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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Dec 31. 2020

[독서 메모]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우종영


나무의사로 한평생을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 그리고 나무를 돌보며 깨달은 인생의 지혜. 한 사람의 삶으로서 깊은 울림을 준다.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제4부에 나오는 신기한 나무들 이야기도 재미있다. 대나무는 풀도 나무도 아니며, 황칠나무는 조선 후기에 왕실에서도 사용이 금지될 정도로 귀한 염료로 쓰였다. 백리향은 정말 작아서 찾기가 힘들다. 향기가 진동을 하는데도 말이다. 붉나무 열매는 소금 대신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까시(아카시아) 나무는 우리 땅이 다시 녹색이 되는 데 크나큰 공헌을 한 나무다. 다른 나무들을 해친다는 괴담에 속지 말자.


저자는 조경이 한창 붐이었을 때 돈이 되지 않는 나무 치료를 시작했다. 그렇게 나무를 치료하며 살던 그가, 나중에 새로 생긴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하려 하니 시험자격이 되지 않았단다. 결국 그동안 나무의사를 했던 증거를 가져가 시험자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냥 웃고 말기에는 씁쓸한 이야기다.


저자는 나무가 좋아 나무와 함께 한평생을 살았다. 그러나 생계에 쪼들리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가 꽃집을 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내키는 대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이하 요약, 발췌, 그리고 나의 잡생각.


*****


오래된 나무는 대부분 속이 비어 있다. (중략) 한겨울 세찬 바람이 불 때 태백산에 오르면 주목나무에서 오래된 퉁소 소리처럼 깊은 울림을 들을 수 있다. (94쪽) - 들어보고 싶다.


소나무는 광보상점이 높은 대표적인 나무다. 햇볕이 충분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소나무를 그늘이나 높은 건물 옆에 심는 것은 학대다. (108)


어쩌면 산에 오르는 것은 인생을 사는 것과도 닮은 듯하다. 그저 정상에 오르려고 하면 세상에 있는 모든 산이 다 똑같아 보이지만 천천히 음미하듯 걸음을 떼면 빨리 걸을 땐 미처 보지 못한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117쪽) - 저자가 느긋하게 산에 오르며, 정상에 오르지 않고 내려오는 이유. 나도 이렇게 산에 올라보고 싶기는 한데, 그렇게 하면 뒷사람들이 아주 싫어할 듯.


김형석 교수는 자신의 전성기를 98세 때라고 꼽는다. 두 권의 책을 펴내고 160회 이상 강연을 했기에,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가진 것을 나누었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묻는다. 남은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229-230) -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인생 선배님들.


풀과 나무의 차이가 뭐냐고 물으면 어른들의 대답은 거기서 거기다. 아이들에게 물으면 수십 개의 기발한 대답들이 나온다. "껴안을 수 있어요", "개미집이 있어요", "아기 새가 살아요" 등등. 시험삼아 아이에게 물어보라. (279)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붉나무.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이 나무를 저자는 '녹색 게릴라'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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