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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Feb 17. 2021

[둔필승총] 책 읽고 간략히 적은 메모 모음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읽은 책들. <문명 건설 가이드>, <수직사회>, <이것이 인간인가>, <바이오센트리즘>, <은밀한 몸>이 좋았고,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 열광했다.


*****


*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압듈라, 신동선) - 패러디 유치, 노잼, 결정적으로 내용이 빈약해서 배운 것이 없음. 패러디가 왜색 일변도인 것도 짜증.

- 흉쇄유돌근 마사지할 때는 마사지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한다.

- 여행할 때는 둥근 물건을 밟는 발마사지와 종아리 (아킬레스건) 마사지 강추.


* 수화 배우는 만화 (핑크복어) - 저자의 고운 마음씨가 느껴지는 따뜻한 만화. 수어(수화)는 숫자 정도만 배웠다.


* 경제학자의 다이어트 (크리스토퍼 페인, 롭 바넷) - 경제학은 물론 식이요법 관련해서도 배울 것이 전혀 없다. (학자들이라면서 '메타'라는 단어의 뜻도 모른다.) 쓸데없는 얘기와 내용 반복으로 책 두껍게 하기 가이드로는 쓸모가 있을지도.


*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이두형) - 그냥 편한 이야기.


* 은퇴 없는 평생직장 편의점으로 먹고살기 (한상우) - 나는 편의점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일깨워 준 책.


* 문명 건설 가이드 (라이언 노스) - ★ 아는 게 많으면 이런 책도 쓸 수 있구나.


* 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 성석제의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포르투갈 버전...이라고 보기에는 그냥 쓸데없는 내용을 길게 쓰기만 했을 뿐, 성석제의 참신함이 전혀 없다. 위화의 <형제>보다 더한 쓰레기. 그냥 저자의 유명세를 이용해 저자와 출판사가 짜고 친 사기.


한줄 요약 - "집단적으로 백지투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어떤 도시에서 일어난 이 특별한 이야기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끝맺을지 정말 몰랐다고 고백" (364쪽) - '특별한'이라는 자화자찬 수식어만 제외하면 이 한 줄이 이 '소설'을 요약한다.


줄거리 (스포일러. 이 소설 줄거리의 전부가 한 문단으로 요약된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 투표의 83%가 백지라는 경악할 사건에 계엄령으로 대응하는 정부. 수도에서 경찰을 모두 빼내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백돌이(백지투표자)인 것을 자랑스럽게 공표하기 시작한다. 반성하지 않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비밀리에 폭발 테러를 일으키자, 사람들은 도시를 빠져나가려고 고속도로에 줄을 선다. 이에 내무부장관이 방송에 출연해서 장광설을 늘어 놓고, 그게 먹혔는지 사람들은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한편, 총리와 정부 주요인사들은 <눈먼 자들의 도시>에 관한 어떤 이의 편지를 받는데... 결국 정부는 경찰관을 파견하여 이들에게 백지 투표 사태를 주도했다는 자백을 받아내려 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전작의 주인공(의사 부인)에게 감화된다.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의사 부인을 사태의 주모자이자 반란수괴로 몰아가려는 신문사들. 경찰관은 한 신문사와 접촉, 사태의 진상을 알리는 데 성공하지만 정부에 의해 제거된다. 그것도 모자라 의사 부인도 암살당한다. (주제 사라마구가 이 이상의 속편을 쓸 생각은 없는 듯. 다행이다.)


* 알고리즘 라이프 (알리 알모사위) - 별로 재미있지 않은 일상생활 비유를 통해 다양한 (원론적) 알고리즘을 소개하는 책. 깔끔하다.


* 탄생의 과학 (최영은) - 가볍게 읽는 생물학 스낵.


*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 괜히 명작인 게 아니다. 햇살 아래 산책하며 레 미제라블을 읽는 것은 행복한 경험.


* 삼국지의 영웅 조조 (장야신) - 8, 9장만 읽고 나머지는 스킵하면 된다. 그냥 삼국지 종류별로 읽은 사람 독후감 수준.


* 선물의 힘 (존 룰린) - 효과적으로 선물하는 방법을 꽤 자세하게 다루는 책이자,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현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책.


*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숲속에서 그의 삶은 유쾌하게 잘 읽었다. 동시에 나는 저자에 대한 그간의 내 선입견이 정확했음을 확인했다.


*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 ★ 수면과학 끝판왕.


* 수직사회 (스티븐 그레이엄) - ★ 인류가 공간을 수직적으로 활용하는 각각의 측면을 살펴보면서, 그 안에 내재한 권력구조에 도전하고자 하는 기념비적 시도. 다만, 저자도 인정하듯이 행동에 관한 부분은 많이 부족하다.


* 김미경의 리부트 (김미경)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관해 상상해보는 틀을 제시한 점은 훌륭하다. 하지만 주어진 사례는 매우 빈약하다. 결국 각각의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니까.


* 나의 월급 독립 프로젝트 (유목민) - 진정성.


* 언 다르고 어 다르다 (김철호) - 희한한 단어들 구경하기.


* 바이오센트리즘 (로버트 란자) - ★ 버클리 관념론과 강한 인류원리의 만남.


*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이재갑, 강양구) - 방역 체계 관련 이것저것 생각해볼 것들.


* 우리는 어떻게 화학물질에 중독되는가 (로랑 슈발리에) - 이 정도면 하늘이 무너질까봐 불안해서 못 살 듯.


* 내 자존감을 폭발시키는 10초 습관 (사토 유미코) - 어디서 배웠는지 정말 양아치 상술 오지네.


* 돈의 교실 (다카이 히로아키) - 딸바보가 딸에게 읽히려 쓰는 책은 언제나 훌륭하다.


*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 ★ 레비의 첫 번째 책. 나치 수용소의 생생한 이야기들. 이제는 많이 알려졌으나, 여전히 믿기 힘든 일화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에서도 그랬듯이, 프리모 레비의 통찰력은 부록으로 실린 독자들과의 (편지)대화에 더욱 생생하게 잘 나타나 있다.


* 은밀한 몸 (옐 아들러) - ★ 부끄러워 못 물어보던 질문들에 시원하게 답해주는 의사.


* 행복한 이기주의자 (웨인 다이어) - 뻔한 얘기라는 걸 서두에서 밝혔으니, 남은 건 글솜씨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하는 일뿐. 챕터마다 에머슨 인용문이 나와서 이게 에머슨 책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글솜씨는 나쁘지 않으나, 논지가 부족하고, 몇 되지도 않는 사례가 매우 설득력이 없으며 (지어낸 걸로 보임), 반복이 매우 매우 심하다. f단어를 쓰지 않았을 뿐, (조언을 구하는) 독자를 비하하는 태도는 Unf*ck Yourself보다 더하다.


- 한 가지 느낀 점: '당신은 미루는 사람인가'라는 제목으로 나열된 여남은 개의 질문에 나는 거의 모조리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미루는 성향 때문에 고민해 왔고, 고치려고 노력을 해왔다.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었던 데에는 스티븐 기즈(<습관의 재발견>)와 핼 앨로드(<미라클 모닝>)의 도움이 컸다. (이 책 저자와는 달리) 진정으로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는 이런 작가들에게 다시금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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