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존 랭, <GMO, 우리는 날마다 논란을 먹는다> (2)
표시제
표시제는 정보 접근권의 핵심이지만, 헛점이 정말 많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두 가지다.
1. DNA가 남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간장, 식용유, 비타민 C...)
2. 최소 허용 한계.
1번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같은 논리라면, 구정물로 식기를 닦는 식당도 문제 없다.
나오는 요리만 깨끗하면 그만이니까.
최소 허용치는 필요하다. 세상에 100%나 0%는 없으니까.
EU에서 최소허용치는 0.9%인데, 일본은 5%, 한국은 3%다. (역시 일본 국민들은 멍멍, 꿀꿀...)
그러나 현대 제조업은 시그마 6를 가능하게 하는 정밀도를 자랑한다.
우리 기업들도 EU에 수출하는 제품은 0.9%를 맞출 것이고, 0.5, 아니 0.1%도 가능할 것이다.
0.5그램 미만의 트랜스지방을 0으로 표시할 수 있게 하자,
1회 제공량이 갑자기 작아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표시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Non-GMO가 유기농과 마찬가지로 마케팅 레이블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Non-GMO 식품이 늘어나는 쪽을 나는 선호한다.
과학적 오류
어째서 과학 공동체 다수는 GM 식품을 받아들이지만 대중은 회의적인가? (107쪽)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인가?
과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지 모르나, 과학자는 거짓말을 한다.
역사에는 그 사례가 무수하게 나오지만,
유연 휘발유와 프레온가스를 만든 토머스 미즐리 한 사람만 사례로 들어도 충분할 것이다.
의도적 거짓말이 훨씬 더 큰 문제지만, 과학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천동설은 천체 현상을 대단히 정확한 정밀도로 예측했기 때문에 그토록 오래 살아남았다.
물론 나는 과학보다 과학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며,
과학자보다는 과학자의 탈을 쓴 사업가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에디슨.)
유해성이 증명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말이 과연 말인가?
그런 말을 하는 소위 '과학자'들이 자기 가족들에게 그런 음식을 먹게 할지 궁금할 뿐이다.
양심은 자유의 영역일지 모르지만,
황금률은 무리 동물인 인간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GM 식품의 잠재적인 장점들, 즉 개인의 건강, 환경의 안녕, 공익 기여 등은 불분명하거나 아주 제한적이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114쪽)
2012년 11월, 프랑스 과학자들은 라운드업 제초제의 위험성을 부각한 논문을 발표했다. 찬반 양측의 의견이 저널 편집부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2013년 12월, 편집자에게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의 편지가 줄을 이은 뒤 결국 저널은 ‘사기나, 데이터에 대한 의도적인 오독 증거가 전혀 없음’에도 공식적으로 논문을 철회시켰다. (123쪽)
역시 21세기 현재 세상을 지배하는 신은 돈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GM 식품의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려는 유혹을 이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32쪽)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중용은 정말 어렵지만, 우리가 달성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덕목이다.
게다가, GMO가 아무런 해도 없고, 기후변화가 거짓말이라고 증명되면 얼마나 좋을까.
일단 어떤 기술이 세상에 의해 용인되고 나면,
그것의 유해성이 거듭해서 증명되더라도 그 기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저자가 드는 것이 바로 핵발전이다.
저자는 GMO 논쟁 때문에 훨씬 더 중요한 식품 산업 쟁점들이 묻히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료타르가 말하는 "작은 서사"가 그야말로 활개를 치는 세상이다.
아무리 많은 쟁점이 있더라도, 21세기 인류 사회는 그 모두를 동시에 논의할 수 있다.
저자는 GMO 식품에 대해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다.
그 이유는
GM 식품이 다른 관행들보다 더 분명한 건강상 위협을 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48쪽)
GMO라는 주제에 관해 그 어떤 책보다 치열한 고민을 보여준 저자의 책이 이렇게 끝맺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GMO에 대해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걸 책으로 엮은 사람은 없었다.
그의 치열한 고민의 결과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많이 배운 데 대해 감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