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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n 23. 2019

커피를 찾아서 2탄

[로렌스 이야기] 키토 크리머 리뷰

1.


미국 시골에 오는 바람에 '커피 위기'를 겪고 있는 히말입니다.

PT's Coffee가 좋은 커피를 팔지만 너무 멀고, 오후 두 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죠. 학교 카페에서 파는 커피는 우유가 저질인지 마실 때마다 배앓이를 합니다. 그래서 생전에 마시지 않던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죠.

그래서 궁리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어차피 요즘 간헐적 단식을 좀 세게 하려고 노력중이니까, 키토 커피를 좀 마셔도 되겠다는 겁니다.

팀 페리스에 의해 '방탄 커피'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바로 그겁니다.


학교 카페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를 사서, 아마존에서 구입한 키토 크리머를 섞는 겁니다.

학교 카페 커피가 워낙 별로라서, 그것도 스벅 VIA로 대체할까 생각 중입니다. (사실 이미 주문했습니다. 오는 중이죠.)


토요일 오후에 키토 크리머가 왔습니다. 택배가 왔다고 알렉사가 알려줘서, 버선발로 나가서 프런트에서 아마존 박스를 들고 왔습니다.


맛도 없는 학교 카페는 주말에는 열지도 않습니다.

(이런 사태를 예견했는지) 마침 주중에 사놓은 스벅 병커피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달지 않은 거 있냐고 했더니 매점 알바생이 구석구석을 뒤져 찾아준 것입니다. (고마워라.)



일단 컵에 따라서 그냥 이 상태로는 어떤지 한번 맛을 봅니다.



음? 이 맛은?



이런 맛이다!

농담이고요, 학교 카페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랑 비슷하네요.


키토 크리머를 가져옵니다.

아몬드 두유와 코코넛 크림을 반반 섞고 이것저것 첨가물(유해물질?)을 추가한 제품입니다.

액상 형태라서 그나마 말토덱스트린은 안 들어 있네요.


말토덱스트린: 증점제, 말하자면 점성을 높이는 데 쓰이는 물질입니다. 율무차 같은 게 겨우 한 스푼 분량으로 커피잔 한 컵 가득 죽을 만드는 비결이죠. 전분으로 만드는데, GMO 옥수수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맘에 안 드는데, 혈당지수가 무려 100이 넘으며 (106~136 정도) 유익균 성장을 억제하기까지 한답니다.


커피에 넣을 크리머 찾다가 좋은 정보 배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키토 커피가 어땠냐가 문제겠죠.

뭐, 나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스벅 병커피($2.75+tax)보다는 낫군요.



2.


이번에는 학교 카페에서 파는 아메리카노에 섞어봤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학생회관 빌딩 매점에서 일하던 데릭이 오늘은 버지 유니언 빌딩 카페 겸 매점에서 일을 보고 있네요. 알바왕인 듯. 죽여주는 여름날씨에 대해 잠깐 잡담을 했습니다. 정말로 여름 중에 며칠은 화씨 100도 (섭씨 38도 정도) 찍는다는데요. ㅠ.ㅠ


음...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정말 이런 데다 돈과 시간을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에는 따뜻한 커피에 섞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카페인 알약을 먹어야 하나?



마지막으로 스벅 VIA에 섞어보려고 했는데...

와 이거 VIA 커피가 이렇게 맛있었나?

정말 여기 커피 2주 정도 마시니까 커피에 대한 기억이 죄다 사라졌나 봅니다.

그것도 뭐 좋네요. VIA 커피가 이렇게 맛있다니 ㅠㅠ

스틱 한 개에 세금 포함 80센트, 거의 1,000원이라는 가격은 괘씸하지만, 맛있으니 봐줍니다.

봐주는 정도가 아니라 구세주죠. 지금 저한테는.



이쯤 되면 VIA 커피가 아까워서 크리머를 못 섞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당연히 섞어봐야죠. 더 맛있을지 누가 압니까.


3.


드디어 주말이 되고, 정상적으로 커피를 마실 시간에 자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아침 산책하다가 열쇠를 잃어 버려서 한참 고생했는데 방에 돌아와 보니까 방에 있네요. 요즘 세상에 쇠로 된 열쇠라니.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국인들은 참 아날로그하게 살아요. ㅡ.ㅡ;;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일단 뜨거운 물을 끓였습니다. 학교 측에서 마련해준 고마운 주방용품. 그 중에 물을 끓이는 데 쓸 수 있는 것은 단 한 개뿐입니다. 바로 물이 한 10리터는 들어가게 생긴 초대형 냄비입니다. 다들 사골 끓여야겠다고 말하는 바로 그 사이즈입니다.



자, 이 무식한 냄비에 겨우 물 한 잔 분량을 넣고 끓입니다. 냄비 올려 놓고 방에 잠깐 들어와 있었는데 룸메가 물 끓는다고 꺼 놨네요. 하긴, 계속 놔뒀으면 다 증발해 버렸을지도.


뜨거운 물을 컵에 붓고, 스벅 가루 커피를 타고, 드디어 키토 크리머를 넣어줍니다. 그런데 넣자마자 막 거품이 뜨는 게 아주 그럴싸 하네요. 두유거품이지만, 마치 라테 거품같은 느낌. ^^


조금 넣으니 맛이 별로 없어서, 계속 넣습니다. 또, 그리고 또. 결국 16잔 분량이라고 되어 있는 크리머를 세 번에 다 썼습니다. 그런데 많이 넣으니까 맛이 더 낫습니다. 제 취향이겠지만. 맛없는 커피를 여러 잔 마시느니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셔야죠.



키토 크리머를 세 가지 커피, 그러니까 스벅 병커피 (블랙 콜드 브루), 학교 카페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그리고 스벅 VIA 가루 커피에 섞어봤는데 스벅 가루 커피가 가장 낫습니다.


앞으로는 카페들이 문을 닫는 주말에 한 가지 옵션이 더 생겼습니다. 4킬로미터를 걸어 PT's Coffee까지 가든가, 아니면 스벅 가루 커피에 크리머를 섞든가.


지금은 한낯 기온이 31~32도 정도 합니다. 그런데도 습도가 높아서 아주 짜장이거든요. 햇살도 강해서 정말 뜨겁고요. 여름에 며칠은 꼭 화씨 100도, 그러니까 섭씨 38도 정도를 찍는다는데, 그런 날씨에 4킬로미터를 걸을 순 없죠. 기숙사에 얼음 기계가 있으니 아이스 (키토) 라테를 만들어봐야겠습니다. 날씨다 더 더워지면요. 아직은 따뜻한 커피도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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