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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고백

[책을 읽고] 피터 아티아, <질병 해방> (1)

by 히말 Feb 04. 2025

이 책은 놀랍다.

운동에 관한 부분을 읽을 때는 운동 전문가가 쓴 책 같고,

의학 관련 부분을 읽을 때는 의학전문가가 쓴 책 같으며 (사실이다)

영양학 관련 부분을 읽을 때는 다이어트 산업에 대한 전문 비평가가 쓴 책 같이 읽힌다.


저자는 의사이고, 운동 매니아다. (정선근 교수 미국 버전)

영양학에 대한 부분에서는, 내가 그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바로 그런 비판적 맥락이 반가웠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경이로운 부분은 맨 마지막 장이다.


전술 차원에서 보면 포도당 수치를 최적 상태로 조절하고 지질단백질 수치를 이상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들은 내 삶을 좀 더 늘리는 데 기여했을지 몰라도, 전략 차원에서 보면 내가 후회할 일을 점점 쌓아가고 있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육체와 인지 능력 면에서는 아주 건강했지만 정서 건강은 파탄 나고 있었다. (에필로그 중에서)


완벽하게 정리된 삶, 그래서 어쩌면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았던 저자는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마음챙김이라는 단어를 혐오하던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이다) 그는 지금, 마음챙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무엇보다, 그는 창피한 자신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이렇게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독자들 앞에서 선서하는 것 아닌가.


브런치 글 이미지 1

'장수'라는 단어를 보면 벽에 *칠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단어를 진지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의미하는 것은 '건강'이다.

숫자로 표현하기 힘든, 삶의 질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토피라는 평생 친구 덕에, 나도 이 주제를 파고 들 수밖에 없었다.

쿠사나기 츠요시,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일본 영화 <사랑과 죽음을 응시하며>에 보면 불치병으로 죽어 가는 주인공(히로스에 료코)이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에게 완전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날 사흘이 주어진다면.


나는 저 대사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하루라도 아토피라는 친구와 좀 떨어져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래서 나는 수많은 건강 습관을 시도해 보았고,

셀프 임상 결과 쌓아온 수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책들을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거나 하면서 읽게 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운동법과 수면에 대해서는 100% 공감했다.

영양학에 대해서는 양가감정을 느꼈다.

그간의 영양학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별다른 근거도 없이 내리는 그의 결론은 수긍하기 어려웠다.

(물론 공감하는 부분이 더 많았다. 특히 체중 1kg 당 단백질 2.2그램은 먹어줘야 한다는 주장은 대환영이다.)


명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명상은 '가만히 생각하기'에 가깝다.

그러나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명상이라는 핑계로 가만히 생각하기를 시전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기도 하고,

무엇이든 자신의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뭐라 하는 것은 어이없는 태도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의 3부를 줄 치며 정독하는 것은 대단히 효과적인 전략이다.


***


책의 1부는 의학 3.0을 주장하고 있다.

기존의 의학 2.0이 대처 중심의 의학이라면, 의학 3.0은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당화혈색소가 6.5에 이르기까지 기다렸다가 멧포민을 처방하는 대신,

당화혈색소가 5.7쯤 되면, 내지는 그 전에라도 대응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연한 얘기다.

젊은 시절, 내가 한의학에 매료되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2부는 건강한 삶에 관한 의학적 발견을 다룬다.

이 책에서 내가 밑줄을 가장 많이 친 부분이다.

그 내용은 별도의 글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3부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즉, 건강 실천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들이다.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고, (복습에 좋다)

새로운 주장들은 검토가 필요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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