하다. 명상을 제대로 해보려고 시도해 보면, 1분 동안 제대로 명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곧 깨닫게 된다.


두 번째는 자기 긍정(Affirmation)이다. 초특급 베스트셀러 <시크릿>을 비롯한 많은 자기계발서가 조언하는, 실천하려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바로 그것이다. 다음에 이어지는 시각화(Visualization) 역시 마찬가지다. <시크릿>에서 말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자기 긍정은 남사스러워서, 시각화는 머릿속에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서 하기 어렵지만, 도전할 사람들은 도전해 보자. 앞서 말했듯이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이런 행동들도 분명히 위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는 하다.


네 번째는 운동(Exercise)이다. 핼 엘로드는 평생 딱 한 가지 운동만 할 수 있다면 요가를 하겠다고 했다. 나도 목 디스크 진단을 받기 전까지 가장 오랫동안, 가장 긴 시간을 들여 한 운동이 요가였다. 짧은 시간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는 인터벌 운동과 조합하기에 딱 좋은 운동도 요가다. 요가의 전굴 자세가 디스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디스크가 진행 중인 사람이 아니라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파워 요가로 할 경우에는 PT 수준의 고통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인터벌 운동(HIIT) 역시 최고다. 시간 가성비에서 HIIT와 비벼볼 수 있는 운동은 없다.


samuel-girven-4shR8qNZ1E0-unsplash.jpg


다섯 번째는 독서(Reading)다. 딱 1분씩만 루틴을 진행했다면 지금 겨우 4분이 지난 시점이다. 잠에서 깨서 아직 천지 분간도 되지 않는 시점에 독서라니, 어이가 없는 조언이다. 그러나 정신의 몽롱한 상황이라도 1분 정도 뭘 못 읽을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바로 앞 루틴이 운동이었기 때문에, 정신이 맑아졌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독서가 아침 루틴에 포함된 이유는, 어쨌든 하루라도 책을 안 읽고 지나가는 날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취지다. 마케팅 문구가 말하는 대로, 아침 8시 이전에 오늘 숙제는 전부 끝내놓자는 게 미라클 모닝의 셀링 포인트다.


여섯 번째는 쓰기(Scribing)다. 두문자를 맞추려고 어디서 되지도 않는 단어를 끌어다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쓰기(writing) 대신 필사(scribing)를 해도 된다. 필사는 글쓰기보다 부담이 적고,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추천되는 훈련 방식이기도 하다. 사실 이 단계에서 정말로 해야 하는 것은 일기를 쓰는 것이다. 일기도 운동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쓰는 것과 저녁에 쓰는 것이 일장일단이 있다. 미라클 모닝 루틴에 아침에 일기 쓰기가 포함된 것은, 누차 말하지만, 오전 8시 전에 모든 숙제를 끝내고 놀러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라클 모닝 루틴에 포함된 6개의 아이템을 모두 소개하기는 했지만, 이 루틴이 딱히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포함된 아이템들이 모두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고, 두문자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꿰맞춘 순서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미라클 모닝 루틴을 따라 하는 것은 만사 귀찮은 사람에게 아주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두문자를 기억하며 하나씩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 하는 루틴이다. 한번 해보고 나서 계속할지 아닐지, 뭘 조금 바꿔볼지는 나중에 고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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