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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n 09. 2019

로렌스 이야기 2

<2탄. 커피를 찾아서>


말 할까 말까 고민되면 하지 말고, 먹을까 말까 고민되면 먹지 말라는 말이 있죠.



그래서 좀 덜 먹으려고 간헐적 단식을 한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거지만,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커피는 꼭 챙겨 먹습니다.



우유가 좀 들어가서 칼로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간헐적 단식을 포기하는 것보나는 나으니까요.




암튼 전 무조건 라테를 먹는 편인데,



엘에이 공항 스벅에서부터 커피 맛이 좀 이상하더니,



캔자스 대학 캠퍼스를 독점하고 있는 The Roasterie에서 아주 강적을 만났습니다.




여름방학 중에는 일부 지점 문을 닫는 Roasterie의 위용.



너무 어이가 없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인터넷에 비슷한 사진이 있네요.





사실 흙탕물보다는 구정물과 비주얼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정물을 마셔본 적은 없지만 Roasterie 커피와 매우 맛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구정물을 마시면 아마도 배가 아프겠죠? Roasterie 커피를 마시면 배가 아픕니다.



이틀 동안 배가 아파서 고생 좀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충전해준 dining dollars로 커피를 사먹을 생각은 깔끔하게 정리하고, 말로만 듣던 두 커피 가게를 찾아 나섰습니다. 캠퍼스 바깥에 있는 가게들이지만, 캠퍼스에 딱 붙어 있다보니 접근이 가능한 곳들이죠.




첫번째로 간 곳이 McLain's. 둘 중에 훨씬 접근성이 좋은 곳입니다. 강의 건물과 기숙사를 왔다갔다 할 때 조금 길을 돌면 들를 수 있는 곳이죠.




과연 저게 라테 아트일까요, 아닐까요? 캔자스 대학 상징이 jayhawk라는 가상의 새인데, 그거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뭐 라테 아트가 중요한 게 아니고 맛이 중요한 건데, 맛은 분명 Roasterie보다 나았지만 도저히 쌩돈 내고 먹을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가게 분위기는 뭐 봐줄만은 했지만, 식당과 바를 겸하는 가게라서 커피 가게 느낌이 아니었죠.



그래서 금요일에는 땡볕을 뚫고, 점심도 거르고! 학교 북쪽 끝에 있는 PT's Coffee를 찾아 갔습니다. 학교 중앙대로가 공사 중이라 가느라고 정말 고생했습니다. 지도대로 갈 수가 없으니 여기 저기 우회해야 하는데, 조금만 우회하려고 꾀 쓰다가 길이 막혀 있어서 다시 돌아가고... 아주 고생했죠. ㅠㅠ




그래서 토요일인 오늘 아침 일찍, PT's Coffee 가는 길을 잘 익혀 놓으려고 사진을 찍으면서 이동했습니다. PT's Coffee까지의 험한 길은 이렇습니다.






일단 학생회관 건물 앞까지는 별로 공사 현장이 없으므로 그냥 옵니다. 그러면 이런 개... 아니 공사판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오른쪽 보행자 우회로를 잘 따라 갑니다. 표지판이 아주 가끔씩만 있으므로 사방을 잘 살펴가면서 진행합니다. 멀리서 보면 막힌 길 같아도 가보면 뚫려 있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으니까요.




도저히 우회로가 없어 보이는 길이지만 뚫고 나와서 돌아보면 이런 분위기입니다. 이제 살짝 돌아서 북쪽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북쪽으로 좀 가다보면 이렇게 큰길로 나옵니다. 계속해서 북서쪽으로 진행합니다.




학교 북쪽 끝에서 딱 반 블럭 떨어져 있는 Oread 호텔이 나옵니다. 이제 여기에서 북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한 블럭을 내려가면 됩니다.




PT's Coffee에 도착해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인터넷 연결을 하고 있다 보니 점원(주인?)이 커피를 가져다 줍니다. 첫 모금은 약간 헷갈렸는데, 오랫동안 제대로 된 커피를 못 마셔서 혀가 약간 맛이 갔던 모양입니다. 아주 좋습니다! 맛도 좋은데 라테 아트도 간만에 멀쩡하네요. 너무 오랜만에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니 눈물이... ㅠㅠ




패기 넘치게 여름에는 8시에서 두시까지만 열겠다는 PT's Coffee. 근처에 제대로 된 커피를 파는 곳이 여기밖에 없으니 저런 패기도 부릴 수 있는 거겠죠. 앞으로 매일 땡볕을 뚫고 여기까지 걸어올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하지만 커피를 못 마시는 것보다는 낫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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