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권 자기 혁명] 틱 낫한의 <평화로움>
"타이탄들의 80% 이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아침 명상을 한다."
팀 페리스(Tim Ferris)는 <타이탄의 도구들(Tools of Titans)>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첫 번째 공통점으로 명상을 꼽았다.
현대인들에게 명상의 마케팅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예전부터 언제나 스테디셀러였던 '마음의 평화'와, 상대적으로 새로운 유행인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마음의 평화'는 나를 괴롭히는 것들과 나 자신을 분리시키면 가능하다. 그래서 침묵 속에, 나 자신을 고요히 들여다봄으로써, '나'와 '나의 경험'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핵심이다. 나에 대한 자극이 무엇이든, 나는 그것에 대한 반응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스티븐 코비의 '주도성(proactiveness)'과도 일맥상통한다.
'마음챙김' 관점은, 요즘 비즈니스계에서 멀티태스킹 대신 집중을 강조하면서 조명받고 있다. 멀티태스킹이 '정신없음'과 동의어라는 믿음이 널리 퍼지면서,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으로 마음챙김을 주목하는 것이다. 실용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나온 <딥 워크(Deep Work)>와 같은 책이 명상을 집중력 강화의 도구로 추천할 정도다.
마음챙김은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과거도 미래도 없고, 오직 현재에만 집중하는, 실존의 모습이다. 붓다의 마음챙김을 볼 수 있는 <금강경>의 도입부는 아래와 같다.
나는 이렇게 들었다.
스승께서는 슈라바스티에 머물고 계셨다.
아침 일찍 스승께서는 옷을 입고 가사를 걸치신 다음,
밥그릇을 들고 탁발하기 위해 큰 도시인 슈라바스티로 들어가셨다.
탁발에서 돌아와 공양을 마치신 다음,
스승께서는 의발을 치우시고,
발을 씻으시고,
그분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는
몸을 곧게 펴고
앞쪽에 주의를 집중하고 앉으셨다. (금강경, 제1장)
붓다는 옷을 입을 때는 옷을 입는 행동에, 가사를 걸칠 때는 가사를 걸치는 행동에 집중한다. 발을 씻을 때도, 가부좌를 틀고 앉을 때도, 오직 그 순간에 온전히 존재한다.
명상은 미소다
미라클 모닝 아침 의식의 첫 단계는 침묵이다. 침묵으로도 좋지만, 명상을 통해 아침을 여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틱 낫한의 <평화로움>을 통해 명상의 기본을 배워보자.
틱 낫한은 베트남 출신 승려인데,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이기도 하다. '자두 마을'과 같은 공동체를 운영하기도 한 경험 때문인지, 명상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의 마음을 잘 헤아려 글을 쓴다.
명상은 기본적으로 이분법과 거리가 있는 개념인데, 틱 낫한은 이분법에 기반한 서양식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재주가 있다.
명상을 하려면 심각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사실 명상을 잘하기 위해선 많이 웃어야 한다.(17쪽)
그렇다고 미소짓는 명상이 쉬운 것도 아니다. 바른 자세로 눈을 감고 조용히 가만히 있으면 미소가 저절로 나올 것 같은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처음에 그대는 미소짓는 것이 어렵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미소는 내가 나 자신으로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내가 나 자신의 주인이 되었음을 의미한다.(18쪽)
내가 나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 그것은 아마도 명상의 최종 단계일 것이다. 그러니 미소짓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많이 웃자. 틱 낫한은 일부러 소리 내 웃으라고 한다. 별 이유가 없더라도 큰 소리로 웃는 것이 명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틱 낫한은 명상을 단 네 줄의 시로 표현한다.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에는 평화
숨을 내쉬면서, 얼굴에는 미소
나는 느낀다, 내가 살아 숨 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간임을.(19쪽)
사실, 이것이 명상의 전부이다. 명상할 때, 들숨과 날숨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널리 알려진 명상 기법의 하나다. "나는 평화를 들이쉰다. 나는 사랑을 내쉰다." 이렇게 마음속으로 말하면서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것, 즉 간단한 문장에 정신을 붙들어 놓는 것이다. 평화와 미소라는 단어는 만트라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옴"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소리를 내는 것보다, "나는 평화를 들이쉰다"고 말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숨쉬기에 집중하는 방법은 문장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들숨과 날숨을 하나씩 세는 방법도 있다. 하나라고 천천히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들숨을 쉰다. 아주 느리게 둘이라고 마음속으로 말하면서 날숨을 쉰다. 이 방법의 단점은 하나, 둘이라는 단어 사이에 시간이 워낙 많이 뜨기 때문에, 잡념이 일어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쉬운 방법은 호흡의 길이를 스톱워치처럼 카운트하는 것이다. 하나, 둘, 셋, 천천히 마음속으로 센다. 스스로 메트로놈이 되는 것이다. 들숨에 열 번을 세고, 날숨에 열 번을 세자.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다른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다.
신체의 한 부분에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콧구멍이나, 복식호흡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배, 또는 인중이나 이마에 집중할 수도 있다. 콧구멍이나 폐, 또는 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쉽다. 숨 쉬는 신체 부위에 집중하는 것이므로, 숨쉬기 자체에도 집중하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명상의 실제
명상은 마음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 신체적 환경과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언제 어디에서나, 다른 일을 하는 중이더라도 가능하다. 틱 낫한은 <걷기 명상>이라는 책도 썼다.
그대가 어디에 있든 그대는 깊게 숨 쉴 수 있다. 들이쉬고 내쉬면서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서서, 앉아서, 또는 걸으면서 어떤 자세라도 좋다.(142쪽)
하지만 이것은 명상에 익숙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명상이 쉽지 않은 우리에게는 오히려 명상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이 명상을 잘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명상을 위한 특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조용한 환경에서 집중할 수 있는 작은 공간에, 향이나 향초, 종과 같은 소품을 준비해 보자. 향을 켜고, 종을 울리고 시작한다. 향이 타는 동안만 명상에 집중하고, 향이 다 타고 나면 종을 울리면서 스스로 명상을 끝낸다. 스티브 잡스는 명상을 위해 방석 하나만 놓인 방을 별도로 마련했다고 한다.
훨씬 간편한 방법은 앱을 사용하는 것이다. 팀 페리스는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Headspace'와 'Calm'을 추천하고 있는데, 둘 다 좋다. 'Headspace'는 더 짧은 프로그램들로 되어 있어 부담이 없고, 한 가지씩 배우기 좋다. 'Calm'은 조금 긴 프로그램이라 충분한 시간 동안 명상했다는 느낌이 좋다. 또 빗소리나 모닥불 소리를 들으면서 할 수 있어 쾌적하거나 안락한 느낌을 유도할 수 있다.
앱 명상은 지도자의 도움을 받는 명상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한 번에 한 가지씩 명상의 다양한 면을 배울 수 있다. 잡념으로 명상이 흐트러졌을 때, 지도하는 목소리를 따라 다시 집중할 수도 있다. 시간을 정해놓고 명상을 할 수도 있다. 아침을 여는 시간, 잠시 침묵하고 내면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것이 명상이다.
여기 그대에게 권하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대의 집 안에 호흡을 위한 방, 명상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매일 아침 그대의 아이들과 함께 몇 분간 앉아서 호흡을 세는 일이다. 세 번째는 잠들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천천히 걷는 명상을 하는 일이다. 단 10분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세 가지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들이 우리의 문명을 바꿀 수 있으므로. (213쪽)