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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17. 2020

[간단 평] 괴짜경제학 / 스티븐 레빗


질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사항은 그것이 과연 질문할 가치가 있는 내용인지를 판단하는 데 있다. (175쪽)





그걸 아는 양반이... ㅡ.ㅡ;;


제목에 걸맞게, 이 책에는 도발적인 질문들이 넘친다. 1장 제목부터가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이 뭐냐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도발적인 제목은 제2장의 제목일 것이다. KKK와 부동산중개업자의 닮은 점이 뭐냐는 것이다. 아니, 이거 너무하지 않나. 부동산중개업자들 중에는 나쁜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KKK와 닮은 점이라니. 정도가 지나치다.


질문을 던졌다면 대답을 해야 할 터. 과연 저자는 부동산중개업자와 KKK가 어떤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려는 것일까? 불행한 일이지만, 저자의 답변은 어이없기 그지없다. 저 둘의 공통점은 그들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말하고 있느냐고? 물론이다.


이 책의 주제는 간단하다. 경제현상 같이 보이지 않는 현상도 사실은 경제현상이며, 그것은 인간이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경제적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저 도발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저자는 말한다. KKK도, 부동산중개업자도 정보비대칭성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한다고 한다. 기발한 대답인가?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이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정보를 숨기는 것이 범죄로 규정된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면, 정보를 숨기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기에는 너무나도 보편적인 현상이다.


대에게 없는 정보를 활용하는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KKK도 부동산중개업자도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인간이기 떄문이라고. 결국 KKK와 부동산중개업자의 공통점은 둘 다 인간이라는 것이다. 어이없지 않은가? 그것은 연쇄살인범과 마더 테레사도 공유하는 공통점이다.


이 책에는 듬성듬성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제는 그 어떤 이야기도 뻔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책은 시작부터 이스라엘의 어느 어린이집에서 도입한 '지각벌금'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를 꺼낸다. 행동경제학 책에서 열 번은 본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질질 끌다가 결말을 말하면서 "놀랐지?"라고 말하는 듯한 저자의 태도는 우습지도 않다.


KKK단이 흑인들에게 가한 린치 사례의 통계를 수집한 것이나, 논문 공저자가 갱들과 함께 지내면서 입수한 갱 지부장의 손익계산서를 분석하는 내용은 나름 흥미롭기도 하고, 노력이 가상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 책은 리처드 탈러, 댄 애리얼리, 대니얼 카너만의 책들에서 질리도록 본 이야기를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그 이야기를 자신이 처음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주 장황하게 풀어낸다.


크랙 코카인을 파는 LA 뒷골목의 한 지부장 연봉이 1억 원쯤 된다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러나 그뿐이다. 더구나 그걸 경제학이라는 제목이 달린 책에서 볼 이유는 별로 없지 않은가.


스티븐 레빗은 그를 혹평하는 많은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얼뜨기 사회학자일 뿐이다. 게다가 허접한 자기 블로그의 일상글을 부록에 넣을 정도로 연예인 흉내를 낸다. (아니면 그냥 관종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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