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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04. 2017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 맛있게

[서평] 홍주영, <지방의 누명>

MBC 홍주영 작가의 <지방의 누명>은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저탄수화물 식단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담은 책이다. 고탄수화물 식단의 위험성에 관한 많은 책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대개 지방의 입장에서 진실을 밝힌다든가 누명을 썼다든가 하는 식으로 제목을 만든다. 그런데 몸에 좋지 않다고 알고 있던 지방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반전을 제목으로 삼는 것은 사실 오해의 소지가 있다. 

소위 황제 다이어트라고 알려진 앳킨스 다이어트에 대해 처음 듣는 사람들의 반응은, 고기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니 횡재라는 것이다. 좀 더 이야기를 들어 보면, 고기 외의 음식은 대개 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것이 그다지 좋은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저탄수화물 식단을 알리려고 하는 책 제목에서 탄수화물이 아닌 지방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지방을 맘껏 먹어도 된다는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위험이 있다. 

이 책에서도 여러 번 강조되고 있지만, 키토제닉 등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의 주안점은 고지방이 아니고 저탄수화물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무네타 테츠오가 지은 <지방의 진실 케톤의 발견>의 카피는 볼때마다 마음에 든다. 적절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쌀이 목구멍 안쪽을 지나면 설탕과 같다"

설탕이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건강한 먹거리라고 생각했던 곡물이 목구멍을 지나면 설탕과 같다니, 얼마나 충격적인가.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다. 둘 사이의 차이는 혈당에 대한 시간적 반응 뿐이다. 정제된 흰쌀밥 한 공기는 각설탕 17개 분량은 당분을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은 저탄수화물 식단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다. 스웨덴에서 유행중인 LCHF(Low-Carb, High-Fat) 식단, 미국에서 지미 무어와 에릭 웨스트먼이 주도하고 있는 키토제닉(Ketogenic) 식단, 일본에서 많이 쓰는 용어인 당질제한 식단, 그리고 와타나베 노부유키의 MEC(Meat-Egg-Cheese) 식단이다. 사실 MEC 식단을 제외하면 처음 세 식단의 차이는 이름뿐이다. 이 책은 저 세 식단의 미묘한 차이도 나름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식이요법의 난이도다. MEC 식단을 제외한 다른 저탄수화물 식단은 현대인들에게 참 어려운 식이요법이다. 우리는 탄수화물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진실 케톤의 발견> 한국판에는 저자와 역자의 대담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저자 무네타 테츠오는 한국식단이 일본식단에 비해 당질제한에 적합하다고 하면서, 자신도 한국식으로 삼겹살에 채소를 같이 먹는 것을 즐겨한다고 말한다. <지방의 누명>이 다른 저탄수화물 식단 관련 서적과 차별화되는 것은 책 말미에 실려있는 풍부한 한식 저탄수화물 식단 레시피다. 국물을 이용한 요리와 매운 맛을 이용한 요리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한식은 확실히 저탄수화물 식단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꼬리곰탕에서 밥을 빼거나, 콩나물국에 차돌박이를 잔뜩 넣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저탄수화물 요리가 된다. 오늘 저녁에라도 당장 시도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요리가 소개되어 있다. 짠 국물을 먹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밥을 많이 먹는 것은 그만두고, 오늘 저녁에는 맛있는 고깃국물을 잔뜩 먹어보자. 밥만 빼면 된다.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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