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을 추앙한다

by 히말

"날 추앙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추앙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추앙은 대개 자발적이다.

오랫동안 존경해온 간디나 김구 같은 인물들에게서 결점을 발견하고 실망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불완전함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위인"의 뜻밖의 일면을 부각하며 까내리는 종류의 책이 유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넬슨 만델라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과 같이, 그런 공격이 아예 없거나 억지 공격에 오히려 호감과 존경이 증가하는 인물들 역시 많다.


그런 인물들 중, 내게 독보적으로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은 바로 충무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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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의 최후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마침, 영화 <노량>이 개봉한 시점이다.


현재 통설은 언제나 다수설을 차지해 왔던, 유탄 피격설이다.

쏜 사람이 특정되었다면, 그가 유명해지지 않을 방법이 없다.

조선, 명, 왜국 등 3개국이 관여한 국제 전쟁에서 독보적인 인물을 사살한 자라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던 자살설이나, 훨씬 재미있을지 모르나 뜬금없는 암살설, 그리고 더욱 황당한 생존설 등, 그의 죽음은 참으로 신비로운 측면이 많다.


사거리 100미터 남짓한 소총에 피격되었다는 것은, 평소 장군이 보여주었던 전술적 기동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위기에 처한 진린 제독을 구원하러 왜선들 사이로 진입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설 <노량>은 그의 신비한 죽음에 한 인물을 개입시켜 흥미로운 전개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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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에는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손문욱은 독보적으로 신비한 인물이다.

마치 알키비아데스처럼, 그는 전쟁 중인 두 나라 모두에서 벼슬을 지내고, 잘 살았다.

다양한 기록에 그가 등장하지만, 그에 관한 서술은 일관적이지 않다.


가장 의아한 것은, 실록에 기록된 그에 관한 짧은 기록이다.

이순신 장군이 사망한 당시, 그를 대신해 군을 독려하고 전투를 지휘한 것이 손문욱이라는 기록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영상에 잘 나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Pq4ybphq9E


영상에 등장하는 일본 학자는 그를 "시대를 앞서간 국제인"이라 표현한다.

남겨진 기록들에 기반하여 추론해 볼 때, 가장 합리적인 결론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현장 평판이 좋지 않은 이유는 뭐였을까?

영상에 나오는 대로, 왜군 점령 지역에서 벼슬하던 자라서 그랬던 걸까?

허풍이 심한 인물이어서 그랬을까?


소설 <노량>은 이 인물을 훨씬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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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이순신은 대단히 직선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다.

고니시 유키나가의 사자는 배 한 척만 지나가게 해달라고 애걸하지만, 이순신은 대노하며 거부한다.

오히려 사신의 목을 치겠다는 이순신을 부하들이 말리자, 사자는 묻는다.


"장군께서는 우리가 다 죽기를 바라는 것입니까?"

"그러하다."


단순한 캐릭터가 얼마나 멋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진린과 고니시 유키나가도 그다지 입체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인물들은 깊이감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언급도 잘 되지 않는 지경이다.

꽤 중요한 인물인 이덕형조차 아주 평면적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입체적인 두 캐릭터는 바로 이연(선조)과 손문욱이다.


소설 내에서 소 요시토시가 말하는 것처럼, 이순신을 죽이고 싶어했던 사람들은 많았다.

일본군 대다수가 그랬던 것은 당연하지만, 조선에도 그의 죽음을 바랬던 것은 선조 외에도 많았다.

이 상황에서 선조와 손문욱이 그의 죽음에 관해 대화를 몇 마디 나누었다는 것은 별로 특이한 일도 아니다.


손문욱과 선조가 이순신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식의 서술은,

그다지 놀라운 상상력도 아니고, 재미있지도 않다.


나는 이 소설의 강점이 빠른 전개에 따른 속도감과 간략함에 있다고 본다.

질질 끄는 전개에 신물이 난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속도감과 경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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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량>이 개봉한 지금, 우연하게도 만화 <노부나가를 죽인 남자>가 화제다.

아직 국내에 정발되지도 않은 만화다.


연재 중에 인기를 꽤 얻었는지, 이 만화는 제목대로 아케치 미쓰히데의 이야기에서 끝을 내는 대신 제2부가 진행 중이다.

제2부의 주인공은 히데요시.

역사 왜곡과 선택적 망각에 일가견이 있는 대다수 일본인들과는 달리, 이 작가는 임진왜란을 제대로 다룬다.


일본 역사학계에서 임진왜란은 <분로쿠의 역>이라 불리며, 전국을 제패한 히데요시가 어디 잠깐 놀러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는 식으로 서술된다.

그러나, 이 만화는 다르다.

한반도를 장악하고 (허세가 아니라 정말로) 중원에 나가려던 히데요시를 한 인물이 막아선 것이다.


"용신" 이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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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이 적국인 일본에서 존경 받아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왜 패했는지를 다루며 반성하는 내용의 논문과 서적이 이미 개항 시기에, 그러니까 100년 전에 출판되었다.


https://brunch.co.kr/@junatul/1069


그러나, 이 만화에 나오는 장군의 모습은 국뽕을 넘어서 인간적인 감동을 준다.


스크린샷 2023-12-31 114224.png


이 귀여운 장군의 모습은 그가 멀리 계신 노모를 생각하며 우는 모습이다.


동료와 술을 나누는 정겨운 모습,

그리고 술을 너무 마셔 이틀 동안 구토하며 괴로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의 장군이 너무 좋다.


이런 것들이 외국, 아니 당시 역사로는 적국의 작가의 손에서 나온 것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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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에 등장하는 이순신에 관한 내용은 다음 글을 참고했다. (클릭하면 빠져들 것이다.)


https://www.fmkorea.com/6544184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