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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ug 15. 2019

미국 물가 - 커피

맛만 있다면야. 그런데...


제가 가격을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생필품이라면 역시 커피입니다. 예전에는 누가 그런 말을 하면 "에이~ 그 정도는 아녜요"라고 했었는데, 캔자스에서 두 달 동안 구정물 커피 마시면서 깨달았습니다.


나는 커피가 주식인 사람이라는 것을.


                                                                                     

                                                                                                                                

1. 스타벅스


커피애호가들은 반박하겠지만, 저는 한국 스타벅스 커피 정도면 중간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서비스는 최고급이죠. 미국 스벅이 짜증나는 이유는 뭐 앞으로도 많이 보겠지만, 첫째, 한국 스벅보다 비싸다는 점, 둘때 서비스가 별로라는 점입니다.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캘리포니아에 살 적에 스벅 커피는 한국보다 더 쌌습니다. 많이 저렴했죠. 그런데 이제는 아닌 모양입니다. 적어도 캔자스와 조지아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국 스벅과는 달리 지역마다 가격이 다릅니다. 애틀랜타가 로렌스나 로스앤젤레스보다 10~20센트 정도 더 비싸네요. 라테 그란데 기준입니다.


세금 포함해서,

캘리포니아 엘에이 공항에서 4.43

캔자스 로렌스 시내에서 4.21

애틀랜타 시내(매리엇 호텔)에서 4.63

애틀랜타 학교(에머리 대학교)에서 4.30


다시 정리해보니까 가격이 정말 자기 맘대로군요. 어쨌든, 현재 환율인 1,200은 물론이고, 예전 환율인 1,100원을 곱해도 한국 스벅보다 비쌉니다. 맛도 없고, 서비스도 별로인데 말이죠.


여기 스벅 라테 맛은 한마디로 거지 같아서,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기억에 남습니다. 최악은 캔자스 로렌스 시내에서 먹었던 것입니다. 각기 다른 두 군데 지점에서 먹어보았지만 둘 다, 그냥 구정물입니다. 캔자스 대학교에서 파는 커피, The Roasterie의 구정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제일 괜찮았던 것은 애틀랜타 매리엇 호텔 안에 들어와 있던 지점에서 먹은 건데, 그래도 우리나라 스벅 평균보다 못합니다. 애틀랜타라고 해도 학교 안에 들어와 있는 스벅은 맛이 별로네요.


미국 스벅은 별 시스템도 마음에 안 듭니다. 1달러에 별 두 개를 주는데, 별 50개를 모으면 커피 한 잔을 준다고 해서 앱 충전도 하고 했는데, 알고 보니 별 50개짜리 커피는 드립 커피입니다. 라테 등 정상적인 커피는 무려 별 150개를 모아야 하는군요.

                                                                                     

                                                                                     

                                                                                     

                                                                                                                                

2. 맛있는 커피들


미국에 와서 지옥 같은 커피 경험을 하다 보니까 알게 된 점인데, 대체로 맛 없는 커피집은 라테 아트를 안 그리더군요. 현재까지 미국에서 먹은 커피 중 최고인 댄싱고츠는 라테아트도 훌륭합니다. 캔자스 최고 커피였던 PT's 커피도 마찬가지였죠. 로렌스 사람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던 알케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댄싱고츠의 라테는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 스위스 베른에서 만났던 최고의 커피들과 비교해도 별로 꿀리지 않습니다. 우유와 커피가 정말 잘 섞여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르셀로나나 스위스와 비교하면 절망적인 미국 우유의 질을 생각하면, 도대체 어떻게 저런 라테를 만들어내는지 신기합니다.


댄싱 고츠 라테 (그란데, 16oz) 4.74

PT's Coffee 라테 (그란데, 16oz) 4.53

알케미 라테 (그란데, 16oz) 4.63

                                                                                     

                                                                                     

                                                                                                                                


3. 아파트 커피


캐나다 토론토에 살 적에, 아파트에 카페가 있고 거기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해서 계약할 때 굉장히 좋아했죠. 그런데 계약 당일 커피나 한 잔 달라고 했더니 기계가 고장났다고 하더군요. 거기서 1년 넘게 사는 동안 그 커피 기계는 계속 고장나 있었습니다. ㅡ.ㅡ;;


애틀랜타에 도착해서, 온라인 조사로 점찍어둔 아파트 몇 곳을 다니면서 물어본 공통 질문 중 하나가 가까운 커피샵이 어디냐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1마일은 걸어가야 하는 스타벅스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그중 한 곳에서는, 관리 사무실에 스벅 커피가 있으니 여기서 마시면 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커피 때문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바로 그 아파트에 계약을 했습니다.


이사짐이 오려면 아직 멀었고, 1마일을 걸어서 스벅에 갈 수도 없으니, 그냥 드립 커피지만 아파트 관리실 커피를 마셨습니다. 드립 커피이기는 하지만, 원두가 스벅이고, 그걸 갈아서 즉석에서 내려주는 거라 맛이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라테는 아니지만, 그냥 드립 커피로 먹기도 하고 가끔은 우유나 크리머를 섞기도 합니다. 커피메이트 크리머를 좀 많이 섞으니까 스벅 병커피 맛이 나네요. 당연한 얘기지만, 좋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너무 달아서 입안을 물로 헹구고 싶어집니다.


아파트 커피의 최대 장점은 역시 공짜라는 것이죠. 매일 가서 뽑아 먹으니 관리실 직원들 눈치가 좀 보입니다만, 커피를 못 마시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아파트에서 집을 한 번 바꿨습니다. 당장은 아파트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고 있는데, 이제 바뀐 유닛으로 들어가서 정착하면, 제일 먼저 네스프레소 머신을 살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쓰던 것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스위스에서 산 거라서 220볼트 전용이라 놔두고 왔거든요. 이제 새 기계를 좀 써봐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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