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오가와 이토, <토와의 정원>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구체적인 것은 말하지 않았으나 충분히 스포일 수 있습니다 ***
고통스러운 소설
오가와 이토의 소설, <토와의 정원>을 읽었다.
추천하지 않는다.
너무 고통스러운 이야기다.
결말은 예상했던 대로다.
후반부는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다.
시청률 잘 나오는 드라마를 추가 편성한 것 같은 느낌이다.
소설가가 노트에 적어 놓았던 설정을 죄다 끄집어 내어 구구절절 설명하는 느낌이기도 하다.
전반부로 끝났다면 어땠을까?
정말 좋은 소설이라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랬다 하더라도 여전히 추천하고 싶지 않다.
너무 고통스러운 이야기라서 그렇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시작은 마치 동화 같은 세팅이다.
그러나, 곧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난다.
조금 더 지나면, 그 그림자가 가볍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이 상태로도 충분히 괴롭다.
그런데, 결국 예상했던 전개가 펼쳐진다.
그 원피스가 내 몸에 맞지 않게 될 무렵부터 엄마는 이따금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고장 난다는 말이 아니고서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47쪽)
이 상황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뻔하다.
그리고, 그 일도 결국 일어난다.
절망적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더 참혹한 상황이다.
최후의 최후까지 견디던 주인공은 결국 로즈메리와 작별한다.
평화로울 때도, 숨이 막힐 때도 로즈메리는 내 곁에 있어주었다. 나의 첫 입맞춤 상대는 로즈메리였고, 새끼 고양이 니비도 함께 길렀다. 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로즈메리의 부드러운 몸을 가슴에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볼에 작별의 입맞춤을 한다. (84쪽)
그리고, 밖으로 나간다.
아쉬운 점
이어, 지리멸렬한 나머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잉여라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
수많은 소설가와 이론가가 이야기한 격언들이 떠오른다.
독자를 무시하지 마라.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써 놓은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과감히 줄이고 생략하라.
뜬금없는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Falco의 <Jeanny>와 같은 방식이었다면 어땠을까.
소설의 전반부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했으니,
후반부는 뉴스와 같은 제3자 시점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물론, 길면 곤란하다.
짧고 굵은 에필로그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담담히 복기하면 그만이다.
그랬다면, 이 소설을 나는 아마도 올해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꼽았을 것이다.
참담한 이야기다.
오가와 이토가 <아무도 모른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스스로 이런 참혹한 이야기를 상상했다고 하면, 사이코패스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도, 안타깝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다.
사족
끝은 해피엔딩이다. 상상했던 세 가지 뻔한 결말 중 하나를 무난히 따라갔다.
상상했던 다른 두 개의 결말보다는 나은 쪽을 택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